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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정 Oct 11. 2022

제주 조천

한 없이 길을 걷다.

동이 트자마자 숙소를 나섰습니다.

무작정 길을 걷고 싶었습니다.

이것이 제주에 온 이유이지요.


머릿속이 너무 복잡해서

검은 잡생각들이 가득 차서

스멀스멀 온몸의 세포까지 침식해 버릴 것 같습니다.

머릿속이 복잡하니 육체라도 힘을 빼고자 걷습니다.

온몸에 힘이 빠지면 좀 나아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말이죠.


걷는 동안에도 머릿속에는 수많은 상념들이 교차합니다.

'이 직업을 계속해나갈 수 있을까?'

'앞으로 나는 어떻게 되는 걸까?'

'나는 아무런 말을 하지도 않았는데 왜 그런 루머가 돌아다니지?'

'나는 그들에게 아무것도 하지 않았는데, 그들은 왜 나를 싫어하고 시샘할까?'

혼자 걸으니 생각만 많아지고 허우룩합니다.

정리도 되지 않는 이 주머니들을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한참을 또 걷습니다.

새끼발가락은 물집이 생겨 걸을 때마다 생채기를 냅니다.

골반은 걸을 때마다 '삐긋삐긋'거리며 둔탁한 소리를 냅니다.

그래도 걷습니다. 온몸과 마음이 '리셋'되기를 바라면서...


땅을 보면서 걷다가 잠시 고개를 들어봅니다.

작은 마을이 눈에 보입니다.

에메랄드빛 바다 빛과 잘 익은 와인빛 하늘이 눈이 부십니다.

 아래 가지런히 쌓여 있는 돌담 안에 소복이 안겨 있는 가옥들이 보입니다.

걷던 발길을 멈췄습니다. 한동안 멍하니 바라봤습니다.


'당신은 너무 생각이 많아!'

'깊게 생각하지 마, 즐기면서 살아.'

'행복하게 살아야지. 적당히 해!'

아내와 주변 사람들이 내게 해 준 말이 하나 둘 떠오르기 시작합니다.


'그래.. 단순하게 살아야 해. 내려놓아야 해. 즐겁고 행복하게 살아야 해.'

매번 다짐하고 노력해 보지만 쉽지 않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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