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 버팀으로써

토마스와 도마씨

by 권박
고난과 시험을 굳건히 버팀으로써 자신이 얼마나 큰 이익을 얻었는지 알게 된다. 시험이 없는 가운데 열성적이고 헌신적으로 행하는 것은 조금도 높이 평가받을 만한 것이 못된다.
어떤 사람들은 큰 시험보다 종종 부딪히는 사소한 시험을 잘 이겨내곤 한다.
사소한 문제를 이겨 낸 이들은 큰 시험을 당했을 때 겸손해진다.
50. 1권 13장

비딱한 말은 아니지만 딱딱한 말이다. 얼굴에 힘이 빡 들어간 교관이 가뜩이나 힘든 도마씨에게 고통의 유익을 가르치고 있다. 나는 이런 말을 들으면 약간 긴장된다. 도마씨가 이 말을 듣고 상처받으면 어쩌나 걱정되기 때문이다. 고난을 마치 근력운동을 위한 덤벨처럼 들고 버티라고 말하는 것처럼 들린다.


토마스가 말하는 '고난과 시험을 굳건히 버팀'무엇인지 나는 잘 모른다. 믿음 있는 그리스도인들은 이 말을 시험가운데 힘들지만 참아내는 청교도적 이미지로 사용할 수도 있다. 혹은 더 단순하게- 내가 지금 이 글을 쓰고 있는 것도 어느 정도의 시험을 견디어야 하는 일-이라는 의미일 수도 있다. 글을 쓰기 위해서는 굳건히 책상 위에 버티고 있어야 가능한 일이다. 눈에 보이는 결과를 위해 시험을 통과하는 고통은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지는데 마음에서 일어나는 일은 훨씬 더 복잡하다.


도마씨가 나한테 묻는다.

"선생님, 상실을 수용하라는 말이 무슨 말인지 모르겠어요. 어떻게 해야 수용하는 건가요?"


오랫동안 좋아했던 여성에게 마음을 고백하고 거절당한 도마씨는 많이 힘들어했다. 어린 시절 화장실에 다녀온다고 하고 다시 돌아오지 않은 어머니를 이해할 수 없었고 오늘부터 그동안 좋아했던 그녀에게 문자 조차 할 수 없게 된 것을 이해할 수 없다. 도마씨는 자신이 무엇을 잘못했을까 계속 생각한다. 인생을 이미 망친 것 같아 미래가 전혀 기대되지 않는다.


역설적이게도 고통으로부터 치유는 고통을 받아들이는 것으로부터 시작된다. 고통을 피하기 위해 애쓰면 오히려 자신을 고립시켜 버려 일상생활조차도 버겁게 만든다.


도마씨가 타인으로부터 버림받는 고통을 느끼지 않기 위해 반복하는 주문이 있다.

"나는 사랑받을 수 없는 존재야. 아무도 나를 원하지 않아. 앞으로도 아무도 나를 좋아하지 않을 거야"

도마씨는 자신에게 조금의 가치도 주지 않는다. 최근에 공모전에 입상해서 큰 상을 받았지만 누구나 자기만큼 시간을 할애한다면 얻을 수 있는 결과라고 믿는다.


"도마씨는 지난 학기도 수석으로 마무리하셨잖아요"

"네"

"한 학기 동안 공부를 열심히 하셨겠어요"

"뭐. 저처럼 가진 것이 없으면 성적이라도 잘 나와야죠. 누구나 시간 들이면 이 정도는 해요"
"시험 보기 전에 시험을 망칠 것 같아 불안하지 않으셨어요?"

"불안했죠"

"그래도 도망치지 않고 시험을 치르셨네요. 과탑 하신 걸 보면"

"네"
"시험 보실 때도 긴장하시나요? 어떻게 긴장을 느끼시나요"

"네. 심장이 화끈거리는 것 같아요. 어떤 때는 땀이 많이 나서 신경 쓰일 정도예요"

"쉽지 않으셨을 것 같아요. 힘드셨는데도 중간에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한 학기를 끝내셨어요."

"저처럼 외모도 별로고 사람들에게 인기 없는 사람은 이런 스펙이라도 있어야 하니까요."

"지금 그 말을 할 때 어떤 감정을 느끼시는지 알려주세요. 나는 외모도 별로고 인기도 없다..."

"우울하죠. 힘이 빠지는 것 같기도 하고 그러면서도 불안해요."

도마씨는 다리를 떨고 한쪽 손바닥을 다른 손으로 긁었다.

"도마씨 다시 한번 나는 지금 불안을 경험하고 있다. 말해보시고 몸에서 마음에서 무엇을 경험하고 있는 알려주시겠어요"

"나는 지금 불안을 경험하고 있어요. 몸이 긴장되고 슬픈 것도 같고 우울한 것도 같아요..... 아.. 화가 나요. 내가 뭘 잘못했다고 사람들은 나를 밀어내는 걸까요"

"그 생각과 감정들을 쫓아내지 마시고 여기 의자에 앉도록 손님처럼 안내할게요."

"약간 거리가 생겼어요"

" 도마씨 저를 따라 해 보시겠어요?"

" 나는 외모도 별로고 인기도 없고 사람들은 나를 밀어낸다."

" 나는 외모도 별로고 인기도 없고 사람들은 나를 밀어낸다."

"다시 한번 따라 해보시겠어요? 나는 내가 외모도 별로고 인기도 없고 사람들은 나를 밀어낸다고 생각한다"

"나는 내가 외모도 별로고 인기도 없고 사람들은 나를 밀어낸다고 생각한다"

"어떤 차이가 느껴지나요?"


수용전념치료(Acceptance Commitment Therapy)에서는 이것을 맥락적 자기 (Self-as- Context)라고 말한다. 도마씨가 지금 떠오르는 그 생각은 자신의 일부일 뿐이다. 그런 생각들이 떠오를 수도 있다. 하지만 그 생각이 곧 사실이거나 나와 동일시되지 않는다.


고통과 시험을 굳건히 버티는 방법은 많을 것이다. 토마스의 가르침의 본질은 우리가 경험하는 고통을 피하거나 적대시하지 말고 오히려 삶의 일부로 받아들였을 때 우리에게 유익하다고 말하는 것 같다. 고통을 나쁜 적으로 돌리지 않고 내 삶의 '일부'로 받아들이는 것이다. 점차로 불안은 안정되고 내 외모가 별로라고 생각이 들 때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때도 있다는 것을 인정하게 될 것이다. 도마씨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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