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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냥이 Jul 10. 2021

탈출

영화 ‘사랑의 블랙홀’ 의 주인공 필코너스는 자신이 취재 일을 하러간 마을에서 이유모를 저주에 걸려 영원히 2월 2일이라는 하루를 반복하게 된다. 매일 같은 스케줄이 정해져있고, 같은 사람들을 만나야하며, 같은 사건들이 일어난다. 필코너스는 반복되는 2월 2일에서 탈출하기 위해 밤을 새우거나, 다음날에 수습할 수 없는 사고를 치거나, 자살을 하는등 갖은 극단적인 방법을 다 동원해보지만 그의 이러한 시도들은 번번히 실패하게 된다. 내일을 꿈꿀 수 없는 상황에서 때로는 신선한 자극을 찾아 일탈을 꿈꿔보지만 기계처럼 반복되는 하루. “2월2일의 저주”로 상징되는 영화의 상황은 왠지 남의 일처럼 느껴지지 않는다. 


매일 작은 변주가 존재할 뿐. 월급이란 보상을 받기 위해 출근해서 일하고 퇴근학고, 집에서 쉬고, 다시 출근하는 삶을 사는 나와 필코너스의 2월2일은 크게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뭐… 로또라도 당첨되지 않는 이상 이런 패턴을 벗어날 수 없는걸까? 아니면 은행이라도 털어야하나? 그게 로또 당첨보다 쉬울 지도 모르지만, 여기 더 쉬운 방법이 있다. 약간의 다른 점이라도 찾아 그날의 하루를 글로 기록하는 것. 그렇게 함으로써 나의 어제와, 오늘과, 내일에 차별점을 주는 것. 분명히 달랐었던 순간을 문자로 옮겨담아 영원으로 만드는 것… 그것이 수없이 반복되는 일상에 대한 내 나름의 탈출 방법이다.


시지프스 신화에서 시지프스는 신에게 벌을 받아 영원히 산에서 굴러내려오는 돌을 굴려서 올려놓고, 돌이 중력에 의해 아래로 굴러떨어지면 다시 올려놓는 것을 반복해야한다. 만일 내가 시지프스였다면 그 돌을 올려놓아야하는 힘든 순간에 집중하기 보다는, 몸이 가벼워진 상태에서 돌을 주으러 다시 내려가는 그 순간에 반복을 깰 수 있는 무언가를 하고 있지 않았을까 싶다. 그렇게하면 시지프스라도 사는게 조금은 즐거워지지 않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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