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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냥이 May 01. 2021

안 친한 친구 결혼소식

어제 오후에 개인톡으로 

그닥 안친한 고등학교 동창이

내게 자신의 결혼 소식을 전했다.

 

그 친구는 같이 학교 다니던 졸업 전에도, 졸업 이후에도 

나와 개인적으로 연락, 소통이 없다시피 하다가 

20대 초에 다른 애들이랑 아주 가~끔 모일 때. 

혹은 좋은 소식 있을 때만 단톡 방으로 간간히 근황을 전하던 친구였는데..

요번엔 웬일로 나에게 개인 톡으로 연락을 한 것이었다.


나는 사람들을 "친구"로 포함시키는 범위가 매-우 좁은 사람이라서

이 친구가 결혼식에 참석을 부탁하거나, 축의를 요구하면

유감이지만 부드러운 거절의 말을 돌려줄 예정이었는데..


본인도 나와 동창이라는 교집합만 있을 뿐

사실상 남에게 가까운 나에게 

결혼 소식으로 갠톡을 하는 이 상황이 뻘쭘하게 느껴졌는지

다행히도 그런 걸 요구하지는 않았다.

오히려 이럴 때만 연락하는 것 같아서 미안하다는 말까지 했다.


뭐.. 그래도 늘 먼저 소식 전해주고 선톡이라도 하는 쪽은 이 친구였고.

갠톡에서나 단톡 방에서나 투명인간처럼 눈팅만 했던 건 내 쪽이었으니까..

우리의 소원한 관계에 대한 서운함이나 책임을 한쪽에만 전가하는 건 불공평하다.


그런 고로. 굳이 나도 좋은 소식 전하는 친구에게

성의 있는 축하를 하진 못할 망정, 쌀쌀맞게 대하고 싶지는 않아서

부담 없이 메신저로 축하를 해주었다. 


그렇게 우리는 간단한 안부를 주고받고

짧은 대화를 나눴는데.


이 친구가 굳이 어색한 나에게까지 갠톡을 하게 된 건

자기 생에 축하받을 일이 이런 거밖에 없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연락을 하게 된 거라는 그 친구의 말이 씁쓸하게 마음에 남았다.


어쩌면 그 친구의 삶에도 내가 모르는 그림자와 우여곡절이 있었을지도 모르겠다.

내 삶이 그래 왔던 것처럼 말이다.


카톡 프로필, 배경화면에 늘 멋진 장소, 웃는 모습만 나와있길래

쟤 인생은 행복하겠거니 했던 거지.. 


그러고 보니 이 친구가 포함된 내가 눈팅하는 동창들 단톡 방에서는

다들 좋은 일 생길 때만 연락이 오고 갔다.

오랜만에 친구에게 하는 연락에서 시시콜콜하거나 즐겁지 않은 소식은 자기 검열되고

축하받을 만하고, 행복하고, 즐거운 소식만 전해져야 한다는... 

그런 암묵적인 룰은 언제부터 형성된 걸까? 


이것도 남의 일이 아니다. 

그런 쪽에 있어서 어찌 보면 나도 들이밀 것이 그다지 없는 삶이었기 때문에

동창 단톡 방에서 눈팅이나 하고, 투명인간처럼 지내왔던걸 지도 모르겠다.

인생이란 게 원래 주로 나쁘고 때때로 좋은 건데,

좋을 때만 소식을 전하자니 소식이 뚝뚝 끊기게 되는 거지..


아무튼, 이번에 결혼하는 그 친구의 삶에서 앞으로 축하받을 일이 많이 생기면 좋겠다.

가정 잘 꾸리고 항상 행복하길. 

우리의 푸른 시절, 언젠가 같은 교실을 썼던 동창으로서 마음속으로 기원해본다. 


그래, 나도 이번에 내는 책이 출간되면 단톡 방에 얼굴 철판 깔고 소식 한번 전해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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