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버튜버 시장 - 실제 캠페인 런칭에서 배우다

by 애슐

한국에서는 왜 hype에 비해 잘 느껴지지가 않는거지?

버튜버 앰배서더 프로그램과 관련 캠페인을 런칭하며 발견한 한국 버튜버 시장의 현주소와 특징을 알아보려고 한다. 버추얼 인플루언서, 버튜버라는 말이 나오기 시작한지는 꽤 되었던 것 같은데, 세대마다 다를 수 있겠지만 표면적으로 느껴지는 버추얼 인플루언서의 인기는 미디어에서 외치는 hype만큼은 잘 느껴지지 않는 것 같다. 그렇지만 플레이브를 필두로 이세계아이돌을 비롯한 다양한 버추얼 아이돌 산업이 전체 시장의 파이를 크게 만들고 있으며 이에 따라 시간은 조금 걸릴지라도 버튜버 시장 역시 확장되어가고 있음을 느낄 수 있다. 이번 글을 통해, 한국의 버튜버 시장이 어떻게 다르고 무슨 특징이 있는지 알아보고, 최근에 진행했던 버튜버 콜라보레이션을 통해 배웠던 점들을 되짚어보려고 한다. 여기서는 버추얼 인플루언서, 버튜버 등의 용어를 일본 및 해외에서도 가장 자주 쓰이는 통칭 버튜버라고 칭하되 다른 용어와 적절히 혼용해서 사용하였다.


제한된 대중적 인지도:

일본의 홀로라이브, 니지산지 소속의 인기 버튜버들은 일반 대중에게도 어느 정도 인지도가 있으며, 지상파 방송 출연, 대형 광고 모델 등 주류 미디어 노출이 흔하다. 반면 한국은 '이세계아이돌' 등 특정 그룹은 매우 큰 팬덤을 보유하고 있지만, 이들을 아는 대중은 주로 인터넷 방송, 게임, 애니메이션 등에 관심 있는 층에 한정되는 경향이 있다. 연예인이나 아이돌 그룹처럼 전국민적인 인지도를 가진 경우는 드물다. 실제 인간 아이돌 업계에서도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이긴 한데, 예전처럼 빅뱅, 원더걸스, 동방신기 등 1-2세대 아이돌들이 세대 전반에 걸쳐 인지도가 고르게 나타났던 것과 달리 요즘의 아이돌판은 더 세분화되고 더욱 니치한 타겟층을 노리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

이의 연장선으로 버추얼 아이돌 시장을 바라본다면, 버추얼 아이돌은 굳이 대중적인 인지도를 취하지 않아도 마니악한 고객층에 서사를 설득시키고 팬층을 쌓아가고 있기 때문에 아마 이쪽 업계를 잘 들여다보지 않는다면 더더욱 버추얼 아이돌, 버튜버 시장의 hype이 느껴지지 않을 것이다. 주류 방송 프로그램에서 버튜버를 전면에 내세운 프로그램 역시 일본에 비해서는 아직 현저히 드물다는 것도 마찬가지 이유일 것이다.


팬덤 중심의 소비 구조:

1의 연장선으로, 대중적인 인지도를 어느 정도 접은 대신 소비구조가 더더욱 팬덤 중심으로 돌아가고 있다. 한국 버튜버 시장의 수익 구조는 팬덤의 충성도와 특정 플랫폼에서 이루어지는 적극적인 소비(슈퍼챗, 굿즈 구매, 음원 스트리밍 등)에 크게 의존한다. 이는 서브컬처 팬덤이 보여주는 가장 큰 특징 중 하나이며, 소셜미디어 역시 트위터 (현X) 등 대중성이 강한 인스타그램보다는 조금 더 서브컬처 팬문화에 친화적인 플랫폼을 중심으로 이루어지고 있다는 점 역시 또 다른 특징이다.

예시로, 버튜버 관련 행사나(물품보관소로 유명한 AGF) 콘서트 티켓이 빠르게 매진되는 현상은 강력한 팬덤이 존재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다만 이것은 대중 전체가 아닌 특정 팬층의 충성도와 활발한 참여를 보여주는 지표로 여겨진다.

일본에 비해 아직 ‘오타쿠 문화’에 대한 한국의 수용성은 높지가 않은 것 역시 팬덤 중심의 소비 구조를 공고화하는 이유 중 하나이다. 버튜버 개념 자체가 일반 대중에게 생소한 것과 별개로, ‘오타쿠’라면 받아들이기 보다는 여전히 부정적인 이미지가 강하게 느껴진다. 일본도 과한 오타쿠는 부정적인 인식이 많긴 하지만, 그래도 한국에 비하면 이미 오래전부터 아이돌 문화가 주류 문화에 깊숙하게 자리 잡았기 때문에 버튜버에 대한 대중적 수용도가 훨씬 높고 빠르게 이루어졌다고 보인다.


성장 속도 대비 낮은 산업화 수준:

한국 버튜버 시장은 성장 속도가 매우 빠르지만, 옆나라 일본처럼 대기업이 주도하고 금융 시장에서 높은 가치를 인정받는 수준까지는 아직 가지 못했다. 투자 유치나 상장 사례가 일본에 비해 현저히 적다. 한국의 버튜버 관련 기업 중 홀로라이브와 같은 규모의 상장사는 아직 없다. 이는 산업 규모 및 자본의 흐름에서 차이가 있음을 보여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버튜버 시장을 이해해야 할 이유는 무엇일까?

현실 인간 모델이 충족해주지 못하는 부분, 예를 들어 비주얼적인 부분에서 인간의 전형적인 모습에만 갇히기보다 더욱 다양한 포맷으로 팬들과 소통할 수 있다는 점 (인간의 모습 대신, 햄버거와 같은 음식이나 동식물의 모습을 한 버튜버들도 있다!)이 브랜드와 접점이 있을 수 있다.

예전에는 버추얼 인플루언서들이 사용되었던 이유가 인성논란 등에서 자유로울 수 있기 때문이었던 것도 있지만, 최근 인기를 얻고 있는 버추얼 인플루언서, 버추얼 아이돌들은 그들이 단순히 예쁘고 멋져서가 아니라 그들만의 캐릭터성과 서사도 큰 역할을 하고 있다. 이들도 결국 본질적으로 사람이 뒤에 있기 때문에 실제 사람 아이돌에 비해 어느 정도는 통제할 수 있는 선이 있긴 하지만, 과거의 버추얼 인플루언서의 장점이라고 여겨지던 개념과는 상당히 달라졌다고 봐야 할 것 같다. 버튜버들과 콜라보레이션 이벤트를 열고, 버튜버 특별 캠페인을 하면서 느꼈던 점들을 소개해보려고 한다.


모델링 뒤에 사람있어요 - 버튜버 콜라보레이션을 하기로 결정을 했다면, 크게 두 가지 방법으로 접근할 수 있다. 첫째, 패러블엔터테인먼트, 스콘 등을 비롯한 주요 버튜버 에이전시와 컨택하거나, 아니면 개인 소속인 버튜버들을 직접 리크루팅하는 방법. 일반 인플루언서 마케팅도 해봤지만 본질적으로 크게 다르다고 느끼지는 못한게 결국 버튜버도 사람이 기반이라 모델링 뒤에 사람이 있다는 것을 잊지 않고, 버튜버의 방송 개성을 존중해줘야 양측 모두 긍정적인 결과가 나올 수 있다고 느꼈다. 한편 버튜버 신에서 소위 “빨간약”이라고 불리는 버튜버 본체가 드러나는 일은 금기가 되어있기 때문에, 업무적인 측면에서는 모델링 뒤에 사람이 있다는 것을 잊지 않고 타임라인을 짜야하는 것과 동시에, 콘텐츠 제작에서는 버튜버와 사람을 분리하지 않고 하나의 개성있는 방송인으로 존중해주어야 한다고 느꼈다. 개인적으로 최근에 진행했던 버튜버 콜라보레이션은 담당 팀 매니저도 버튜버에 그들만큼 익숙하지 않을 머글 광고주들과 버튜버 사이에서 매끄럽게 조율을 잘 해주었고, 버튜버 역시 브랜드 홍보를 위해 고심을 쓴 흔적이 잘 드러나서 앞으로도 계속 응원하고 싶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


콘텐츠 브리프를 작성하면서 버튜버의 특성과 브랜드의 강점이 잘 드러날 수 있는 방향이 무엇일지에 대한 고민을 했었고, 함께 일했던 버튜버 역시 고심을 많이 해준 흔적이 드러나서 꽤나 좋은 경험이었다. 한국 버튜버 시장 특성을 짚어보면서 언급했듯이, 이 비즈니스는 본질적으로 팬 컬쳐를 뺄 수 없기 때문에 굿즈 계획에 큰 공을 들였다. 버튜버의 방송을 보면서 캐릭터성을 파악하고, 잘 어울릴 수 있는 포즈와 컨셉, 레퍼런스 이미지를 무드 보드로 정리하였다. 특히 이 업계는 이미지 및 시안 작업 과정에 모델링 과정이 추가로 들어가야 하기 때문에, 굿즈 제작 과정에서 일정 및 예산이 추가로 들 수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두어야 할 것이다. 이 부분은 버튜버 에이전시와 일한다면 꼭 함께 논의해야할 것이고, 버튜버와 다이렉트로 일한다면 해당 모델링 과정을 추가 버퍼로 1-2주 정도 주고 협의해가는게 좋을 것이다.


그래도 이번에 느낀건, 2D나 3D 캐릭터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많듯 버튜버도 IP 성장 가능성이 있는 분야가 아닐까? 라는 생각을 함. 굿즈 제작이 제일 재밌었던 경험이었다. 어쩌면 기존의 애니메이션과 다른 점이 버튜버 뒤에 실제 사람의 존재가 캐릭터성을 더해주는 부분도 상당한 것 같다. 실재하지만 실재하지 않는, 그 간극에서 니치한 마켓을 잘 타겟팅한 버튜버들은 충분히 성공적인 IP로 활약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나 최근에 했던 프로젝트를 통해 협업했던 에이전시와 버튜버가 브랜드에 너무나도 협력적이고 아이디어도 적극적으로 내어줘서, 프로젝트를 넘어 해당 버튜버가 방송인으로서 앞으로 더욱 승승장구 하기를 바라는 마음이 든다. 애니메이션 IP 작업과는 또 다른 매력이 있었던 버튜버 콜라보레이션, 기회가 된다면 다른 브랜드들도 시도해보기를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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