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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냥이 Mar 13. 2022

산책

2032년 03월13일 8:00P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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ㅇㅇㅇ: 여, 오랜만이네


ㄴㄴㄴ: 그러게, 얼굴보기 힘들구만.


ㅇㅇㅇ: 잠깐 걸을까?


ㄴㄴㄴ: 어디로가게? 


ㅇㅇㅇ: 날도 선선한데 한강쪽으로 가자


ㄴㄴㄴ: 그럽시다. 


ㅇㅇㅇ: 잘지냈냐? 요즘 어때? 


ㄴㄴㄴ: 뭐 그냥 좋다~나쁘다~하지 뭐, 너는 어떄? 


ㅇㅇㅇ: 나도 뭐 별일없이 지내지. 아! 묘랑이는 왜 안데리고 나왔어?


ㄴㄴㄴ: 고양이는 원래 산책같은거 잘 안해, 이녀석아 


ㅇㅇㅇ: 묘랑이한테 물어봤어? 걔는 가고 싶어했을지도 모르잖아.


ㄴㄴㄴ: 응 아니야~ 그 애 볼려면 내 집에라도 놀러오던가. 


ㅇㅇㅇ: 쯧쯧, 주인놈 닮아 집돌이인 모양이구만.


ㄴㄴㄴ: 코드가 맞는거지.  


ㅇㅇㅇ: 잘 어울려서 좋겠다~아... 나도 고양이 키우고 싶었는데....


ㄴㄴㄴ: 너희 집은 이미 애도 있고, 개도 있잖아. 거기다 냥이까지 추가하게? 감당 되겠어? ㅋㅋ


ㅇㅇㅇ: 그건 그렇네 ㅋㅋㅋ 


ㄴㄴㄴ: 그치? 같이 살고있는 애들이나 잘 돌보라고 이녀석아 ㅋㅋㅋ


ㅇㅇㅇ: 너무 그러지마, 안그래도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ㄴㄴㄴ: 너의 최선은 잘 보고있단다. ㅋㅋ 주말에 가족이랑 어디 놀러간거 같던데?


ㅇㅇㅇ: 아, 내 인스타봤구만. 지난주에 연차쓰고 다같이 제주도에 놀러갔다왔어. 


ㄴㄴㄴ: 너무 무리하고 있는거 아냐? 네 와이프 만나기전까지 너도 집돌이였잖아 ㅋㅋ 


ㅇㅇㅇ: 집돌이라... 맞아, 나 그랬었지 ㅋㅋㅋ 휴가 4일받으면 주말껴서 6일동안 집,카페,집,카페 생활하면서 말야. 그래도 와이프랑 같이 부대끼다보니까 나도 변하더라. 다른 사람들처럼 놀러다니고 그러는 평범한 행복도 어느정도 즐길 수 있게 된거 같아. ㅎㅎ 아, 그리고 너가 넘겨짚을까봐 말해두겠는데 이번 여행은 와이프 입김에 억지로 놀러간거 아니야. 내 쪽에서 먼저 제안한거라고 !!


ㄴㄴㄴ: 오올 너가 왠일로? 여태까지 그런 일들은 너희 와이프가 멱살캐리 했잖아. 


ㅇㅇㅇ: 딱히 특별한 이유가 있다기보다는... 앞으로 시간여유가 된다면 의식적으로라도 가족들과 잘 놀러다니려고해. 아이가 어릴 때 조금이라도 더 즐거운 추억들을 만들어주고 싶어서.... 아이에겐 시간이 전부라는 얘기가 있는데, 나는 그걸 아내보다 조금 늦게 이해하게 됬어. 


ㄴㄴㄴ: 녀석, 나 만날 때마다 힘들다고 징징대다가 이제야 제법 아버지스러운 얘길 하는구만. 멋진데? 역시 인간은 재미있어!! 


ㅇㅇㅇ: 글쎄다ㅋ 아직도 난 내가 누구 남편이고 누구 아버지라는게 실감이 안나.  내가 잘하고 있는건지 어떤건지 아직 잘모르겠더라고. 그러니까 무턱대고 너무 동경하지마 임마.  아이를 키우면서 앞으로 내가 가르쳐줘야하는것도 많겠지만 지금은 내가 가족들과 아이한테 많은걸 배우고 있다는 느낌이야. 


ㄴㄴㄴ: 그렇구만... 어쨋든 행복해보인다 임마. 


ㅇㅇㅇ: 너는 어때? 프로작가 씨, 작가생활 할만하냐? 


ㄴㄴㄴ: 그럭저럭 하고 있지 뭐 ㅋㅋ 이따금씩 작품이 흥하면 도서관이나 서점에서 불러줘서 사인회랑 강연 같은것도 진행하고~  마감 때문에 편집자한테 살해협박도 당하고~ 적어도 심심하진않은 날들이 이어지고 있어 ㅋㅋ 


ㅇㅇㅇ: 드디어 좋아하는 글로 먹고 사는 경지에 이르렀구만. 축하한다. ㅋㅋ


ㄴㄴㄴ:  글쎄다... 분명 재밋긴 재미있는데.... 인생에 재미가 다는 아니지. 거기에 이 일도 항상 재밋지는 않다는걸 알아두라고. 이제 글을 쓰는게 이젠 취미가 아니라 본업이 되고나니까. 뭐랄까... 내가 대충하고 싶을때도 대충하면 안되는 그런 고충이 있어. 퀄리티의 기복없이 무난히 잘하고 싶은데 그게 요즘 어렵네


ㅇㅇㅇ: 그렇구만... 


ㄴㄴㄴ: 글쓰기를 직장다니면서 취미로 할 때를 기억해보면 글이 안써지는 날엔 그냥 안쓰고 놀거나, 스스로 만족스럽다거나 잘~썼다는 생각이 드는 글이 아니어도 그냥 브런치랑 블로그에 게시하고 그랬단 말야. 그런데 지금 프로 작가라는 신분이 되고나서는 그냥 막 쓰는 개인적인 글에서도 퀄리티에 대한 걱정을 안할 수가 없게 됬어. 


ㅇㅇㅇ: 그건 자랑스러워해도 좋을듯하다. 하고있는 일을 위한 생각과 행동들이 생활 전반에 녹아들어있다는건 너가 프로라는 증거야. 나는 그래도 지금 니 모습이 전에 직장 다닐때보다 즐거워 보여서 좋아보여.


ㄴㄴㄴ: 아니, 직장다닐때도 즐거웠거든? ㅋㅋ 대충해도 월급이 꼬박고박 나와서 얼마나 좋았는데 이 자식아!! 


ㅇㅇㅇ: 그래도 꽤 오래다니면서 팀장자리까지 올라갔던 놈 입에서 그런 말이 나오다니 충격인데 ㅋㅋㅋ


ㄴㄴㄴ: 뭘 새삼스럽게 ㅋㅋ 그런데 언제부턴가 직장 일도 대충대충 할 수가 없게 되더라고. 있잖아, 나는 사실 그 때 팀장이 되고 싶어서 된게 아니야, 팀장급이 하는 업무를 하고 싶진 않지만 팀장급의 페이는 받고 싶었으니 어쩔 수없이 버티다보니 자리가 생겼고 그걸 또 거절하기가 애매하니 넙죽받은거지... 그리고 너도 알잖아? 직장이라는 조직이 사람이 계속 같은 위치에서 같은 일만 하도록 속편하게 안냅둔다는거.... 그렇게 고통받던 와중에 내 데뷔 작품이 베스트셀러로 대박이 난거야. 그뒤로는 너도 알다시피 난 그 대박 업적을 탈출티켓 삼아 퇴사를 했고, 본격적인 작가가 되었지.  


ㅇㅇㅇ: 마치 로또 당첨된것 처럼 충동적인 느낌으로 퇴사한거구만 ㅋㅋ


ㄴㄴㄴ: 그러게 그 때 나를 너무 과신했나? ㅋㅋ 


ㅇㅇㅇ: 충동퇴사와는 별개로 난 너가 재능은 있다고 생각해 ㅋㅋ 어쨋든 지금 전업작가로 몇년째 잘 하고 있잖아? 


ㄴㄴㄴ: 말이라도 고맙다. ㅋㅋ 어휴 .. 나는 이제 감을 잃어서 직장 다시 돌아가라고 하면 못할거 같아. 그래도 너는 직장 지금까지도 잘 다니고 있는게 용하다. 


ㅇㅇㅇ: 난 지금은 물론이고 앞으로도 계속 다녀야되 ㅋㅋ 나랑 내 가족들과의 생활을 지켜내려고 버티고 있는거지 뭐.ㅋ  내 아버지가 아들인 나에게 그렇게 해줬던 것처럼.


ㄴㄴㄴ: 좋은 마인드야. 나보다 많이 변하고 넓은 사람이 된거 같아 부럽기도하고 말이지.  


ㅇㅇㅇ : 그러냐? 오히려 나는 너가 너다운 모습을 지켜온게 부러워. 너가 갖고있는 너의 장점들이 여전히 빛나고 있다는게 멋지기도 하고....이건 진심이야.


ㄴㄴㄴ: 뭐가 부럽냐, 지멋에 살다 나중에 고독사 할지도 모르는데 ㅋㅋㅋ 


ㅇㅇㅇ: ㅋㅋㅋㅋ고독 얘기나 나와서 말인데 너는 연인이나 가족을 가져볼 생각은 없어? 


ㄴㄴㄴ : 있지 가능하다면 얘기지만, 내 경제력이 안정되서 가정을 지켜낼 수 있다는게 어느정도 전제 된다면 결혼을 하고 싶다는 생각은있지, 근데 그럴 여유가 없어. 


ㅇㅇㅇ : 여유가 실제로 없는걸까? 너도 벌만큼은 벌고 살잖아. 


ㄴㄴㄴ: 지금은 그렇지, 근데 이게 언제까지 유지될까? 내가 사랑하는 사람을 책임질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을 떨칠 수가 없는거지... 하물며 지금 같이 사는 묘랑이를 데리고 사는데도 많이 망설였고 정말 큰 용기가 필요했어. 근데 사람과의 관계라면 오죽할까? 


ㅇㅇㅇ: 정말 안정적인 여유가 문제야? 잘해낼 수 있을거 같은데~ 


ㄴㄴㄴ: 그래, 살면서 나 좋다는 여자도 못봤다. 그지야. 이제 속시원하냐? 


ㅇㅇㅇ: ㅋㅋㅋㅋㅋㅋ 만족스러운 대답이군 ㅋㅋ


ㄴㄴㄴ: 젠장.


ㅇㅇㅇ: 어쩌면 내가 도와줄 수 있을지도 몰라.


ㄴㄴㄴ; 니가 뭔수로.


ㅇㅇㅇ: 우리 회사 후배중에 니 팬이 있는데~ 걔도 글쓰기 좋아하고 

너랑 관심사도 비슷한거 같아서.


ㄴㄴㄴ: 내 일에 관심이 있으면 내 일을 대신하라 그래야겠다. ㅋㅋ


ㅇㅇㅇ: 팬이라고 말한거 못들었어? 기본적인 호감은 있다는 뜻이라고


ㄴㄴㄴ: 나란 사람을 안 겪어봤으니 내 팬을 할 수 있는거겠지. 


ㅇㅇㅇ: 말좀 들어봐, 걔는 너 한번 만나보고 싶대. 네 팬한테 너에게 실망할 기회를 줘보는게 어떄? 


ㄴㄴㄴ: ..... 일단 사진 좀 보여줘봐. 


ㅇㅇㅇ: 이 자식 따질건 따지는거봐라 ㅋㅋㅋㅋ 역시 인간은 재미있어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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