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완의 퓨처스톤> 5화. 레벨 복구 미션이 도착했다

by 이카이카

강호를 보며 내가 말했다.

“왜?”


“너, 괜찮은 거냐?”

“너 같음, 괜찮겠냐?”

“음… 생각보다 레벨 많이 깎였더라.”

“그걸 지금 말이라고 하냐.”

“지나간 일 붙잡아봐야 뭐하냐. 앞만 보고 가.”

“야. 지금 그게 위로야?”

“어. 힘내라고.”


망막 스크린에 비친 강호의 얼굴.

진심으로 걱정해주는 표정이었다.

나는, 후회를 자주 하는 편이다.

그런데 이번만큼은 후회하지 않기로 결심했다.


“후회하지 않는다.”

내가 먼저 말했다.


“그래. 더 많은 미래를 보려면, 다시 시작하면 되지.”

“아무튼 고맙다, 친구야. 머리 아프다. 끊자.”

“잠깐만, 미완아! 할 말이 하나 있어.”

“뭔데?”

“네가 어제 올린 포스팅. 생각보다 많이 퍼졌어.”

“뭐? 내 레벨 따위로 퍼질 글이 아닌데.”


하긴. 이상하긴 했다.

예전에도 개발자 까는 글 올렸던 적 있었지만,

레벨 강등이 이 정도로 심각하진 않았다.

기껏해야 0.002에서 0.01 사이였지.

레벨 낮은 인간은 애초에 영향력도 낮아서,

글이 떠봤자 많이 안 보인다.


강호가 말했다.

“어제 밤 늦게, 네 포스팅을 공유한 사람이 있더라.”

“누군데?”

“레벨 1200 넘는 여자.”

“…레벨 1200? 그런 괴물은 도대체 누구야?”

“나도 술 먹고 본 거라 자세히는 못 봤는데,

아침에 다시 확인하려고 했더니 공유글이 삭제됐더라.”


거기까지 말하고 강호는 통화를 끊었다.

하고 싶은 말은 다 한 모양이다.




하지만 내 머리는 그때부터 복잡해졌다.

…누구지?

레벨 1200이면, 남의 글 공유해봤자 자기 레벨엔 이득도 없을 텐데.

왜 하필, 내 글을?


결과적으로,

그 인간 덕분에 나는 폭탄 맞은 수준의 레벨 강등을 겪었다.


생각이 꼬리를 물자,

숙취가 사라지는 기분이었다.

침대에서 몸을 일으켰다.


퓨처스톤을 꺼내, 엄지와 검지로 감쌌다.

눈을 감자, 256색과 256개의 꽃잎으로 이뤄진 불두화가

페이드인, 페이드아웃됐다.


다시 눈을 떴다.

망막 스크린이 빨강–초록–파랑 순서로 점멸했다.

이건 미션이 도착했을 때만 나타나는 신호.

휴. 다행이다.

미션을 수행하면 레벨을 복구할 기회가 생긴다.


[내일 태양이 뜨기 전까지

당신보다 키가 크고,

허리까지 오는 머리카락을 가진 여성에게 말을 거세요.]


…오, 땡큐.

생각보다 쉬운 미션 떴네.

내 키가 큰 편도 아니고, 요즘은 키 큰 여성들 많잖아.


조건에 맞는 여성을 찾으면 된다.

장면을 촬영해 아고라에 올리면,

알고리즘이 반응도를 계산해 내 레벨을 평가해줄 것이다.


나는 엄지와 검지를 꽉 오므려

미션 수락 신호를 전송했다.

잘하면 밤사이 추락한 레벨을 조금이나마 되돌릴 수 있을지 모른다.


기분이 조금 나아졌다.

바로 그때, 퓨처스톤이 진동했다.

메시지 도착 알림이다.

퓨처스톤에 검지를 대 확인했다.


[이번 미션, 수행하지 마세요.

절대 안 됩니다.

명심하세요.]


…뭐지, 이건.

누구냐. 그리고 지금,

뭘 알고 있는 거지?


퓨처스톤5화.p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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