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들여 밑그림을 그리고 채색을 합니다.
제일 마지막으로 그림자를 입히지요.
이때가 정말 중요합니다. 그림자에 따라 그림 완성도가 달라지거든요.
그림자는 검은색으로만 칠하지 않습니다.
푸른빛이나 인디고 빛에 아이보리 블랙을 섞어 만들기도 하고,
보라빛에 검은색을 섞기도 하지요.
검은빛 속에 숨겨진 푸르름이나 보랓빛이 고개를 들 때 그림자의 참 맛이 느껴집니다.
그림자의 명도에 따라 주변의 색이 살고 죽습니다.
검은 빛에 가까운 고명도일수록 다른 색이 죽고, 흰 빛에 가까운 저명도일수록 그림자처럼 느껴지지 않지요.
물을 잘 섞여가며 밝고 어두운 그림자를 만드는 게 중요합니다.
같은 명도의 그림자로 색을 칠하면 그림의 맛이 떨어집니다.
내가 그리는 장면 속 건물, 나무, 전봇대 등을 오랫동안 쳐다보고 느껴지는
각각의 그림자를 찾아 칠해야 작품의 입체감이 살아납니다.
그림자는 나서기 보다 묵묵히 작품을 뒷받쳐 주지요.
여러분 주변에는 그림자같은 이들이 많나요? 아니면 빨주노초파남보같은 원색같은 이들이 많나요?
빨주노초파남도 같은 사람들은 겉보기에는 화려할지 모릅니다. 대단해 보이기도 하겠지요.
하지만 그림자같은 사람들이 있기에 그들이 도드라지는 것일지도 모릅니다.
그림자야 말로 '자신'보다 '우리'를 먼저 생각하는 색이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