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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정 Jun 19. 2023

피를 뽑다



건강검진 혈액검사를 할 때였다.
일평생 왼쪽 팔로 피를 뽑았는데
간호사 선생님이 한 창을 내 왼쪽 팔 오금을 보더니

"오른팔에 바늘을 꽂을게요."라며
바늘을 넣는다.
왼팔에 신경을 쏟던 나는 반대쪽의 찌릿함에
간호사를 원망 섞인 눈빛으로 쳐다봤다.

"헌혈을 자주 하시나 봐요?"
"아... 지난주에 헌혈했어요."
"바늘 자국이 보여서 생채기가 날까 봐 오른팔에 채혈을 했어요."
"헌혈한 게 티가 나나요?"
"그럼요. 꾸준히 하시나 보네요."

전문가는 다른가 보다.

올해 첫 다짐이 누군가를 위해 도움을 주자는 거였다.
그래서 시작한 헌혈,
시간과 품을 적게 들면서도 가치 있는 행위.

왼팔의 바늘 자국들은
올해 다짐이 아직까지 지켜지고 있다는 훈장이고
간호사 선생님이 오른팔에 놓아주신 바늘은
환자를 진심으로 배려하는 마음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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