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시 삼양일동(제주 올레길 18코스)
길을 걷다 연분홍과 밝은 갈색을 섞어 놓은 듯한 건물이 눈에 들어왔다. '은호 상회'라는 가게다. '상회'라는 단어가 오랜만이고 정겨웠다. 굳게 닫힌 문이라 무엇을 파는지는 볼 수 없었지만 그 대신 무엇을 팔까?라는 상상을 해 본다.
꼬마 아이들을 위한 과자 부스러기와
라면이나 참치 통조림, 계란도 있을 것이야.
아! 어르신들 한 잔 하실 막걸리랑 김, 번데기같이 안주도 팔겠지.
볕이 좋은 날에는 가게 앞 돗자리를 펴고 점 10짜리 화투나 걸쭉한 막걸리 한 사발에 시큼한 김치 한 조각을 입에 물고 흘러간 옛 노래 한 곡조 뽑는 어르신들도 계실 거야.
이런저런 상상을 하다 보니
가게 옆에 놓인 확성기가 보였다.
'혹시... 이장님이 하시는 가게인가?'
하는 추측에 확성기에서 울려 퍼지는 소리를 생각해본다.
'아아!! 삼양일동 주민들께 알려드립니다. 오늘은 태풍이 오니 문단속 창문 단속 잘하세요!'
제주도 방언을 모르니 표준어로 밖에 상상이 안된다.
제주 말을 좀 알았더라면 실감 난 꿈을 꿀 수 있을 텐데.
아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