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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냥이 Jul 19. 2021

옳은 말은 옳은 말이다.

가끔씩 너무 옳은 얘기는 너무 뻔해서

흘려듣게 되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


아버지는 지난 시간들 속에서 여러번 내게 경고하셨다.

술에 취해 있을 때도 눈을 꿈뻑대며 꼬부라진 혀로 말하셨고, 

술을 안 마셨을 때도 눈을 똑바로 쳐다보며 진심을 담아 말하셨다.


식습관 좀 고치라고, 운동 좀 해야한다고.

지금 관리 안하면 나중에 고생할거라고.


아버지는 늘 그랬다. 

정작 아버지 본인은 가족들, 남들 다들 끊으라고 말하는

술, 담배를 죽어도 안끊으시면서 말이다.


딱- 심하게 중독이라고 규정해서 금주,금연 캠프에 보내버리기는 애매하고

딱-주변에서 볼 때 적당히 불쾌하고, 꼴뵈기 싫은 ..

딱- 그정도로 본인은 본인 하고 싶은거 다 즐기시면서 ..


가족들이 뭐든 그만 하라고하면, 역정을 내면서 

나는 살만큼 살았고, 앞으로 살아봤자 오래 안사니까

그냥 마음대로 하고 싶은거 하고 살아도 된다..는


가족입장에서 듣다보면 개열받는 

내로남불 논리를 시전하면서도

그 저변에 깔려있는 자식 걱정은 진심이셨다.


하지만 그런 아버지가 하는 말이라서.

나는 아무리 그게 옳은 말이라도 

옳지 못한 사람에게서 나오는 말같아서..

너무 듣기가 싫었던거다.


그런데 결과적으로...  "옳은 말은 옳은 말이었다."

지금, 우습게도 때아닌 건강문제로 주변사람 걱정시키고 있는건

칠순이 가까운 아버지가 아니라, 

이제 삼십대 초반 지나가고있는 아버지의 자식인 나. 본인이다.


MRI 촬영 CD를 본 의사는 수술이 필요할 수도 있다고 했다. 

그렇다. 옳은 말이 지닌 힘을 뒤늦게 체감하고 있다.


결국, 옳은 말은 옳은 말이다.

그게 누구한테서 나온 말이든, 그게 얼마나 진부하든

그게 얼마나 듣기 싫었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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