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 나에게서 비롯되었다면

토마스와 도마씨

by 권박

송골송골 땀이 맺힌 코 위에 걸친 두꺼운 안경을 한 손으로 밀어 올리며 18살 도마씨는 나에게 말했다.

"친구는 자연스럽게 생기는 게 아닌가요? 꼭 그런 방식으로 감정을 말해야 하는 건가요?" 도마씨와 친구와이 관계에서 자기표현을 연습하려고 했을 때 그가 한 말이다.


고등학생 남자 도마씨는 학교에서 인기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자기가 말하면 친구들이 전혀 재미있어하지 않는 것 같아 어색하다. 공부는 잘하는 편이기는 하지만 그것 말고는 잘하는 것이 없다며 의기소침해진다. 무엇보다 도마씨의 걱정은 땀이 많이 난다는 것이다. 집에서는 괜찮은데 학교에 가면 온몸에서 땀이 솟아나는 기분이다. 병원과 한의원을 다니면서 조금 나아지기는 했지만 여전히 불편하다. 다한증이라고 했다.


일본의 자율신경분야의 전문가 고바야시 히로유키는 <하루 세줄, 마음정리법>에서 자율신경은 환경이나 상황의 변화에 대응하여 자동족으로 신체활동을 조절하게 된다. 추워지면 땀샘을 자극해서 체온을 유지하고, 더워지면 땀샘을 열어 몸 안의 열을 땀으로 내보내 체온을 떨어뜨리는 것이다. 그는 인간관계에서도 마찬가지라고 설명한다. 상대방이 화를 내면 교감신경이 자극을 받아 심신이 전투태세로 들어가고, 상대가 편하게 웃으면 부교감 신경이 자극받아 심신이 이완되어 휴식 모드로 들어가게 된다.


우리의 도마씨의 경우, 학교에 가면 그는 주변 환경에 온통 날이 곤두서있다. 같은 반 아이들이 저쪽에서 하는 장난이나 대화까지 신경이 쓰인다. 특히 반 아이들 중에 인기 많은 아이의 말투나 행동에는 더욱 예민하다.

“애들은 재미있는 사람을 좋아해요. 농담도 잘하고 웃기는 말을 잘하면 인기가 많아요. 저는 재미없어요. 어색하고”

친구들에게 말을 걸어 보았을 때 경험을 이야기 달라고 했다.

“나처럼 재미없는 애를 누가 좋아하겠어요. 무시하거나, 쟤는 뭐냐는 표정이에요. 가끔 툭툭 치거나 거들거리는 아이들 때문에 화가 나요”

친구들의 이런 태도 때문에 도마씨의 교감신경은 과도한 자극을 받고 온몸은 더워지고 땀이 계속 난다. 땀이 나면 몸이 불편하고, 사춘기 아이의 호르몬 변화와 더불어 유쾌하지 않은 냄새에 더욱 위축되고 긴장된다.


문제는 도마씨가 다른 친구의 말이나 행동을 왜곡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사람들이 나를 좋아할 리 없어!”라고 미리 단정해 놓고 대인관계를 하려 하니 타인이 보내는 신호를 잘못 해석하게 되는 것이다. 무엇보다 반친구들을 인기 많은 사람과 인기 없는 사람으로 나누고 인기 많은 사람에게만 과한 관심을 둔다. 자신에게 말을 걸거나 방과 후 활동을 제안하는 다른 친구들은 오히려 무시한다.


“인기 많은 사람과 ‘자연스럽게 ‘ 친구가 되고 싶다. 나만 전전긍긍하고 긴장하면서 친구가 되려고 노력하는 것이 싫다. 나도 인기 많은 사람이 돼서 저절로 친구들이 생겼으면 좋겠는데 나는 재미있는 사람이 아니다”라는 것이 우리 도마씨의 솔직한 욕구이다. 맞다. 인기 많은 사람이 되고 싶은 것은 잘못이 아니다. 많은 사람들이 그럴 것이다. 하지만 그것에만 초점이 맞추어져 있어서 타인의 말을 듣고 공감하고 반응하는 과정을 놓친다면 욕구가 아니라 현실성 없는 욕심이다.


(고바야시 히로유키의 설명을 다시 가져오면) 나는 도마씨의 자율신경의 균형, 즉 교감신경과 부교감 신경이 적절하게 작동할 수 있도록 도왔다. 야간자습까지 포함해 학교에 있는 시간이 너무 길어서 늘 교감신경이 우의에 있어서 부교감 신경을 통해 더 많이, 자주 안정화되는 연습을 시도했다. (고바야시는 마음을 정리하는 세줄 일기 쓰기를 추천한다)


내 아들아, 만일 네가 어떤 사람을 좋아하게 되어 그로부터 평화를 구하려 한다면, 네 마음이 항상 불안할 것이며 시험이 끊이지 않을 것이다…. 만약 친구에 대한 감정의 뿌리가 자신에게서 비롯되었다면, 스스로 인간관계를 단절하고도 살 수 있도록 연습할 필요가 있다
263. 3권 42장


토마스의 이 말이 청소년 도마씨에게 적절한 조언인지 모르겠다. 발달단계로 치자면 도마씨는 또래관계에 합류해 가는 시기이고 대인관계를 통해 자신의 정체성을 발견해 가는 시기이다. 이때 인간관계를 먼저 단절해 보는 것은 발달단계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이다. 그럼에도 적용점이 전혀 없는 것이 아니다. 어떤 의미에서 나도 우리 도마씨에게 비슷한 접근을 적용한 셈이다.


도마씨에 학교에 노출되어 있는 시간을 줄이고 스포츠를 배우고 나와는 대화기술을 연습했다. 자신이 인기 있는 사람이 되고 싶은 욕구와 좌절감이 - 토마스에 따르면 친구에 대한 감정의 뿌리가 자신에게서 비롯된- 자연스러운 대인관계를 방해했다. 욕구조절이 처음에는 어려웠는데 대인관계에서 거리감을 두었더니 오히려 자연스러운 상호작용을 조금씩 하게 되었다.

도마씨가 다한증이 많이 없어졌다면서 악수를 신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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