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 가옥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는 골목길을 걷습니다.
시간은 평일 10시에서 11시 사이가 가장 좋답니다.
사람들은 바쁘게 일터로 들어가고 이른 시각이라 외지인도 별로 없기 때문이지요.
동네 사람들을 제외하면 외지인은 저뿐이라 오롯이 그 시간과 공간을 독점할 수 있습니다.
거기에 따뜻함과 뜨거움 중간 어디쯤의 햇살과 귓가에 스치는 바람이 더해준다면 금상첨화이지요.
지금 걷고 있는 이 길이 딱 그렇답니다.
누군가에게는 익숙하고 평범한 일상이지만
제겐 작은 먼지 하나까지도 특별하게 느껴지는 배낭여행자 같은 마음이 듭니다.
'일상 여행자'란 이런 느낌일 것 같네요.
멀리서 세탁소가 보입니다. 가까이 보니 간판에 '컴퓨터 세탁'이라고 쓰여 있네요.
'콤퓨타 세탁'이라고 쓰여 있었으면 더 좋았을 텐데...라는 욕심을 부려봅니다.
수십 년 세월이 느껴지는 다리미와 칭칭 동여맨 전깃줄, 천장에 매달린 옷가지들이 보입니다.
카메라를 들고 사진을 찍으려다가 세탁소 사장님과 눈이 마주칩니다.
"아저씨 사진 한 장 찍어도 될까요?"
라고 물어보면 되는데, 말할 용기가 나지 않아 몇 번 기우뚱거리다가 돌아갑니다.
그래도 아쉬워 먼발치에서 셀카를 찍는 척하며 렌즈를 세탁소로 향합니다.
수십 년 그 자리를 지켰을 세탁소를 보면서 문뜩 동네를 지키던 가게들이 생각납니다.
아버지의 구두의 광과 어머니의 구두굽을 책임 줘 주었던 '구둣방'
핸드폰이 귀했던 시절 집으로 연락하거나 여우비를 피해 들어갔던 '공중전화박스'
매일 아침 버스를 기다리며 헤드라인은 꼭 읽었던 '신문가판대'
그런 가게들은 이제 발품을 팔아가며 찾아가지 않으면 볼 수 없는 것들이 되었네요.
세월이 빠르게 흘러가고 세상이 하루가 다르게 변해갈 때마다
옛 것을 그리워하는 건 저만 그런 걸까요? 아니면 다들 그러는 걸까요?
현재의 삶에 적응하지 못하고 만족하지 못해 과거의 추억을 떠올리는 걸까요?
혼자 이런저런 넋두리를 하지만 결론은 내리지 못합니다.
아무렴 어떻겠습니까?
지금 제가 걷는 이 길에서 위안을 받고 있다는 점이 중요한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