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게 아버지가 되지 않으련다. feat. 서브스턴스

by 냥이


나는 동갑인 와이프와 30대 중반의 나이에 만나게되어 일생일대의 연애를 시작했다. 그 때의 심경을 떠올려보면 "아니, 내가 연애를 한다니? 이게 정말로 일어난다고? 그것도 스무스하게?! " 라는 생각을 했던것 같다. 그만큼 나에게 그 일은 뭐랄까, 삶에서 이례적인 일이었으니 말이다. 조금 극적으로 표현하자면 사람의 인생이란게... 본인의 과거와 현재를 바탕으로 어느정도의 예상과 짐작을 가지고서 살아간다 하더라도, 이 다음의 삶이 어떻게 변화하고, 어떻게 돌아갈지에 대해 "실제로 직접 겪게되기 전에는 알 수 없다. " 라는 흔한 이야기의 증거가 나라는 남자의 연애, 그리고 결혼인것 같다고 생각한다.


아무튼, 서론이 길었는데. 그렇게 삶을 함께 하게된 와이프와 처음 만나게 된 방식은 소개팅이나, 선도 아니고, 말그대로 사전적 의미에서의 자만추였다. 서로의 마음이 맞는게 우선이었고, 각자의 외부적, 내부적 환경과 조건에 대해 특별히 계산하거나, 고려해보고 시작을 한 관계는 아니었다는거다. 그럼에도 서로가 서로에게 정말 좋은 사람이라는 확신만큼은 있었기에, 함께했던 순간의 진심을 믿고 연애를 시작할 수 있었다. 뭐랄까... 낭만적이긴 하지만, 그만큼 잠재적인 불안요소도 있을 수있다는거다. 그러한 우리가 사귐을 겨의 앞두고있는 맺어지기 직전의 썸단계 즈음. 동네친구를 카페에서 만나, 당시 진행중인 썸에 대해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데, 그 때 그 친구가 나에게 해줬던 말은 꽤나 유용했다.


그 친구말이 어느쪽이 되었든간에. 그 상대와의 연애를 장기적으로 하게 되거나, 결혼을 하게될 가능성을 염두해두고 있다면, 결혼이란 제도에 대해 비혼주의를 취하고 있는가? 에 대한 여부와, 결혼을 한다면, 아이를 가질 생각이 있는가? 의 여부에 대해서는 가능한 빨리 이야기해보고 캐치하는게 나중에 큰 문제가 생기는걸 방지하는데 좋을것이다. (feat. 둘 다 적은 나이가 아니니까!! ) 라고 했다. 그래서 나는 그 친구의 조언을 받아들여 와이프와 사귀고나서 100일도 안지난 시점에 당시 애인이었던 와이프에게 앞서 서술된 2가지 문항에 대한 답을 서로 오픈하고 확인하는 시간을 가졌다. 그 결과는 다행이도 쌍방일치. 양쪽 모두 결혼은 YES, 자식은 NO로 제대로 일치했다. 그렇게 확인된 둘의 결혼관, 가치관을 우리 미래모습의 청사진 삼아서 우린 좋은 인연을 이어갔고, 여러가지 행운이 따라줘서 현재는 결혼까지 골인해서 함께 살아가고있다. 이렇게 "결혼은 YES" 라는 동의사항이 실현된 것이다.


그렇다면 이제 "자식은 NO" 라는 선택만 남은 삶에서 관철시키면, 우리는 한 입으로 두말하지 않는 확신의 "딩크족 부부" 가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 선택은 그리 어려운 일도 아니다. 왜냐하면 와이프와 나. 우리 개인의 특성을 고려해봤을 때. 우선순위가 확실해질 수 밖에 없는 요소가 많기 때문이다, 단적으로 그냥 아무때나 머릿속에 떠올려봐도 아이를 갖는 선택을 함으로서 얻을 수 있는 행복과 메리트는 너무 몽글몽글하고, 추상적이며, 나의 상상속에 있는 장면에 맡겨야하는데 비해서, 가족구성원을 늘리지 않은 채. 앞으로도 우리부부 둘이서 살아갈것을 선택함으로서 얻을 수 있는 행복과 메리트는 굉장히 선명하게 현재진행형으로 체감할 수 있고, 그냥 어림짐작으로라도 그 선택을 함으로 인해서 얻게되는 시간적, 경제적 이익 또한 헤아려 보는게 가능하다.


누군가는 이에 대해 냥이 주니어, 냥이 2세가 될 수도 있는 내 가족의 탄생에 대한 긍정과 사랑을 어떻게 그렇게 차갑게 득과 실로만 따져서 부정하냐는 비판이 있을 수도 있지만, 사람이 자신의 삶에서 돌이키기 힘든 선택에 관해서는 특히 신중해질 필요가 있는건 자연스러운 일이며, 애초에 아직 세상에 존재하지도 않는 존재에 대해 그정도의 생각을 갖고있는건 딱히 미안한 일이나, 해로운 일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아이를 가지기로 한다면 직접낳는 당사자가 될 와이프 또한 아이를 갖고싶지 않다는것에 와이프 나름의 분명한 이유를 갖고있기에, 냥이2세, 냥이주니어가 생겨날 확률은 사실상 0%에 수렴한다고 봐야할거다. 오죽하면, 와이프와 나. 둘중 누구 한명이 마음이 바뀌어 아이를 갖고 싶어한다면, 원래 반대를 하고 있던 다른 한 사람이 전력을 다해서 말리고 막아주기로 약속까지 했겠는가? 아무튼, 그렇게 우리부부는 2인가구로 소박하고, 즐겁게 오래오래 잘 살다가 늙으막에 여유가 생겼을 때, 생의 황혼기에 친구가 되어줄 반려견이나, 반려묘를 맞이하자는게 우리 가정의 가족구성원 추가의 최대 마지노선인걸로 계획하고 있다는게 공식적인 입장이다.


그에 더해서, 본인이 아이를 갖고싶지 않은 또 다른 개인적 이유를 추가해보자면... 이유라기에는 다소 궁색하지만, "나의 유전자를 공유하는 어떤 존재의 출현으로 인해 일어날 수 있는 리스크" 라는 측면에서 개인적으로는 직접 감상은 하지 못했어도, 여러 통로를 통한 리뷰로 많이 접해와서 이미 감상을 한 것 처럼 느껴지는 바디호러 영화. "서브스턴스" 가 괜스레 떠오른다는거다. ㅋㅋㅋ



일단 그 영화의 줄거리를 내 나름대로 서술해보자면, 어쩔 수 없는 시간의 흐름에 따라서 자신의 전성기를 한 참 지나게 된 한물간 연예인이 된 주인공이. 늙은 자신의 모습과 현재의 삶을 못 받아들이고, 감당하지 못해서 겉보기에도 치명적이고, 위험하고, 안전을 담보할 수 없을것 같은 느낌의 "서브스턴스"라는 듣도보도 못한 ㅁㅊ 약물을 구해서 주사하더니, "자기 유전자를 베이스로 한 또 다른 젊고, 매력적이고, 강력한 성인등급 버젼의 나"를 태어나게 만들어서... 대리만족 삼아서 그 녀석에게 본인의 신체적, 물적인 지분과 자원을 나눠주며 반쪽짜리 시간을 살게 되고, 그 녀석이 점점 엇나가고, 욕심부리고, 사고치고 다님에 따라서, 본 주인인 나의 모습은 더욱 추례해지고, 자아는 초라해지는 경험을 하다가... (그 약물의 이용규칙이 본인의 척추에 있는.. 말그대로 골수를 뽑아다가 새로운 나에게 주기적으로 꽂아줘야지, 그 새로운 나라는 존재가 아름다운 채로 유지될 수 있다는 설정인데, 진짜 조금이라도 그 주기를 벗어나거나하면, 그만큼 신체가 썪는다던지, 장애가 생긴다던지... 하는 치명적 부작용이 발생한다. ) 끝내는 대환장의 호러피칠갑 크리쳐 차력쇼를 하게 되는 비극적 엔딩을 맞이한다는게 줄거리다.


몇몇 리뷰들을 보면서 이런 생각을 해봤다. 본인이 늙고 병들어 사라지더라도,내 유전자를 후대에 남김으로서 다시 삶이 재생되는 것 같은 만족을 느끼며 살아가고 싶어하는 마음, 경향성은 아주 예전부터 이어져온 인간의 근원적 본능이라고 들었다. 하지만 그 본능대로 실천하며 살기에는, 그 존재가 건강히 살아갈 수 있다는 믿음을 갖기에는.. 지금의 세상은 너무 못됐고, 나는 너무 약하다. 지금까지 나 자신을 건사하는 일도 말그대로 어찌저찌~ 겨우겨우~ 하고있는 것인데, 사랑과, 보호와 보살핌과 교육등등이 실시간으로 장기간 필요한 존재를 책임지고 감당한다는건 좀 처럼 상상할 수가 없다. 혹시라도 또 다른 우주의 내가 그것을 내가 진짜 할 수 있을거라 믿고 있다면 아마 그건 순전히 아이가 있는 삶을 경험해보고 싶다는 내 욕심과 만용을 부리고 있는게 아닐까 싶다.


물론, 이는 개인적인 감상이고, 애초에 서브스턴스는 부모자식 관계를 다루고 있는 가족영화도 아니며, 세상에는 아이와 함께 하는 삶에 긍정하게 해주는 좋은 가족영화도 훨~씬 더 많다는 사실을을 인지하고 있다. 하지만, 옹졸한 나는 자라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보고 놀란다고, 애꿎은 "서브스턴스"를 떠올리면 그와 함께 "나도 자식이 생기면 큰일이다... " 라는 묘~한 걱정이 연상된다는거다. 그건 아마 "아이를 갖는다. "라는 선택지가 포함하고 있는 위기감이나, 리스크라는게... 적어도 지금의 내게는 그것이 줄 수 있는 즐거움과 행복들 보다 크게 신경쓰이기 때문일거다.


아무튼 나는 그러하다. 나는 그렇지만 그렇다고해서 이미 아이를 낳은 가정이나, 낳고 싶어하는 사람들에 대해서 나와 다르다고 비판하거나, 내가 더 나은 선택을 한 것이라고 우쭐해하거나 할 생각은 전혀없다는 것 또한 적어두고 싶다. 그리고 나는 그 이유 또한 명확히 알고있다. 나를 낳아주고, 키워준 부모님이 그들의 삶에서 이따금씩 순간순간 나에게 지어보였던 행복한 미소와 즐거운 시간들에 어떤 억지나 거짓이 없다고 믿기 때문이다. 가끔씩 부모님의 그런 모습들을 떠올려보며 때로는 동경하기도하고, 사랑하기도 하고 그랬다. 아이가 가정에 태어남으로 인해서 한 부부가 삶에서 얻을 수 있는 행복에 대한 멋진 이야기들도 모르는 바는 아니고, 아이를 키워낼 준비가 다 완료된 채로 아이를 맞이하는 완벽한 부모 또한 세상에 없다는 사실도 알고 있지만. 뭐랄까, 그렇다고해서 굳이 나까지 츄라이~를 해야하는가?!! 그건 별개의 문제다. 세상에 뭔가 좋은 것이 있다고해서, 그걸 내가 반드시 직접 경험해봐야할 의무는 없을테니.


안가본 길에 대한 그나름의 후회는 어떤 선택에든 존재한다지만, 이따금씩. 아주 이따금씩 이런 질문들이 머릿속을 스쳐갈 떄가 있다. "아이를 갖지 않는것은 내게 있어서 너무 현명한 판단인걸까? 아니면 너무 겁먹은 판단인걸까? " 사람마다 처한 상황과 환경이 다르고, 가치관도 달라서 얼마든지 다른 판단을 내릴 수 있고, 정해진 답은 없는 일일거다. 오직 흐르는 시간만이 내가 무엇을 놓쳤고, 무엇을 잡았는지에 대한 깨달음을 주겠지.


부디, 내가 한 선택에 만족하고 행복할 수 있는 마음으로 삶을 살아갈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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