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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정 Jun 25. 2023

코스트코적인 삶

계획도시인 세종특별자치시는 쇼핑할 곳이 별로 없다.
세종 쇼핑의 3대 장인 이마트, 홈플러스, 코스트코가 굳건히 자리 잡고 있는데, 그중 1등은 코스트코이다.

개장 전부터 오픈 런을 준비하는 사람들로 줄지어있고
폐장 시간에 가도 인산인해다.(나도 한몫을 하지만)

코스트코는 물건이 좋고 저렴하다. 네이버 최저가 보다 싸니 말이다. (나는 코스트코 직원이 아니다.) 고기, 라면, 빵, 과일처럼 먹거리만 사던 우리 가족은 어느새 신발, 가방, 티셔츠, 바지 등 옷가지도 코스트코에 의존한다. 어느덧 우리 집 대부분의 물건은 코스트코 것이었다.

문제는... 코스트코는 저렴한 반면 종류는 몇 가지 안 된다는 점이다. 가방도 1-2개, 신발도 1-2개, 옷도 2-3벌... 그러다 보니 나랑 같은 차림을 하는 사람들을 자주 만난다.

출근 버스 정류장 앞에 나와 같은 가방을 메고 있는 사람들(그들은 내가 그들을 따라 했다고 했겠지?), 산책하러 갈 때 같은 옷을 입고 있는 아저씨들(단체티 아닌데...), 목욕탕에서 같은 속옷을 입은 서로를 보며 애써 외면했던 우리...
아마 가정 방문하면 '어, 이 그릇! 이 프라이팬! 우리 집에도 있어요. 혹시 코스트코?'하고 반색할지도 모른다.

같은 가방, 옷, 신발을 착용하다 보니 책가방, 교복 같다. 세종시 교복인가? 가뜩이나 계획도시라 인간미 떨어지는 느낌인데, 사람들의 차림새도 비슷하니 영화 매트릭스 세계관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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