2-3. 시답지 않은 성공이 절실하다.

주인공의 조건 두 번째!

by 영화하는 이모씨

중3인 우리 딸은 기말고사 시험이 얼마 남지 않은 요즘, 기분이 하루에도 열댓 번씩 롤러코스터를 탄다.

좋았다, 나빴다, 우울했다, 신났다, 자신 없다, 의욕이 넘쳤다.

중학생 때도 저러면 고등학교 가면 어쩌려고 저럴까 싶어 등골이 오싹하다.

수험생 부모들은 공감할 것 같다.

시험 성적보다 무서운 게 아이의 우울한 목소리라는 걸.


"엄마. 작은 행복들이 모여서 큰 시련을 이겨낼 수 있는 거래요"


우리 첫째가 오늘 해준 말이다.

활짝 웃으면서 저런 이야기를 하는 거보니 지금 뭔가 디게 상태가 안 좋은 거다.

안 좋으니 긍정하려고 기를 쓰는 중인 거다.

그러면서 중요한 수행을 망쳐서 복잡해진 마음을 오늘하루 잘 했던 일들을 되짚으며 괜찮다고 셀프 주문을 외우더라.

그래서 말해 줬다.


"넌 진짜 주인공이구나"


123.png 저 아저씨의 성공이 오늘날 아이폰이라는 욕망을 실현하게한 동력일지도..

주인공에게야 말로 저런 작은 성공이 반드시 필요하다.

욕망하는 주인공에게 필요한 것은 욕망이 실현되는 성공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그래야 헤피엔딩이지! 싶을 수 있다.

하지만 처음 출발하는 욕망이 그대로 실현되는 영화는 의외로 많지 않다.

왜냐하면 주인공이 처음 품는 욕망은 정확히 말하면 성장하기 전의 주인공이 품은 것이다.

철이 없는 상태라는 말이다. 그런데 그 철없는 주인공은 자신의 욕망을 실현하기 위해 어떠한 노력을 하게 된다.

그리고 그 노력의 결과로 작지만 의미 있는 성공을 맛보게 된다.

보통 영화로 따진다면 대충 30~ 45분 정도의 시점에 그렇다.


이 성공은 세 가지의 특징이 있다.

첫째, 반드시 성공해야 한다. 이 길고 지난한 여정을 이끌어나갈 용기와 동력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사실 가만히 보면 주인공이 욕망을 실현하는 과정은 길고 지난하다.

우리야 압축해서 보지만 주인공 입장에서는 절대 쉬운 여정이 아니다.

그런데도 포기하지 않고 계속해서 나아가려면 이런 성공의 경험이 반드시 필요하다.

그래야 앞으로 더 큰 시련이 닥치더라도 멈추지 않는다. 도망치지 않고 맞설 수 있다.

내가 해봤다는 확신이 자신감을 낳아 나아갈 수 있게 하고

내가 해봤다는 확신이 아까워서라도 포기하지 않고 계속 나아간다.


게다가 이 성공은 작아서 굉장히 감질맛이 난다.

주인공도 지켜보는 관객들도 이대로 물러 서지 않고 다음 회차로(혹은 다음 시퀀스로) 함께 넘어가겠다는 다짐을 하게 한다.


두 번째, 반드시 작아야 한다.

왜냐하면 이렇게 빨리 큰 성공을 맛보면 일단 이건 스토리가 아니다.

사람들이 보고 싶어 하는 부분은 여기가 아니다. 이제 곧 이어질 시련이고 그 시련을 어떻게 맞이해 나가는지를 보고 싶다. 그러니 여기서 큰 성공을 거둔다? 이 모험담은 사람들이 원하는 스토리가 아니고 애초에 스토리가 아니니 주인공도 없다.


세 번째, 이 성공을 통해 철없던 주인공은 조금 더 성장하게 되고 비로소 제대로 된 욕망을 품을 만한 그릇의 인물로 변모하기 때문이다.

앞서도 잠깐 말했듯이 처음의 욕망은 주인공의 최종의 욕망이 아니다.

그러므로 이 성공은 주인공의 진짜 성공(성장)이 아니다.

진짜 성공을 맞이하기 위해서 그보다 먼저 진짜 욕망을 품어야 하는데 그러기 위해서는 주인공은 처음보다는 성장해야 한다.

이 작은 성공은 주인공을 조금 더 큰 사람으로 성장시키는 과정이다.

예를 들면 딸을 구하겠다! 던 애초의 욕망이 저 악당들을 일망타진하고 딸처럼 궁지메 몰린 사람들을 다 구하겠어!라는 진짜 욕망, 큰 욕망, 응원받을 만한 욕망을 품는 사람으로 바뀐다.

영화 <부산행>도 영화 <테이큰>도 다 같은 이야기다.

이런 큰 결심을 하는 것은 하루 아침에 하는 것이 아니다. 반드시 성공의 잔을 들어본 자만 품을 수 있다.



"넌 진짜 주인공이구나"


내가 이렇게 말하면 영화하는 엄마를 둔 우리 딸들은 대번에 알아듣고 씨익 웃는다.

우리 딸들이 칭찬해 달라면서 별 시답지 않은 것까지 썰을 풀어낼 때마다 주인공의 조건을 읆어준 성과다.

이 시답지 않은 성공의 경험들이 두 아이를 좀 더 단단히 할 것이다.

당근 시련이 오겠지만 성공했던자의 여유로 맞서 볼까? 하는 치기를 발휘할 것이다.

그리고 그 아이들은 어제보다 쪼금 더 큰 어린이로서 무언가를 바라고 욕망해서 그쪽으로 노력을 하겠지.

조금 더 컸으니 아마 그 노력의 양과 질도 좀 나아질 것이고.

그러다 보면 언젠가는 정말 제대로 된 성공을 맛보는 주인공이 될 것이다.


이건 불변의 진리다.

왜? 주인공은 원래 다~~~~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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