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마스와 도마씨
만일 그러고도 나아진 기미가 보이지 않거든, 네가 고통에 동참하길 꺼리기 때문에 그토록 어렵게 느껴지는 것은 아닌지 되돌아보라.
네가 고통을 맞이할 준비를 하면 할수록 네 행동은 지혜로워지며 받게 될 은총도 커질 것이다.
고통을 맞이할 마음의 준비가 충분하면 훨씬 쉽게 견뎌 낼 수 있다.
198. 3부 19장
우리는 고통을 나쁜 것, 어떻게 해서라도 피해야 할 것으로 생각한다. 심리상담의 큰 목표도 심리적 고통의 완화라고 말할 수 있다. 그러다 보니 고통이 무엇이든지 간에 고통에 대한 자동반응을 갖게 된다. "고통은 나쁜 것. 나한테 일어나면 안 되는 것!" 되도록이면 진통제처럼 느끼지 않을 수 있는 다양한 방법을 시도하게 된다. 뜨거운 물에 손가락을 데었다가 뜨거움에 곧바로 손을 거두고 차가운 물에 손가락을 식히는 것처럼 말이다. 신체적으로 그렇듯이 심리적으로도 이런 회피는 자연스러운 것이다. 그런데 역설적이게도 심리적 고통은 피하려고 할수록 오히려 그 고통이 부각되는 성향이 있다.
도마씨는 어느 날 우체국에 소포를 부치러 갔다가 너무 가슴이 답답하고 심장이 조여 오는 느낌에 소포를 그대로 들고 집에 왔다. 처음에는 별일 아니라고 무시했는데 장을 보러 간 대형마트에서 카트를 끌고 가다가 이번에 몸이 사시나무 떨듯이 후들거려서 그대로 물건이 담긴 카트를 놓고 돌아와야 했다. 심장에 이상이 생긴 것 같아 병원에 갔으나 증상이 없으니 오히려 신경정신과를 가라고 해서 도마씨는 혼란스러웠다고 한다. 그 이후에도 2년 정도 가끔씩 이런 증상이 있었다. 문제는 삶의 의욕이 없어진 것이다. 책임감만큼은 자신했었는데 최근 회사에서 몇 차례 실수를 하고 도마씨는 많이 좌절했다. 어렸을 때부터 스포츠에 재능이 뛰어났고 군대에서도 유능했다. 담배를 끊자고 마음먹었을 때 단번에 끊었고 도박을 했다가 중독이 될 것 같아 멈추었다. 도움이 안 되었던 아버지는 도마씨가 어렸을 때 어머니와 이혼하셨고 가끔 연락한다. 그 뒤 어머니는 재혼하셔서 다른 지역에 살고 계신다. 도마씨는 나한테 말했다. “ 나는 문제가 있으면 파악도 빠르고 어떻게 해결할지 아는 사람입니다. 저는 문제를 피해 도망가는 사람이 아닙니다. 돌파하면 해결되게 되어 있어요. 그런데 의사가 공황장애라고 하는 이거는 어떻게 해도 없어지지가 않아요”
도마씨는 점차 모임에 나가는 것을 주저하게 되었다. 특히 회사에서 주관하는 모임은 혹시라도 상사들에게 자신의 ‘병’을 들킬 수도 있어서 변명을 둘러대고 피했다. 사람들과 가까워지려고 할수록 뭔가 더 꼬이는 기분이다. 여자친구와는 거의 헤어지기 직전이다. 만나기로 했다가도 불안이 감지되면 곧잘 취소하니 여자친구 입장에서는 불만이 많다. 도마씨는 오히려 여자친구가 불만을 표현할 때마다 더 불안해져서 아무래도 관계를 정리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 중이다. 사람들 눈치를 보다가 위축되다가 그러고 있는 자신이 너무 싫어 심하게 비난하게 된다. "내가 이거 하나 이겨내지 못하다니"
나는 도마씨에게 이제까지 해오던 방식과 다르게 고통을 대해보자고 했다. 먼저 이런 고통이 무엇을 말하는지 들어보기로 했다. 그는 몸이 반란을 일으키는 거라며 살짝 웃었다. 그동안 도마씨의 삶을 보면 늘 긴장의 연속이었다. 자기 이야기를 시작하자 도마씨는 본격적으로 그가 경험한 사건들을 이야기했다. 별거 아닌 것처럼 지나가듯 던지는 이야기를 붙들어 몇 가지 질문을 하면 그 사건이 얼마나 충격적인지 금방 알 수 있었다. 그가 지금 경험하는 몸과 마음의 반란은 전혀 이상한 것이 아니었다. 나는 그에게 소리 내어 그가 경험하는 고통은 전혀 이상할 것이 없다고 스스로 소리 내어 말해보도록 했다. 도마씨는 정말 어색해했다. 하지만 시작했다.
내 삶에 들어온 고통을 마다하지 않고 받아들이는 방법은 토마스처럼 "예수님도 고통받으셨는데 네가 뭐라고 피해 가려고 하느냐"라는 단순한 진리를 겸손하게 받아들일 수 있다. 우리는 고통을 수용하는 과정에서 예수 그리스도를 닮아간다. 그러나 때때로 이 말은 너무 거룩하게 들려서 내가 지금 경험하는 공황장애와는 상관없이 느껴질 수 있다.
내 삶에 들어온 고통을 마다하지 않고 받아들이는 가장 첫걸음은 고통을 '적'으로 보지 않는 것이다. 우리의 도마씨는 오랫동안 직업 군인이었다. 그에게 '마음이 힘들다'는 표현은 징징대는 것이다. 공황장애는 '제거되어야 할' '이겨야 할' 무언가다.
몬티 라이먼의 그의 책 <고통의 비밀: 통증에 관한 오해와 진실>에서 이렇게 말한다.
"통증은 몸을 보호하기 위한 반응이며 반드시 조직손상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이해하는 것이 몸과 마음을 치유하는 첫 번째 단계다"
이 책은 만성통증 환자뿐만 아니라 심리적 통증 혹은 사회적 통증(외로운 과 같은)에도 같이 적용된다. 도마씨의 공황상태는 도마씨가 위험에 처해있다는 것을 의식적으로 마음에 알리기 위한 신호이다. 혼란스러운 것은 주변에 아무것도 위험한 것이 없는데 마음에서는 자동적으로 보호 시스템이 가동되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오작동' 발생하는 것은 이미 과다한 스트레스로 인해 신체적, 심리적으로 조절 기능이 어려워진 것이다.
이때 우리는 잘못된 신호 자체에 주목해서 비난하기보다 신호에 잘 반응하는 것이 우선이다. 가능하면 그 자리에서, 그 자리가 안전하지 않다고 느끼면 환기할 수 있는 공간에서, 호흡법이나 그 라운딩 기술을 통해 먼저 신체를 안정화시킨다. 그 후에 자신을 '친절하게' 대해준다. 고통을 무시하거나 그렇다고 과장할 필요 없이 내가 지금 어떤 상태인지 알아차린다. 도마씨는 호흡에 집중하면서 한 손을 경직된 자기 가슴에 두고 말했다 "나는 조금 전에 내 몸이 정말 굳어버려서 아무것도 할 수 없었어. 무엇 때문인지 몰라 혼란스러웠고. 심장이 빨리 뛰어서 안심을 시켜주고 싶어. "
몬티 라이언은 우리 뇌의 경이로움을 거듭 강조한다. 우리 몸의 신경 가소성이 우리가 위험을 인식하는 방식을 재창조하도록 돕는다. 내 마음에서 안전감에 대한 확신이 늘어날수록 우리 마음은 안정을 학습하게 된다.
'윽박지르기'가 도움이 안 되는 것은 확실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