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마스와 도마씨
병원에서 성인 ADHD 일명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라는 진단을 받았다는 내담자들을 종종 만난다. 도마씨는 겉으로 보았을 때 주의력에 문제가 있다고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그녀는 자신의 이야기를 나지막한 목소리로 차근차근 말했다. 몸짓도 크지 않고 나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잘 경청하였다. 주의력 결핍과잉행동 문제가 있는 사람의 특징이 잘 보이지 않는다. 그녀는 자신이 '조용한 ADHD'라고 진단했다
전형적인 ADHD 하면 흔히 떠올리는 건 산만하고, 과잉행동이 많은 모습인데, “조용한- Quiet ADHD”는 그 반대로 겉으로는 얌전하고 조용해 보이지만, 내면적으로는 집중하기 어렵고, 건망증, 멍해짐, 과제 미루기 등이 심한 경우를 말한다. 사실 공식적인 진단명이 아니고 특히 여아들이 조용한데 집중을 잘 못하는 학생들을 설명하던 말이 일반화 된듯하다. ADHD의 유형은 복합형, 주의력 결핍 우세형, 과잉행동-충동 유세형이 있다. 복합형이 가장 흔하지만 다른 줄 중 한 가지에 속하는 어린아이들도 있다. 도마씨의 타입은 ADHD-Inattentive Type (주의력결핍 우세형)이라고 전문가들이 자신의 상담 노트에 적을 것 같지만 사실 성인 ADHD는 훨씬 복잡하다. ADHD는 주로 7세 이전 아동들에게서 발견되는 현상으로 20대에 들어서 많이 없어지고 또한 있다 해도 긍정적으로 동기부여를 할 때 장점으로 활용되기도 한다. 하지만 근래에 들어 청소년과 성인들도 자신이 ADHD에 속한다고 말하는 것을 종종 듣게 된다.
도마씨는 상대방이 말하는 것을 아무리 집중해서 들으려 해도 이해가 잘 되지 않아 속으로 몇 번이나 되뇌거나 책을 읽을 때도 같은 문장을 반복해서 읽어야 해서 힘들어한다. 처음에는 자신도 학습장애가 있는지 스스로 의심했으나 그는 수도권 대학에 들어갔고 졸업도 했다. 많이 노력하고 사는 것이 분명하다. 그래서 자주 많이 지친다. 착한 도마씨는 다른 사람들하고 대화할 때 집중하려고 애쓰고 자녀들에게 동화책을 소리 내어 읽어주며 주의를 모은다. 그래서 다른 사람들은 자기가 ADHD를 가지고 있는지 모를 거라고. 하지만 자기 일을 할 때는 다른 말이다. 아침에 자동차 키를 찾으려고 가방을 열다가 어제 문자 회신 안 한 사람이 생각나서 문자를 보내고 또 다른 문자를 읽다가 화들짝 놀라 뛰어나가는 식이다. 자녀들이 학교에 필요한 물품들을 챙겨서 보내지 못한 경우도 종종 있다. 쉽게 산만해지고 정신없이 일을 마치면 녹초가 된다. 그럼 나도 ADHD 아니야? 이 글을 읽는 당신도 화들짝 놀랄 수도 있겠다.
ADHD의 원인이 무엇인지는 사람의 모든 현상이 그러하듯이 매우 복잡하다. 유전과 애착의 문제, 성장과정에서 경험하는 다양한 크고 작은 트라우마, 생활양식 등등 많은 요소들의 배합의 결과이다. 많은 사람들이 같은 조건에서 다른 증상 혹은 무증상을 보이는 것을 보면 어떤 때는 원인을 규명하기보다 어떻게 대처하는지가 회복을 위해 더 필요한 것 같다. 특히 현대인의 삶에서 주의 집중력 장애는 어쩌면 장려되고 있는 현상이다. 소비자의 ‘주의집중력’ 은 말 그대로 엄청난 현금적 가치가 있다. 우리의 주의를 얻기 위해 얼마나 많은 회사들이 ‘전략적으로, 조직적‘으로 경쟁하는가. 한곳에 집중하도록 우리를 가만히 내보려 두지 않는다. 한 곳에 머물러 주의를 모아 상호작용하는 시간이 짧아지고 우리는 점점 짧은 집중에 익숙해졌다. 조금만 길어져도 쉽게 지루해져서 내가 듣고 있는, 내가 읽고 있는 내용을 해석하기 어렵다. 인내심이 금방 바닥을 드러난다. 한 걸음씩 과정을 겪어가는 것보다 얼른 결과를 알고 싶다. ADHD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은 도파민이 정상인들에 비해 부족하다. 도파민은 뇌에서 우리가 하려 가하는 일을 추동하는 역할을 하는데 이것이 부족했을 때 일을 못 마치니 당연 인내심이 부족해 보일 수 있다.
요한 하리의 <도둑맞은 집중력>에서 읽은 한 연구 결과가 흥미롭다. 앨론 수류푸 Alan Sroufe가 대규모 연구 프로젝트를 진행했는데 그 역시 대다수의 과학자들처럼 ADHD가 뇌의 타고난 생물학적 문제에서 비롯되었다고 믿고 있었다. 그러나 그는 자신이 발견한 결과에 깜짝 놀랐다. ADHA예측에 가장 주요 요소는 “주변 환경이 얼마나 혼란한가”였다. 무엇보다 부모들이 받는 큰 스트레스가 큰 영향을 미쳤다. 아이들이 속이 상하거나 화가 나면 자신을 달래지고 진정시켜 줄 어른이 필요한데 스트레스가 쌓인 부모들은 본인 너무 “과각성” 상태로 흥분한 상태이어서 자녀를 달래주지 못한다는 것이다. 자신의 중심을 보고 집중하지 못하는 성인은 자녀들의 고통을 듣고 위로해 줄 수 없기 때문에 자녀들도 과격해지고 산만해지게 된다. 성장할 때 안정적이고 차분하고 지지적인 환경을 경험해보지 못했다면 성인이 된 우리는 이제 우리는 질문해 봐야 한다. “지금 나의 주변 환경은 얼마나 혼란한가?” 나를 평온함으로 초대하는 환경은 무엇인가?
다시 토마스를 듣자.
“외부 세계로 향하는 눈을 감고 내면에 집중하는 자는 복되도다. 이처럼 내적인 실체를 발견하고, 매일 기도와 수양으로 천국의 비밀을 깨달으려 노력하는 자는 복되도다.”
3부 1장 147
참, 나의 도마씨는 ADHD가 아니라 우울증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