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띠엄띠엄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Dispectum Mar 01. 2022

2022.03.01

 개인이 어떠한 상태를 벗어나기 위해서 노력하더라도 쉽게 벗어날 수 없는 요소들이 있다고 확신하게 되었다. 그중 하나가 바로 장소다. 특히 그 장소의 중심이 무엇으로 되어 있는가에 따라서 장소의 성격에 규정되고 그에 따라 장소에 속한 개인이 재구성되는데 이를 벗어나기 위해서는 공간 자체를 재구성하거나 그 공간이 속해있는 더 큰 공간을 벗어나야 한다는 결론이 지난 두 달간의 성과다.



 내가 현재 살고 있는 곳은 직장인들의 베드타운(Bedtown)인데 이곳에서 전셋집을 얻어 몇 년째 살고 있다. 그리고 나는 이 집의 중심을 침대로 놓고 주변을 책들과 운동기구, 주방 등으로 꾸미게 되었다(집이 길쭉하게 뻗어있고 벽으로 공간이 분리되어 있지 않아 더욱 침대가 한가운데에 놓여있는 모양새를 보였다). 처음에는 집에서 모든 일들을 해나 가보겠다는 야심 찬 계획을 세웠다. 글도 쓰고 책도 읽고 운동도 하고... 하지만 집에만 있을수록 모든 일들과 내가 어그러져갔다. 

 집에만 머무른다는 건 동일한 환경에 시간을 풀어낸다는 일이었으며 여기에 가지각색의 무언가를 해본다는 건 작은 실패들을 쌓아보는 일이었고 이는 공간에 고스란히 흔적을 남겼다. 단절을 경험하는 일이었으며 주변의 흐름을 전혀 경험하지 못하게 되는, 그러니까 우주 한가운데에 중력과 선이 전혀 없는 채로 유영하되 방향을 잡아가는 경험이었다. 



 할 수 있을 줄 알았다. 하지만 나는 내 생각보다 더 방황하기 쉬운 존재였고 소외감에 취약한 존재였다. 코로나 때문에 집에 오래 있어도 생각보다 괜찮을 수 있었던 건 다른 게 아니라 생각을 하지 않아도 되었기에 가능했던 일이었다. 생각을 다시 잡고 행동하기 위해서는 벗어나야 했다. 

 언제였는지 모르겠지만 사람들이 스타벅스와 같은 카페를 향하는 일을 이해하지 못했었다. 물론 모든 이들이 같지는 않겠지만, 오늘 처음 조금 거리가 있는 스타벅스에 있어보니 알게 되었다. 굳이 누군가에게 말을 걸고 친해지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지 않아도 자신의 일을 가지고 와서 사람들 사이에서 존재하는 것. 바쁜 척을 해보면서 그래도 자신이 사회에 속해있을 수 있다는 실체감을 확인하여 소외감을 잠재우는 것이 카페의 효용성일지도 모르겠다.

 수도권에 이미 지나치게 밀집해있는 스타벅스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속 생겨나는 이유는 공간의 재경험을 통해 브랜드 가치의 창출도 목적이 있겠으나 표면적인 소외감을 잠재우고 살아가는 데에 카페만큼 값싸고 손쉬운 곳이 없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혼자 살아가는 이들이 그 어느 때보다도 많은 현시점에 사람들은 결혼 장려정책보다 적당하고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들고 그 안에서 나쁘지 않은 비용으로 머물면서 자신의 쓸모를 증명해볼 수 있는 카페가 단기적으로 더 필요로 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매거진의 이전글 2021.09.24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