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 - 딱히 재능은 없지만 성실은 해요
대망의 상반기 마무리 - 노동에 대해 돌아보자. 언젠가부터 커리어라는 말 자체가 너무 허상같게 느껴지고 그냥 회사가 회사지 뭐. 일이라는게 자아와 일치가 되면 좋지만 꼭 그렇지 않아도 나는 다른 곳에서 자아를 찾으면서 행복을 찾고 일은 마치 하기 싫어도 인간이 건강하려면 운동을 해야하듯 이 자본주의 사회에서 살아남으려면 사회 구성원으로서 밥그릇 내꺼 하나는 챙기기 위한 그런 행위가 아닐까. 일은 노동이지 커리어고 잣이고 일 안하고 망치고 잘못간다고 커리어 걱정이니 뭐니 다 필요없다. 끊어지면 어쩌고 잘못되면 어쩔? 다시 일을 찾아서 돈을 벌어가면 되는거고 커리어가 마치 고무고무 슬라임도 아니고 그냥 우리는 이 사회에 범죄 저지르지 않고 성실하게 하루하루 살아가기만 하면 그걸로 충분히 잘 해낸 것입니다.
뭘로 밥벌이를 해왔고 이 밥벌이를 그래도 덜 괴롭게 하려면, 회사가 망하거나 내가 잘리거나 어떤 시나리오가 생겨서 당장 밥줄이 끊기게 되는 상황에서 나를 보호하기 위해 어떤 준비들을 해야할까 - 에 대한 준비 과정이라고 여기고 있다. 그냥 내가 행복한 길이 무엇일지만 찾아가고 싶은 마음 뿐인걸.
1. 방향성 찾아가기
제너럴리스트와 스페셜리스트 사이에서 3-4년을 갈팡질팡하고 그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 대학원도 얼레벌레 다녀왔다. 결론은 굳이 꼭 둘중에 하나를 꼭 고를 필요는 없고 적당한 넓이와 적당한 깊이 사이에서 밸런스를 찾아 알아서 파고가면 그게 내 길이 아닐까. 남들이 보기에 전망이 좋은 일을 하지 말고 내가 하면서 스트레스 받지 않고 길게 할 수 있는 일을 해야겠다.
그런 의미에서 상반기에 했던건 나에 대해 진단을 해보자 - 그리고 일상의 루틴을 만들어서 지치지 않게 회사 밖에 쫓겨나더라도 방황을 덜 할 수 있게 스택을 정리해보자는 목표를 세워봤다. 그래서 정리해본 나의 Skill Area와 타겟 맵핑.
Target Role: Regional Marketing Manager (Tech)
Region: APAC (focus on multi-country execution)
Core Edge: 전략적 사고, 데이터 해석 능력, 전자/통신 업계
Skill Depth: CRM, GTM 프레임워크, 경쟁사 분석, 제품 마케팅
Skill Breadth: 콘텐츠, 오프라인 이벤트, 미디어, AI 활용 마케팅, 커뮤니케이션 조율력
Solid
다국가 GTM, 특히 아시아 지역 대상으로는 항상 해오던 업무라 다양한 캠페인 사례들과 주요 채널들이 어떤지는 그래도 어느 정도는 이해를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업계와 비즈니스를 쭉 돌아보면, 회사 A는 전자제품 + B2C 중점 약간의 B2B + 프로덕트, 회사 B는 통신사 + B2B 중점 약간의 B2C, 지금의 회사 C는 전자제품+네트워크 솔루션+B2C와 B2B 반반이라 업계 포트폴리오는 조금씩 넓혀가면서도 깊이도 계속 깊어지는 방향으로 가져가고 있다. 회사 B에서 GTM 시장이 한정적이라 아쉬웠던 대신 직무적으로는 엄청 인텐시브하게 성장할 수 있었고, 그게 아쉬워서 이직한 지금 회사는 직무적으로는 전문성보다 두루두루 다 돌봐야하는 대신 아시아 지역을 더 넓게 다 커버하고 있는 점이 재밌다.
석사를 하면서도 느꼈지만 내가 좋아하는 것과 잘하는 것의 갭이 있는 상황에서 결정을 하는 것은 쉽지 않은 것 같다. 내가 엄청나게 싫어하는 일이 아니라면, 내가 좋아하는 일을 남들보다 잘할 자신이 없기 때문에 대신 내가 잘하면서도 적당히 좋아하는 일을 하기로 타협했다. 석사로 애널리틱스 공부한게 아깝지 않을까하는 생각도 조금 들지만, 내가 그들과 경쟁해야하는 직업 시장에서 선두로 갈 수 있다는 확신이 서지 않았다. 또 요즘은 이제 AI가 왠만한 코딩은 다 해줄 수 있는 상황이라 대신 내가 쭉 해왔으면서도 나름의 재미도 있는 마케팅 직무에서 숫자를 잘 보는건 굉장한 강점이니까. 예산을 짜고 주어진 데이터를 바탕으로 forecast를 짜본다거나, 이를 바탕으로 리포팅을 만드는 등 보이지는 않지만 마케터의 소위 백엔드스러운 부분에 강점을 계속 키워나가야겠다.
Moderate, Low - 위 Skillset에서 부족한 점은 크게 3가지 - AI 등 새로운 기술을 활용한 다양한 마케팅 방법에 대한 exploration이 부족하고, 회사 안/밖의 프로젝트 정리가 안되었다는 점, 마케팅 프레임워크를 좀더 샤프하게 다듬기 위한 약간의 공부, 나아가 주변 사람들에게 나누어줄 수 있는 여유가 많이 없다는 점을 보완해야겠다는 결론이 나왔다. 이 구체적인 계획을 연초에 세운건 아니고 2분기때 세운거라, 실제 구체적인 액션 아이템들도 2분기 위주이긴 하지만 몇 가지 꾸준히 실행하고 있는 것들이 있다. 딱히 뭔가에 특별한 재능이 있지는 않지만 그나마 있는 재능이 성실이라면 꾸준히라도 하겠다는 의의.
2. Moderate과 Low들을 보충하기 위한 작은 루틴들
그 중 하나로 글쓰기 - 써야지써야지 하다가 드디어 쓰게되었다. 비즈니스 케이스 스터디 겸 시장 트렌드 공부하는 감을 잃지 않을 겸. 욕심은 없고 크게 딱 두 가지만 목표로 하고 있다. 1) 새로운 영어 표현 공부하기 2) 못해도 한달에 3개는 쓰기. 구독자수나 댓글, 좋아요, 수익화 등에 연연해하지 않고 나중에 포트폴리오용으로 기록 아카이빙만 해도 쓸만하니까 꾸준하게 쓰는 데에 의의를 갖자고 하고 가볍게 시작했다. 그러다보니 5개를 퍼블리시했고, 퍼블리싱하기 위한 소셜 터치포인트도 어느 정도 정립이 된 것 같다. 블로그는 개인적인 곳으로 남겨두고 싶어서 아카이브용으로 티스토리만 하나 팠고, 영어 원문 아카이브는 홈페이지 이런거 다 호스팅비용 내고 귀찮아서 걍 서브스택 계정에 모아두고 있다. 어느 정도 모이면 따로 웹사이트를 빌드업할 수 있겠지만 일단은 쭉 모아가는 데에 의의를 두려고 한다.
지금까지 쓴 글들은 이런 식으로 노션에 트래커를 만들어서 정리하고 있는데, 아이디어가 생겼을 때 적어놓기도 좋고 쌓아가는게 눈에 보여서 나름의 성취감도 든다.
하반기에도 매주 글을 쓰는건 현생과 놀러다니는 일정도 있을테니 힘들거고, 월 3건이라고 치면 6개월에 18개 글인데, 연휴니 뭐니하면서 놓칠 수 있으니 15건을 발행하는 것을 목표로 하려고 한다. 그리고, 시리즈 글을 기획해서 좀 더 연속성있는 글쓰기를 해보려고 한다.
3. 마일스톤 돌아보기
적당히 일하고 많이 버는 삶을 살고 싶지만 - 보너스 팡팡팡 많이 받는 직무들 예를 들면 도저히 세일즈나 클라이언트 다루는 직무를 할 천성은 도저히 아니라 - 조금 힘이 들더라도 자잘자잘하게 공부하고 뭔가를 쪼밀쪼밀하게 해나가면서 완성된 무언가(...?)를 만들어내는 마케팅 직무가 뭐 나쁘지는 않다. 다만 마케팅도 잘하는 사람 너무 많아요.. 도태만 되지 않고 시류에 흘러가는 수준만 해도 충분하니까 반만이라도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