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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냥이 Apr 20. 2021

폭설

만약 그 사실을 당신들에게 얘기하게 된다면

내 작은 마을에는 눈이 쏟아져내릴거야.


날 우습게 여기는 눈

날 불쌍히 여기는 눈 


날 패배자로 보는 눈

날 별종으로 보는 눈


날 경멸하는 눈

날 동정하는 눈


그 시선들은 폭설이 되어

내가 아무리 열심히 쓸어담아도 

전부 다 부질없을 정도로 쌓여버리겠지

내 작은 마을을 농담거리와 거짓들로 새하얗게 덮어놓겠지.


이제 막 알아가는 사람들에겐 색안경이 씌워지겠지

이미 날 알아왔던 사람들에겐 놀림감이 되어질거야.


내 목소리로 뱉는 말과 내가 하는 행동으로 판단하지 않고

그 사실 하나로 날 다 파악했다고 믿는 인간들 틈에서 사는 것

그게 내 두려움이자 악몽이고 지옥이야.


당신들은 다를거라고? 설마 그럴것 같냐고? 

단 1%라도 그럴 확률이 존재하는 한 아무도 못 믿겠어

누구나 그런거 있다고 이해하는 척해도 속아넘어가지 않을거야

차라리 난 이렇게 지금처럼 닥치고 있거나 거짓말을 할래.


그러는 편이 최소한 당신들에게 실망하고 싶지 않은 내 마음만큼은 지켜줄 수 있거든

겁쟁이라고 말해도 상관없어. 내게도 그정도의 안전은 보장되어야 한다고 생각하니까


정말 유감이야

당신들은 괜찮다고 감당할 수 있을 것 처럼 얘기하지만 

당신들이 알고있다는 것 자체를 내가 감당할 자신이 없어


그래, 난 이 쓸데없는 눈걱정에서 아마 평생 자유로울 수 없을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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