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마스와 도마씨
도마씨 부부와 상담을 시작할 때 내가 마치 보물찾기 하듯 열심히 찾아보았던 것이 있었다. 요리 저리 물어보고 그런 단서가 조금이라도 보이면 보물을 찾은 것처럼 기쁘다. 놓치지 않고 기억해 놓았다가 적당한 때에 당신들의 보물이 여기 있어요!라고 외치는 바로 그것은 우리 부부 관계가 나아지기를 진정으로 기대하는 마음이다. 부부상담까지 왔는데 다들 그 마음으로 오지 않았겠는가 하겠지만 사람 마음은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 마음 깊숙이 그 마음이 있기는 한데 인정하기가 두렵다는 것이 더 맞을 수도 있겠다.
괜히 기대했다가 다시 실망할까 봐 두려워요" 아내 도마씨가 말했다.
아내의 높은 기준을 더 이상 맞춰갈 자신이 없어요" 남편 도마씨가 말했다.
"그럼 상담은 왜....?" 도마씨 부부의 상담사가 물었다.
부부사이가 너무 힘들어서 뭐래도 해야 할 것 같았다고. 이렇게 가다가는 누구 한 사람은 미쳐 버릴 수도 있을 것 같다고. 너무 지친다고 도마씨 부부는 번갈아 가며 호소했다.
"아.. 변화는 필요하지만 변화에 대한 기대는 하고 싶지 않으시군요. 실망하까 봐. “
”변화는 필요하지만 변화를 위한 어떤 행동을 하고 싶지는 않으시군요. 나만 애쓰는 것 같아 억울해서”
우리는 ’ 내가 노력하면 내가 바라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다 ‘라는 신념이 있을 때 행동하게 된다. 기대가 있어야 행동하려는 동기가 생기는 것이다. 그런데 이전 경험에서 내가 아무리 노력해도 우리 부부관계에 아무런 변화가 없는, 오히려 그동안 열심히 시도했던 것들이 폄하되는 경험을 한다면 원하는 결과를 바라는 마음조차 사라진다.
“정말 이 결혼 생활이 나아질 수 있을까? “ 에서 내가 정말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도 모르겠다고 느끼는 것이다.
이 부부뿐만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고통의 시간에서 소망을 잃어버린다. 아니 소망하기를 멈추어 버린다. 기대가 있어야 행동하는데 기대하면 실망하게 될까 봐 기대하기를 멈추고 행동하지 않는다. 행동하지 않으니 변화가 없다. 뭔가 진퇴양난에 빠진 듯하다.
자신에게 어떤 선한 것이 있다면, 다른 사람들에게는 훨씬 더 선한 것들이 있다고 믿어라. 그러면 계속 겸허함을 유지할 수 있을 것이다. 자신을 낮추는 사람은 아무런 해도 당하지 않는다. 그러나 자신을 다른 사람들보다 낫다고 여긴다면, 그는 큰 해를 당할 것이다. 겸손한 사람은 마음의 평화를 얻지만 교만한 사람의 마음에는 시기와 분노만 있을 뿐이다. 39/ 1부 7장
우리가 누군가의 변화를 기대하지 않는 않는 이유는 상처받고 싶지 않은 마음 때문이라고 우리는 금방 대답할 것이다. 나를 보호하고 싶은 마음이야 누구나 가지고 있겠지만 상처받을 까봐 무서워 우리는 사랑하지 못하게 된다. 관계에 들어간다는 것은 “안 그러려고 정말 노력하겠지만, 나는 너에게 상처를 받고 또 줄 수 있을 거야.”를 의미한다.
이런 두려움은 어린 자녀들을 보호해줘야 할 부모님이 오히려 아프게 하고, 학교 친구들이 나를 소외시켰을 때 우리 마음에 일찍이 각인된다. 아내를 사랑하기로 한 약속을 지키지 않고 외도해서 신의를 저버리거나, 친하다고 생각했던 동료가 상사에게 내 험담을 했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두려움은 신념이 되어 이제 타인을 대하는 태도로 자리 잡는다.
그러나 우리가 누군가의 변화를 기대하지 않는 이유는 ‘내가 너보다 낫다’라는 교만 때문일 수도 있다. 나는 할 수 있는데 너는 안될 거야. 혹은 나는 노력했는데 너는 아무것도 안 했잖아. 나는 이제 지쳤어.
토마스의 말에 의하면 ”네 스스로를 버리고 너 자신을 포기하라 “ (253, 3부 37장)라고 하는데 우리는 나를 포기하는 대신 상대방을 포기하기 때문에 사람에 대해 기대하지 않는다.
나를 성찰하면 나에게 선한 것이 없다. 다른 사람들을 보면 훨씬 더 선한 것들을 발견하게 된다. 나에게는 기대할 것이 없는데 다른 사람들 안에 있는 재능과 선함 때문에 나는 풍성한 삶을 누리고 있다. 그동안 나를 무던히도 인내해 준 사람들 덕분에 나는 인생 여정에 여기까지 이르렀다.
도마씨 부부는 다시 서로에 대해, 앞으로 부부의 삶에 소망을 갖기로 하였다. 마지막 상담 시간에는 두 자녀도 동석해서 가족상담을 했는데 가족이 경험하고 있는 새로운 변화에 모두 행복했다. 물론 이 행복이 영원하지 않을 것이다. 그렇게 ’ 경고‘해 두었다. 그때 또 그때의 보물을 찾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