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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냥이 Apr 20. 2021

자백

내가 거기 있었단 사실을 누가 알아줄까요?


그들이 "진짜"라고 부르는 사람이 돌아오자...

나는 이 섬에서 쫒겨났습니다.

처음부터 이럴 거였다면 그들은 왜 내게 잘해줬을까요?

 

우리가 이 섬에서 지난 1년간 함께 지내며 

울고 웃으며 만들었던 추억들은

원래 내 기억의 주인이었던 사람의 행동을

흉내 낼 뿐인 데이터의 잔상이었을까요? 


내 존재가 누군가의 대체재였다고 뒤늦게 말하면

쉽게 납득할 것 같았나요? 

 

내 존재가 가짜였다면 내 분노도 가짜라고 할 건가요?

뭐.. 상관없습니다. 

이제 이런걸 따져봐야 의미없겠죠.

 

그래요. 나는 누군가의 기억을 물려받았을 뿐인 로봇입니다.

어제는 섬 하나를 파괴했죠.


자, 이제 내 죄도 가짜라고 말해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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