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사람의 인생이 담겨있는 물건이 있는 것 같다.

제주 대평포구

by 소정

남들이 보았을 때는 아무것도 아닌 물건이

자신에게는 특별한 의미를 갖게 되는 경우가 있다.

아버지가 주신 손목시계, 첫 월급으로 산 가방, 헤어진 연인과 처음으로 산 커플티...

나 또한 10년 넘은 낡은 방석이 있는데 외할머니의 유품이라 버리지 못하고 사용하고 있다.

특별한 의미가 있는 물건 중에서도 그 사람의 인생이 느껴지는 물건도 있는 것 같다.

그것을 바라보면 마치 한 사람의 인생사가 펼쳐지는 듯한 감정이 일어나는 것처럼 말이다.


몇 해 전 제주도 여행 중 대평포구를 걷고 있었다.

걷다 보니 한쪽 벽에 테왁망사리가 걸어져 있는 공간을 보았다.

한참을 서서 바라보고 있는데 테왁망사리마다 해녀 한 사람 한 사람의 인생이 느껴졌다.



노인이 된 해녀는 수십 년 물질을 하면서 자식농사에 자신의 삶을 바쳤겠지.

그리고 지금은 손녀 손자의 용돈 줄 마음으로 물질을 나가실 거야.

그 옛날 먹고살기 위해 어쩔 수 있어 해녀를 선택한 사람도 있겠지.

매일 물질을 하면서 젊었을 때보다 지금의 수확량이 적다고 한탄도 하실 거야.

어떤 날은 생각지도 못한 몇 년 산 자연산 전복을 따 설레는 마음으로 귀선 할 거야.

저 빛바랜 낡은 망사리는 가장 어른 삼촌의 고단함이 배어 있는 것 같다.

저 반짝반짝한 테왁망사리는 이제 물질을 시작한 막내는 설레고 하고 두렵기도 할 거야.


해녀들의 삶을 상상하는 동안 기쁨, 행복보다 애환이 나를 덮쳐왔다.

해질 무렵이라 그런 감정이 들었는지

아니면 드라마나 영화 속에서 보이는 해녀들의 애환 섞인 삶이 각인되었는지는 잘 모르겠다.

(미디어는 강한 임팩트가 필요하니 해녀들을 고단하고 힘든 삶으로 표현하는 것 같다.)


한동안 해녀들의 이런저런 삶에 대해 상상하다가 스케치북과 펜을 들었다.

그리고 빠른 스케치로 그곳에서 느낀 감정과 기억을 기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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