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소정 Sep 21. 2022

요즘 따라 그림 그리기가 어렵다.

그림을 그린 지 만 4년이 되어 간다.

그림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고 단순히 '그리고 싶다!'라는 이유 하나 만으로

겁 없이 시작했던 것 같다.


처음 그림을 시작하면서 내가 그리고 싶은 것이

'어반 스케치', '여행 드로잉'이라는 것도 처음 알았다.


처음 1년간은 무엇엔가 중독된 것 같이 미친 듯이 그림을 그렸던 것 같다.

하루에 1점 이상 그림을 그렸다.

전문적인 교육을 받은 것도 아니고 흔히 소싯적 그림에 소질이 있는 이도 아니었기에

하나하나 맨 땅에 헤딩이었다.

그리고 싶은 장면과 똑같은 크기의 종이를 놓고 가로, 세로 3등분을 한 뒤,

사진 속 장면을 종이에 정확하게 베끼려고 노력했다.

그림이기보다는 일종의 제도 같은 느낌이었다.

그렇게 1여 년을 그리다 보니 가로, 세로 3등분의 눈금선이 필요 없게 되었고

2년이 지나니 사진 속 건물과 풍경의 윤곽선이 보이기 시작했다.

3년째 되는 날 처음으로 채색에 도전했다.

내가 열심히 그린 밑그림에 붓칠을 하면 할수록 그림이 망쳐지는 것을 보면서

'역시 소질이 없어. 채색은 무슨...'

하며 한동안 좌절에 빠졌었다.

그래도 노력은 배신하지 않는다는 말처럼 채색도 하다 보니 점점 익숙해졌고

남들에게 작품이라고 보여줄 만한 정도는 되었다.

지금은 여러 색을 섞어보면서 내가 의도하는 색을 만들어 보려고 하고 여러 선을 섞어 그려 보면서

나만의 선과 색을 발견해나가는 과정에 있다.


항상 가방 속에는 스케치북과 연필, 지우개, 펜이 들어 있었고 틈만 나면 그림을 그렸다.

'이제 지겹지 않아?'

'보통 1년 정도 하면 재미없던데...'

라는 지인들의 말을 듣고 고민을 해봤는데

전혀 지겹지가 않다. 아직도 재미있고 그림에 점점 욕심이 생긴다.

아마 평생 취미가 되지 않을까 싶다.


그런데 요즘은 선뜻 펜과 스케치북을 꺼내지 못한다.

매일 밥을 먹는 것처럼 그림은 내게 생활이자 습관이었는데

지금은 그러하지 못한다.


'왜 이러지? 슬럼프인가? 내가 무슨 프로 작가도 아니고...'

'아니면 이제 지겨운 건가? 역시 평생 취미는 없는 건가? 아닌데, 지금도 그리고 싶은 풍경이 한가득인데...'

심각하게 고민을 했었다. 밥먹듯이 그림을 그렸는데 갑자기 못 그리다 보니 마치 거식증 같았다.

가만히 생각을 해보니 선뜻 펜을 들지 못하기 시작한 때가 글을 쓰기 시작한 순간부터였다.

예전에는 주변에서 보던 예쁜 풍경, 외국의 이국적인 절경, 소박한 시골 풍경과 같이 시각적으로 인상 깊은 장면을 그렸었다.

지금은 글을 쓰기 시작하면서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에 알맞은 그림을 그려야 하기에 빈 스케치북을 한없이 바라보는 일이 많아졌다.

  

결국 내가 고민했던  화두는

'내가 하고 싶은 말을 그림과 글로 나누고 싶다.'

였다.


천해의 절경을 그림으로 붙여 넣는 것이 아니라,

그림에 이야기를 담아 나만의 숨결을 불어 놓고 싶다.


한 해, 두 해 만에 될 것이 아니기에

앞으로 평생 그림을 그리며 살 수 있을 것 같다.

매거진의 이전글 내가 교사를 선택한 이유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