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자의 템포

by 냥이
Not Quite My Tempo.


2014년작 영화 "위플래쉬"를 보면

지독한 완벽주의자 플래처 교수가

이 대사를 시작으로 최고의 드러머를 꿈꾸며

노력하는 주인공 앤드류를 성에 차지 않아하며

쥐잡듯이 잡는 장면이 나온다.


GOOD JOB (그만하면 잘했어)이란 말이

세상에서 가장 쓸모없는 말이라는

확고한 목표지향적 인생관을 가진 플래처 교수.


영화 내내 앤드류는 그 플래처의 기준에 맞춰보려

말그대로 악전고투를 하게되고 말미에는

둘 사이 묘한 애증의 캐미가 느껴지는 장면을 보여주며

엄청난 드럼연주로 영화가 마무리가 되었던걸로 기억한다.


설명만 들으면 재미있는 스승 제자의 관계를

훈훈하게 다룬 영화같지만

실제로 보면 보는 내내 기가 빨리고...

그런것과는 거리가 있는 영화같았다.


메세지는 받아들이는 사람에 따라 다양하겠지만

엄청 강렬한 영화였음에는 분명한 영화였다.


이 세상에는 어떤 분야의 일을 하든지

위플래쉬의 플래처 교수와 앤드류 처럼

예상을 넘어서는 노력과 미친 적응력을

요구하는 윗사람이 있고 그걸 죽어라 해내서

정상에서 재능을 꽃피우는 사람이 있다.


애석하게도 그게 나는 아니다.


개인적으로 새로운 일, 새로운 업무를 할 때

적잖이 고생을 하며 배우는 편이다.

주로 신속성과 정확성이 요구되는 업무들에서

나는 신속성이 많이 부족했던 사람이었다.

일처리가 늦는게 부지기수였다.


때문에 내 속도가 일정 레벨로 성장하기까지..

그 일을 같이하는 입장에서

나를 인내해준 사람들이 있었다.


충분한 도움이 되고 싶고 일원으로서

의지가 되는 동료가 되고 싶었는데

그 빨리빨리가 마음처럼 되지 않아

고민이 많았을 때가 있었다.


그 때의 나를 버티게 해줬던건

플래처 교수 같은 상사의 Not Quite my Tempo!

같은 채찍질보다는 그가 제일 쓸모없는 말이라 소개한

GOOD JOB에 가까운 위로의 말이었다.


사람이 바쁜 상황에 서두르면 실수가 나올 수 있는데

그래도 나는 나의 템포로 일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건 일종의 장점이 될 수 있다는 말.


그 말은 내 성장이 완전히 정지해있다고 느껴질 때

내가 완벽하진 않지만 옳은 방향으로

조금씩 움직이고 있었다는걸

상기시키는 나침반이 되어주었고

결과적으로 나는 아픈 적응의 시간을 견뎌냈고

발전된 나의 템포로 일을 할 수 있게 되었다.


어디서 그 때의 나와 비슷한 사람을 보게 된다면

너무 닥달하지 말자는 다짐을 해본다.


도착시기가 다를 뿐이다.

서로 인내를 갖고 돌아서 멈추지만 않는다면

결국에 우린 각자의 템포로 움직여

같은 목적지에서 마주하게 되어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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