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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영화하는 이모씨 Aug 12. 2023

w-log. 바비의 가르침

이 영화를 뭐라고 소개해야 할지 정말 며칠을 고심했는데 딱 이렇다.


"재밌어!"라고 하기에는 너무 어려운 스토리이고

"페미니즘 영화야"라고 단순화할 수 없는 스토리이다.  


감독 그레타 거웍의 전작들을 즐기는 사람이면 모를까, 딱히 추천대상도 모르겠다.


영화는 하나 둘 내가 생각했던 어떤 공식들을 하나씩 비켜나가는 듯하더니 정말 완전히 다른 곳에서 엔딩을 맞이한다. 영화를 보는 내내 흥행은 어렵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10억 달러를 넘겼다고 한다.

자그만히 1조가 넘는 돈을 벌어들인 것이다.

이건 돈의 문제가 아니다. 이 정도 돈을 벌어 들였다는 것은 소비자의 절대적인 지지를 의미한다.

그냥 어쩌다 봐서는 절대 나올 수 없는 수치다.

바비인형을 좋아해서 본거지 다른 것은 없다고 치부할 만한 결과가 절대 아니다.

이 새로운 이야기는 절대적인 지지와 동의, 재미를 담보했다는 걸 의미한다.  


'바비' 매출 10억 달러 돌파…'여성 영화는 흥행 한계' 편견 깼다 (pressian.com)



이 결과는 두 가지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다.


1. 사람들은 정말로, 진심으로, 가슴깊이 새로운 스토리를 원한다.

- 혹여 이걸 사람들이 페미니즘 영화를 원하다는 방향으로 좁혀내지 않기를 바란다.

페미니즘이건 아니건, 여성이 주인공이건 아니건 그런 문제가 아니다.

이 스토리는 최소한 내가 봤던 많은 작법서가 제시하는 대로 흘러가지 않는다.

정말 당연하다는 빌런조차 선명하지 않다.

이런 이야기는 절대 흥행할 수 없어!라고 말했던 작법서작가님들 다 어디 숨어 계셔야 한다.

 


2. 새로운 사람이 필요하다.

이 기사에서는 여성 간부들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건 성별의 이분법으로 이해 할 문제가 아니다.

남자들이 많았다는 것은 원래 하던 사람이 하고 있다는 또 다른 의미이기도 하다.

무조건 여성 간부가 들어와서 이런 영화가 만들어졌다는 것이 더 편협한 사고방식이다.

누군가는 나에게 비겁한 평화주의자라고 비난할지 모르겠지만  

영화 <바비>가 말하는 것도 여성, 남성 이런 편 가르기 이야기가 아니다.

성별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좀 더 과감한, 의외의 사람이 해냈다고 읽어내야 한다.

최소한 영화를 봤다면!



이 두가지 조건이 모두 충족하기위해서는 시작작가들이 다양한 영역에서 나와야 한다.

글쓰기를 전공한 사람이 아니라 진짜 학교선생님이, 진짜 의사 선생님이, 진짜 택배기사님이, 진짜 가정관리사님이 스토리를 써내야 한다. 그들이 사는 세상의 그들의 진짜 스토리는 사실 그들만 알고 있다.

전형적인 스토리구조를 모른다는 것은 약점이 아니다.

진짜 스토리를 맘껏 펼치기 위해서는 모르는게 약일테다.  


내가 여기에 글을 하루도 빠지지 않고 근 두 달 가까이 글을 쓰고 있다.

고백컨데 내가 대단해서가 아니라 사실은 내 글을 꼬박꼬박 읽어주시는 신기한 분들 덕분이다.

그분 들이 부디 써주시길 바란다.

그분 들이 하실 수 있다.

그분 들만 하실 수 있다.

 



어쩌면 나는 '사람들이 원하는 스토리=사람들이 누구나 생각할 법한 스토리'라는 공식으로 이해했다는 반성이 들었다.

사람들이 누구나 좋아할 이야기를 왜 누구나 동의할 수 있는 이야기라고 생각했을까?

머리를 쥐어뜯고 싶다.

여러분들의 이해를 돕는척하며 요즘 개봉한 몇 편의 영화를 예로 들면서 이러지 말아야 한다고 말하는 것은 사실 쉽다.

그런데 정말 어떻게 해야 그러지 않을 수 있을까?

그걸 모르고 있으면서 비평을 가장해서 불난 집에 부채질을 할 필요는 없다.

같은 창작자끼리 그럼 쓰나...


우리가 안다고 생각하는 것이 우리의 발목을 잡고 있는 건 아닐지... 반성하는 오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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