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컬라이징 - 아시아 마케팅 담당자는 화가 많아

by 애슐

챗지피티로 번역한다면 성실한 수준인 아시아 마케팅 사례들 - 그나마 요즘 AI의 등장으로 인해 로컬라이징에 품이 덜 들어가게 되면서 이제 개선이 많이 되리라고 생각이 드는 부분.

왜 그런 이유가 발생하게 되는지 몇 가지 포인트를 정리해보았다.


1. 번역 != 로컬라이징

나도 커리어 초반에는 본사에서 내려온 콘텐츠를 최대한 건드리지 않고, 본문의 느낌을 담아 번역하기만 하면 로컬라이징이 되는줄 알았다. 아직 대학교를 졸업한지 얼마 되지 않은 초년생에게 회사 업무란 아직 학교 과제의 연장선처럼 느껴지는 때였기 때문이지 않을까. 하지만 이제 AI가 업무 많은 부분을 침투한 시대에 - 그냥 번역만 할거라면, AI가 더 빠르고 심지어 어느 정도 자연스러운 느낌까지 살려준다.


그렇다면 마케터는 무엇을 해야하는지 - 단순 번역 말고 모든 것이라고 한마디로 요약할 수 있을 것 같다. 한때 MD의 약칭이 뭐든 다해요... 였던 것처럼. 마케터는 무튼 뭐 어쨌든 다 한다.


톤앤매너: 일부러 외국 브랜드 느낌을 내고 싶어서 영어의 오글거리는 어조를 그대로 옮기는 경우도 있긴 한데, B2B 업계나 특정 소위 고오-급- 이런 분위기를 꼭 내야하는 업계가 아니라면 오히려 cringe한 느낌이 든다. 어투는 좀 제발 손을 봐줬으면.


스펙 + 가성비: 아시아로 묶이는 에이펙. 동남아도 베트남 다르고 말레이시아 다르고 인도네시아 다르며 동북아도 일본 다르고 한국이 다른데 - 현업에서는 정작 아시아는 한 그룹으로 퉁쳐지는 경우가 많다. 그나마 일본이랑 한국이랑 묶이면 다행인 수준이지만.. 일본과 한국도 소비 성향부터 경제 상황까지 너무너무 다른 점이 많다. 특히 한국 소비자들은 스펙에 더해 가성비까지 챙기고 싶어하는 민감한 소비자 집단인데, "특급 할인" 이라면서 고작 10% 할인 쿠폰 하나 쥐어주는건.. "이건 말장난인가?"라는 생각만 든다.


B2B 사용자 가이드: 근 N년 동안은 B2B 업무도 많이 맡게 되었는데, 사용자 가이드가 잘 되어있는 브랜드를 보면 사용자 입장에서도 브랜드에 신뢰가 생긴다. 아 이 회사.. 현지 담당자가 기술을 잘 이해하고 있군. 엉성하게 번역된 매뉴얼은 마치 "우리는 제품에 제대로 신경 안썼음" 이라고 말하는 것과 별 다를게 없이 느껴진다. 이왕 할거면, 비유도 이해할 수 있게 바꾸고, 문장 흐름도 새로 짜고, 맥락 설명도 좀 덧붙여줘야 이해가 더 쉽지 않을까?


2. 번역 + 맥락 != 시장 적합성

사실 이게 근본적인 문제인데 - 로컬라이징은 콘텐츠만의 문제가 아니라, GTM 전략 자체의 문제라고 생각한다. 한마디로 그냥 새로운 시장에 제품을 출시한다는 마음가짐으로 접근을 했으면 한다. (나도 그러고 싶어요..)


한마디로,

- 세그먼트 재정의

- USP 우선순위 재설계 - 모든 시장에 제발 똑같은 USP로 밀고 나가지 말 것

- 지역별 유저의 기능적, 감성적 니즈 재분석

나중에 세그먼트 관련 이야기는 또 한바가지 풀 팁들이 많아서 차차 정리를 해보려고 한다.


내 기준 잘 하고 있는 브랜드들 (우리 회사도 이런 방향으로 지원 좀 해줬으면 하는 마음)


1. 넷플릭스 코리아

괜히 넷플릭스가 아닌가. 그냥 자막만 붙인게 아니라 제목도 로컬 감성으로 번역 잘 하는걸로 이미 나 말고 모두가 아는 넷플릭스. 심지어 연계된 소셜 미디어 콘텐츠도 아예 틱톡 바이럴을 노리고 현지 갬-성으로 잘 만든 콘텐츠들이 많다. 단순히 글로벌 브랜드가 아니라, 진짜 한국 문화를 이해하는 브랜드라는 신뢰도 생기고, 나아가 넷플릭스가 한국 시장을 중시하고 있구나라는 느낌도 받게 된다.


2. 스타벅스 싱가포르

싱글리시를 쓰지 않는 내 입장에선 종종 오글거리는 느낌도 있긴 하지만 현지 사람들은 꽤나 좋아한다. Shiok 이런 단어로 쉐이크에 붙여서 이벤트 하기도 하고 미국 스타벅스에 자막만 붙인게 아니라 싱가포르의 스벅이라는 메시지가 느껴진다. 또 스타벅스하면 지역별로 다른 메뉴들과 굿즈들이 있어서 다른 나라를 가도 스벅을 들르는 재미가 있다. 싱가포르도 영어권 국가이기 때문에 자칫 영미권에서 쓰는 POSM을 그대로 써서 리소스 품을 줄이자는 의견이 있을 수 있겠지만 영어권이라도 더 미세하게 타겟팅한 마케팅이 인상깊었다.


3. 듀오링고 코리아

미국산 부엉이 당도 최고 - 이거 하나로 게임 다 끝내버린 듀오링고. 부엉이 캐릭터로 성공했네? 라는 단편적 부분만 보고 많은 브랜드들이 뜬금없이 동물 캐릭터 만들게 한 장본인과 같은 브랜드 - 하지만 듀오링고의 성공에는 부엉이 캐릭터 뿐 아니라 이 부엉이가 각기 다른 나라에 날아가서 뭘 하는지가 중요한 포인트이다. 한국 듀오링고 부엉이가 일본가서 당도 최고~ 이러면 알아들으시겠냐고.. 나니...? 하고 바이럴 대실패!


그럼, 지역 GTM 마케터들은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캠페인 기획 단계에서:

- 단순 번역 제발 하지 말자 - 월급 받은 만큼은 일하자. CTA, 비주얼, 메시지 우선순위 재검토

- 현지 팀 또는 현지 소비자와 함께 톤앤매너 점검

- 로컬 가격대, 경쟁 브랜드, 구매 습관 고려한 USP 재정립


인사이트 수집 시:

- 로컬 커뮤니티 모니터링 (레딧, 틱톡, 네이버, 샤홍슈, 블라인드 등등등등)

- 실제 유저들과의 인터뷰 진행으로 브랜드의 현 시국 직면하기

- 가설은 가설에서 그치지 말고 증거를 찾자.


이상 그동안 쌓인 생각과 화가 좀 많았던 작고 소중한 아시아 마켓 담당자의 한풀이 (이것은 그저 서막의 시작에 불과할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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