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친구가 될 수 있을까? 아니면 내 자리를 빼앗을까?
아시아 지역 국가 트렌드, 법적 규제, 실제 활용 현장에 대한 고찰
“대체 옛날엔 도대체 ChatGPT 없이 과제를 어떻게 제출했지?”
챗지피티를 쓰는 동년배들 중 이런 생각 한번 해보지 않은 사람이 있을까 싶다. 나 역시 마찬가지이다. 대학원 마지막 해, 친구가 "이거 들어봤어?"라고 말하며 처음 챗지피티를 보여줬을 때가 떠오른다. 무심코 몇 줄 입력했는데 눈앞에서 코드가 매끄럽게, 빠르게 짜이는 걸 보고 그저 신기했었다. 다만 그 당시에는 챗지피티의 코드가 바로 붙여넣기 하기에는 여전히 미숙한 부분이 있어서 어느 정도의 디버깅이 필요하긴 했지만, 그래도 몇 시간동안 구글링하면서 코드 레퍼런스를 찾던 노력을 반의 반으로 확 줄여주는 도구였다. 대체 이거 왜 내가 코딩 과제 붙잡고 있을 때에는 없었던 거지..? 싶은 생각이 제일 먼저 들었고, 동시에 나도 코드를 좀더 쉽게 짤 수 있겠구나 라는 용기가 생기기도 했다.
그 이후로 수 년이 지나 지금은 우리의 삶에서 꽤나 익숙해진 생성형 AI. 아마 올해 상반기 모두의 프로필을 휩쓸고 간 지브리 열풍 때문이 아닐까. 그저 지브리 이미지 생성 뿐 아니라 여러 종류의 생성형 AI 덕분에, 복잡한 코드를 치거나 가격대가 꽤 나가는 디자인 툴을 쓰지 않고도, 평소에 쉽게 쓰는 자연어만으로도 결과물을 뚝딱 만들 수 있어 업무 시간이 많이 줄어 들고 있다. 물론 여전히 코드 디버깅을 직접 하거나 프롬프트를 조정해야 하는 부분도 있지만, 확실한 것은 AI의 총명함이 해를 지날 수록 더욱 똑똑해진다는 것이다. 챗지피티로 대표되는 생성형 AI 형제 자매들이 산업 전반을 다시 쓰고 있고, 아시아 각국에서의 도입 양상에 관심이 생기게 되었다. 간략하게 몇 가지 주요 포인트를 정리해 보았다.
크리에이티브와 규제 사이 미묘한 줄타기
한국콘텐츠진흥원의 보고서에 따르면, 생성형 AI를 업무에 활용하지 않은 콘텐츠 기업 중 53.8%가 생성형 AI 도입의 가장 큰 걸림돌로 '엄격한 데이터 규제'를 꼽았다. 이어서 '법적 책임 소재 불분명'(39.3%)과 '입법 미비'(36.2%)도 주요 우려 사항으로 나타났다.
(출처: 2024년 4분기 콘텐츠산업 동향분석 보고서)
인재는 부족, 법적 틀은 아직 마련 중인 단계
또한, AI 시스템의 복잡성에 인력은 매우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기업의 51.7%는 신규인력 채용 곤란에 응답하였으며, 25.5%는 내부 인력의 역량 부족을 문제로 인식하고 있다. 한편, 한국은 현재 생성형 AI 관련 법제화를 추진 중인 상황으로, 기본적으로 AI로 생성된 콘텐츠임을 밝히고 기업들 역시 AI 활용 사실을 고지해야 하는 방향으로 논의가 되고 있다.
(출처: 2024년 4분기 콘텐츠산업 동향분석 보고서, One Trust)
국가 선정 기준은 지극히 주관을 담아 제가 잠시나마 머물렀던 국가 위주로. 그래야 조금이나마 타국인인 내가 왈가왈부 할 수 있는 여지(??)가 생기지 않을까. 생성형 AI가 하도 핫한 이유이다보니 이에 관해 관심을 가지지 않을 수가 없는게 모든 정부의 공통적인 스탠스일 것이다. 자국의 강점을 바탕으로 양상의 차이는 있으나 전반적으로 방향성 자체는 유사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싱가포르: 규제와 확산의 균형
강력한 정부 주도로 정책 수립과 집행이 빠르게 이루어질 수 있는 구조가 갖춰진 국가 싱가포르. 이 부분이 장점이자 단점일 수도 있겠지만 어찌되었든 이 동남아의 부자 동네 싱가포르는 앞으로 향후 5년 간 AI 분야에 약 10억 싱가포르 달러를 투자할 계획이라고 발표하였다. AI 거버넌스 프레임워크로 통칭되는 이 계획은 윤리성, 책임성, 투명성을 주요 핵심 가치로 삼고 있다.
(출처: Computer Weekly, AI Verify Foundation)
대만: 실리콘 파워와 AI의 만남
‘하드웨어 강국’으로 알려진 대만은 반도체 산업을 중심으로 AI 산업에 있어 놓을 수 없는 전략적 위치를 공고히 하고 있는 한편, TSMC는 2025년 최대 이익을 기대하고 있다. 대만 현지에 근무하고 있는 현장에서 보아도, 잡 마켓에 반도체 연계 산업 및 AI 관련 직무 수요가 굉장히 많다는 것을 피부로 느낄 수 있다.
(출처: Nikkei Asia)
중국: 무시할 수 없는 인구, 압도적인 속도로 확장 중
중국의 생성형 AI 사용자 수는 2025년 초 기준 2억 5천만 명에 달한다고 한다. 맞춤형 서비스, 광고, 콘텐츠 제작 등 다양한 분야에서 새로운 솔루션들이 등장하고 있으며, 중국판 ChatGPT라 불리는 'DeepSeek'는 중국 전역의 막강한 GPU 인프라를 기반으로 구축되어 업계에 큰 반향을 가져왔다.
(출처: Roland Berger)
그래서 뭐 어쩌라고 싶은 생각이 든다면.. 나도 그런 생각이 든다. 그래서 뭘 어쩌라고? AI로 마케터들을 다 대체한다고? 다행히 당장 내일 내 자리가 AI로 대체되지는 않기 때문에 그 순간이 오기 전까지 나는 AI를 내가 잘리지 않고 밥줄을 더 연명해나갈 수 있도록 내 일을 도와주는 '조교'처럼 쓰려고 한다.
브레인스토밍 파트너로서의 AI
AI는 아무리 근거없고 맥락없어보이는 한 줄기 아이디어라도 나를 judge하지 않고 받아준다. 그냥 얼핏 떠오르는 아이디어 한줄을 상사에게 말했다가 무한 질문 루프로 반격당하기 전에 (unless 당신의 사무실 문화가 정말 open communication을 지향한다면) 내 아이디어를 어느 정도는 얼렁뚱땅 말이라도 되는 소리로 다듬기 위한 브레인스토밍 메이트 역할로는 제격이다. 특히 보스 앞에서 아이디어를 자유롭게 꺼내기가 힘든 사내 문화인 경우, 또는 프리랜서처럼 혼자 일하는 사람들에게는 이렇게 편견없이 말을 들어주는 존재란 너무도 소중하다.
Predictive AI로 더 똑똑한 캠페인 설계
AI가 적용된 디지털 캠페인 운영은 이미 현업에 침투한지 오래이다. 얼마를 비딩하고 얼마나 광고를 돌릴지 머리를 쓰던 수고가 확 줄어들었다. 예를 들어, 메타의 AI 자동화 도구와 같이 AI 기반 광고 툴을 통해 예산 설정, 성과 예측, 디자인까지 품을 덜 들이면서 보다 전략적으로 캠페인을 기획할 수 있게 되었다.
빠른 콘텐츠 제작, 비싼 툴에 대한 의존도는 낮게
돈이 너무 많아서 '일개' 마케터들까지 어도비를 쓰게 해주는 회사가 아닌 이상, 마케터가 이런 전문 디자인 툴에 접근할 수 있는 경우는 많지가 않다. 아마 나 포함 많은 마케터들이 디자이너와 소통하기 위해 목업을 파워포인트나 온라인 이미지 편집 도구를 활용해 목업을 만들었던 경험이 있을 것이다. (피그마를 쓰게 해준다면 다행이다만, 이마저도 보안이니 뭐니해서 외부 사이트를 차단하는 경우도..)
이제는 생성형 AI 덕분에 목업 작업이 훨씬 빨라졌고, 외부에 퍼블리싱하기에는 부족한 감이 아직 있지만 내부용 자료로는 충분히 활용 가능한 수준에 이르렀다. 물론, 퍼블리싱을 위한 마지막 미감은 인간이 눈이 아직은 필요한 부분이다. 그래도 이정도가 어디인가..!
이번 글을 마치며
마케터이지만 입만 떠드는 마케터로는 남고 싶지 않다는 작은 오기로, 현장 경험과 이래저래 조금씩 찍먹했던 데이터 분석 역량을 바탕으로 한 작은 사이드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이 과정에서 스스로에게 떠오르는 질문들도 하나씩 찾아가는 중이니, 이 과정을 조금씩 기록해보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