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선 하늘, 낮선 장소에서
낮선 방식의 휴가를 보내고 있다.
제주시의 그렇게 럭셔리하지도, 초라하지도 않은
어느 호텔룸 안에서 보내는 혼자만의 시간.
소파 위에서의 6시간의 독서가 끝이나고
근처 편의점에 나가서 간식, 먹을거리를 사온다.
침대 머리맡. 노란 조명등 하나만을 켜둔 채
멍하니 TV에서 해주는 성인영화를 보고있다.
사실을 고백하자면 이 공간이 나의 여행지다.
이번 제주도 여행을 시작하기 전부터
제주도 도착 이후 몇 일째. 익숙한 사람들의 연락이 계속왔다.
여행을 잘보내고 있냐느니, 새로운 경험을 했냐느니
세상을 보는 시야를 넓혔냐느니, 찾고있던 답은 찾았냐느니
다음 여행지는 어디냐니, 누구를 만났냐느니
거기 근처에 어디어디 맛집 유명한데 무얼 먹었냐느니...
나를 지치게 하는 주변의 불필요한 관심들이 나를 괴롭게했다.
그들의 관심에는 휴가 때 즐기는 여행이란 자고로 이래야하는 법이고
나도 여행자라면 그 법도를 지켜야한다는 전제가 깔려있었다.
나를 피곤하게 하는 그 모든 관심에 중지를 들어올리듯
핸드폰의 에어플래인 모드를 켜놓는다.
낮선 제주도 호텔룸에서의 다섯 번째밤은 그렇게 흘러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