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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정 Jun 23. 2022

기독교 신자지만 교회보다 성당이 좋다.

세종 부강 성당

제목만 보면 내가 가톨릭 신자인 줄 알겠지만

나는 3대째 기독교 신자이다.


기독교, 가톨릭의 종교를 이야기를 하는 것이 아니라

건물과 공간으로서의 교회와 성당을 두었을 때,

교회보다 성당을 선호하여 종종 성당을 들리곤 한다.


대부분 공감을 할 것이라 생각하는데

옥상 위에서 주변을 둘러볼 때 십자가가 정말 많다.

이 십자가는 대부분 교회일 것인데,

작은 교회든 큰 교회든지 직사각형의  상가 혹은 빌딩 같다.


우리나라에서 아파트를 금방 찍어내듯이

교회도 일정한 형태도 찍어내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


하나 유명한 건축가가 만든 멋진 교회 건물도 꽤 있다.

대형교회가 대부분이겠지만 '우와~ 이 교회 뭐야!'라며 감탄을 하게 된다.


그래도 나는 성당이 좋다.

성당도 대부분 비슷한 모습을 하고 있지만

교회와는  다른 느낌 혹은 감동을 준다.


아마 수 세기 전부터 전통적인 건축 양식이나 형태가 그대로 전해져 왔기 때문이라 생각된다.

서양 미술사에서 성당에 대해 00 건축양식, ㅁㅁ양식 등 어렵게 설명을 하고 있지만

그냥 누구나 성당을 보면 오랜 역사의 흔적이 전해져 내려온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이것이 흔히 '전통'이라도 하는 것이겠지만.


성당 중에서도 대도시보다는 작은 시골마을에 있는 성당을 좋아한다.

(명동성당 같은 대도시 중심에 있는 성당은 내가 범접하기에 왠지 두려움이 있다.)

충북 음성에 살 때 종종 들렸던 감곡성당(감곡 매괴 성모 순례지 성당) 같은 곳이 좋다.


세종으로 이사온지 5년이 되어가는데

부강면에 있는 부강 성당이 오랜 기간 동안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1957년에 설립되었다고 한다.)

세종시 중심에서 부강면으로 넘어가면 전형적인 시골의 모습이다.

시골길을 따라가다 보면 길이 끝날 때쯤 부강 성당이 보인다.


[세종 부강 성당]


안으로 들어가면 작은 한옥성당이 보이는데 성당을 둘러싼 낡은 벽돌들이 꽤나 운치 있다.

이 한옥성당이 초창기의 성당이었고 조금 더 들어가면 미사를 드리는 본 성당이 보인다.

성당 안에는 작은 강대상과 신도들의 긴 의자가 양 옆으로 놓여 있는데 많은 사람들이 들어가기에는 작은 공간이었다.

낡은 부분을 새로 만들기보다는 틈틈이 보수를 하여 옛것과 지금의 것이 공존하는 느낌이 꽤 괜찮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공간은 성당 앞에 있는 커다란 느티나무이다.

어찌나 큰지 느티나무 그늘 아래 10여 명이 앉아 있어도 더위를 피할 수 있다.

신부님께서 느티나무의 굵은 가지에 줄을 매달아 그네를 만들어 놓으셨는데

두 딸은 성당보다 그네 타기에 푹 빠졌다.

느티나무 아래에서 편히 쉬다 가라는 신부님의 마음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전통을 지키자! 옛 공간은 혁신하자! 등등 말은 하지만

옛것을 있는 그대로 보존하기보다는 새로 부수고 만드는 게 더 많은 것 같다.

종로 인사동이나 피맛골을 봐도 재생사업이라 했지만 결국 낡고 지저분하다는 명분으로 없애지 않았는가


전통 보존사업, 도시재생사업 등 그런 건 복잡하고 잘 모르겠다.


지금 우리에게 여유와 추억이 담긴 공간을

우리 아이들.... 손자 손녀들에게도 보여줄 수 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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