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의가 없더라도 무관계한 사람을 끌어들이는 외향성은 내향성에게 종종 폭력적일 때가 있다.
코로나가 발생하기 전
까마득한 옛날 어느 여름.
모 대학교 신입생 MT.
딱히 갈 생각 없었는데...
이런 것도 경험이라며 참여를 강권하는 선배들과 학생회의 압박에 못이겨
반강제로 MT내내 참여하게 된 낮가림이 심한 남학생 하나.
2박3일내내 겉돌고, 어울리지 못하고
다른 이만큼 즐기지 못함에 대해 속으로 불편해하고
그걸 또 미안해하며 시간을 보낸다.
마지막날 해질녁.
해수욕장의 모래사장 위에서 남녀 2인1조로 피구시합이 개최된다.
낮가림이 있는 사람이든 없는 사람이든 예외없이 자신의 파트너를 알아서 찾아야한다.
하지만 낮가람이 심한 학생은 아무에게도 파트너가 되자고 제안을 못한다.
그리고 아무도 낮가림이 심한 학생에게 파트너가 되자고 제안하지 않는다.
보다 못한 책임감 강한학생회 여회장이 낮가림 심한 남학생에게 다가가 파트너가 된다.
그렇게 피구시합은 시작된다.
참여하고 싶지 않은 피구에 구색을 맞추기 위해 자신과 파트너가 되어준 것에
감사해야할 지 말아야할 지 어리둥절한 기분을 느끼기도 잠시...
여회장은 남학생에게 공격도 수비도 뭘 안해도 되니까 움직이지말고
라인구석에서 안 들키게 가만히 있자고한다.
당연히 그 사람 많은데서 안 걸릴리가 없지. 아무것도 안하고 초반에 탈락.
남학생은 어차피 게임의 승패는 관심도 없던 차에 잘됐다고 생각한다.
선배들이 캐치프레이즈였던 좋은 경험 대신
겉돌고, 남겨지고, 버려지는... 나쁜 기억만 남겨준 MT는 끝이나고
낮가림 심한 남학생은 그렇게 학과에서 아웃사이더가 된다.
그냥 시간이 흐르면서 자연스럽게 교실에서 강의나 듣고 과제나 준비하며
그 잘난 멤버쉽을 다졌다면 어땟을까?
그랬다면 낮가림 심한 남학생도 조금은 즐거운 대학생활을 할 수 있었을까?
세상엔 굳이 겪지 않아도 될 경험들이 있는 거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