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마스와 도마씨
"많은 사람들이 다른 곳으로 가면 더 나으리라 꿈꾸지만, 곧 그것이 착각이었음을 깨닫게 된다"(p. 41)
도마씨는 직장 적응 문제를 이야기하고 싶어 했다. 적어도 겉으로는 그랬다. 고향에서 이 도시까지 온 것은 새로운 직장뿐만 아니라 새로운 삶을 찾아서 온 것이라고 했다. 이곳이 도시라고 해도 그녀의 고향이 훨씬 큰 도시이다. 일명 '사람이라면 큰물에 가서 놀아야지' 하는 야망으로 옮긴 것은 아니다.
단지 문제는 이번 직장이 4번째이며 그녀는 이제 막 서른을 갓 넘기고 있었다. 어렸을 때부터 공부 잘한다는 소리를 들었다고 해서인지 그녀의 깔끔한 외모는 더 똑똑하게 보이게 했다.
"그렇게 비효율적인 일처리를 도저히 참을 수 없어요. 나는 저를 미워하는 상사는 참을 수 있지만 일 못하는 사람 밑에서 일하는 것은 너무 어려워요. 사람들은 말도 안 되는 일을 시키면서 왜 그렇게 당당할까요?
"그럼 도마씨는 이번에는 일 잘하는 상사를 찾아 다른 곳으로 이직하는 것을 선택하실 예정이신가요?"
우리는 도마씨가 직장을 다섯 번째 옮기면 아마 삶이 다시 괜찮아질 것이라고 기대한다면 아무래도 곧 실망할 것이라고 '조심스럽게' 말할 것이다. 토마스는 착각이라고 말한다. 심리상담자도 착각이라고 말한다. 반복되는 문제는 상황 탓이라기보다는 다른 상황을 같은 방식으로 해석하고 반응하는 도마씨의 고착된 프레임에 있다. 짙은 선글라스를 쓰고 온 세상이 왜 이렇게 어둡냐고 하는 자신을 살펴볼 일이다. 그러면 나와는 다른 안경을 쓴 사람들이 이 세상에 살고 있다는 것도 보이게 된다.
토마스의 충고는 단순하다.
누구나 자신의 뜻에 따라 행동하기 원하고, 자신과 같이 생각하는 사람들을 좋아하기 마련이다. 그러나 만일 하나님께서 우리 가운데 계시다면, 우리는 때때로 평화를 위해 우리 자신의 견해를 포기해야 한다 P. 110 2권 3장
19세기 정신의학자이자 심리학자 아들러도 토마스에 충고에 고개를 끄덕일 것이다. 아들러를 현대인들에게 적용해서 큰 인기를 얻은 기시미 이치로는 <미움받을 용기>에 이어 <버텨내는 용기>에서 개인이 가진 이런 안경을 라이프스타일을 쉽게 설명한다.
"아들러는 세계, 인생, 자기에 대해 의미 부여하는 것을 라이프 스타일 Lifestyle이라고 했습니다. 인생을 살면서 맞닥뜨리는 문제를 어떤 식으로 대처하는가는 어떻게 의미를 부여하는가와 깊이 연관되어 있습니다."
우리의 도마씨가 직장을 다섯 번째 옮기려는 것은 그가 세계, 인생, 자기에게 어떤 의미를 어떻게 부여하는지와 관련 있다. 아들러에 의하면 형제 순위, 친자관계, 문화적 환경 모두 라이프스타일 형성에 강력한 영향을 미친다. 어린 시절에는 특정한 라이프스타일을 선택하기 전에 많은 고민을 하지만 어른이 되면서 자신의 라이프 스타일은 고정되어 간다. 한번 고착된 라이프 스타일을 바꾸기는 쉽지 않다. 그것이 많이 불편하고 자신에게 유익을 주지 않을 수 있어도 이미 익숙한 라이프 스타일은 나에게 무슨 일이 일어날 것에 대한 혹은 일어난 일에 대해 답을 주기 때문에 그대로 유지하려는 경향이 많다.
"우리는 어쩌면, 익숙한 '라이프스타일을 바꾸지 않겠다'라는 결심을 부단히 실천하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이 결심을 포기해야 라이프스타일을 바꿀 수 있습니다. 지금의 라이프스타일로는 더 이상 살아갈 수 없다는 절실한 자각이 있지 않는 한 바꿀 수 없는 것입니다" <버티어 내는 용기> P. 78
도마씨도 심리치료까지 왔을 때는 '더 이상 이대로 살 수 없어. 뭔가 잘못되었다고'라는 자각 때문이다. 그럼에도 동시에 그는 '나의 라이프스타일을 포기할 수 없어'라는 결심으로 저항하는 과정을 거쳤다. 그의 라이프스타일, 즉 의미를 부여하는 방식은 상황 때문에 현재의 내가 만들어졌다는 것이다. 아들러는 이런 방식을 철저히 부정하고 '그것을 선택한 것은 다름 아닌 자기 자신'이라는 점을 강조한다. 기존의 라이프스타일을 포기하면 도마씨는 지금 내 인생은 나의 선택으로 만들어졌다는 책임을 져야 한다. 포기하기가 쉽지 않은 일이다. 불안하고 두렵기 마련이다.
아들러는 현실을 응시하면서도 이상적인 목표를 바라보라고 말한다. "이상을 응시하는 한 최종 목표는 늘 시야에 있기 때문에 방향 전환이 가능합니다. 역경의 한가운데 있을 때 이런 말을 받아들이기 어렵지요. 그러나 이상은 우리를 인도하는 별입니다"
도마씨는 점차 자신의 라이프스타일을 이해하기 시작하면서 고집스러운 방어를 내려놓기 시작했다. 지금은 삶의 목표를 다시 찾는 중이다. 자신에게 가장 '선한 것'을 발견하고 그 별을 따라가 보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