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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냥이 Nov 08. 2021

이터널스 (2021)

익숙한 맛이 그리운 가을


★★☆


마블의 신작. "이터널스"를 관람했다.

이 영화, 분명 나름의 재미가 있긴 있었는데

그 재미가 내가 기대했던 종류의 재미가 아니라서 혼란스러운 느낌이다.


오락적인 재미가 약한 히어로 영화 or 오락적인 재미를 가미한 SF 드라마

그 사이 어느지점에서 오락가락하는 많은 관객들이 각자의 호불호를 표현하고 있다.

이 리뷰에서 굳이 내 감상의 방향을 정하자면 나는 불호쪽에 가까운거 같다. 


언젠가 봤던 침착맨 유튜브 영상에서 침착맨이 했던 얘기가 떠오른다. 

버거킹의 8~9000원하는 버거는 "야, 버거도 이정도 할 수 있어!! 어때? 좋지? " 라고 어필하며

어깨에 힘이 잔뜩 들어간것 같아서 안 좋아한다... 는 얘기에 덧붙여서 

맥도날드 2000원짜리 치즈버거는 그냥 대충 만든 익숙한 맛이라서 좋다고 했었지.


아무래도 나는 마블에게 대충만든 익숙한 맛을 기대하는것 같다. 


하지만 최근 극장에서 개봉하는 마블의 영화들은 뭐랄까, 새로운 시도에 목말라있다는 느낌이다. 

현재의 "MCU" 라는 수많은 팬의 안정적인 인기를 보유하고 있는 프렌차이즈가 아니었다면 

애초에 엄두도 내지 않았을 과감한 시도들을 연이어 하고 있으니 말이다. 


전에 없던 개성적이고 새로운 세계관, 더 커진 스케일의 이야기, 전에 없던 캐릭터의 강력한 스펙, 그리고 PC(정치적 올바름)에 대한 적극적인 포용... 등이 기존의 인기를 등에 업고서 현재의 마블이 공을 들이고,  관심을 쏟고 있는 요소라고 느껴진다.  


나쁘지 않은 관심이지만... 

내가 볼 때 저런 요소들을 "훨씬 더" 잘 살릴 수 있는건

20편이상 누적된 히트공식이 정립되어 있는 "히어로 프렌차이즈"가 아닌 

"오리지널" 장르 영화들일텐데, 굳이 이걸 히어로 영화에서 시도한다고? 

그냥 새로움을 위한 새로움 아닌가? 라는 생각이 드는건 왜일까? 


나... PC, 싫어하냐? ㅋㅋㅋ


세상에 전지전능한 인간이 없듯이, 전지전능한 프렌차이즈도 없는것이다. 

대체로 무언가에 대한 관심은 다른 무언가에 대한 소홀함, 무관심으로 이어진다.

마블은 매력적인 새 히어로 캐릭터를 만들어내는 일에 더 이상 관심이 없게된 걸지도 모르겠다. 

매력적인 캐릭터 구축은 한 때 마블이 가장 잘하던 것이었는데 말이다. 


아니, 이제 막 캐릭터를 소개하고 이야기를 시작하는 영화에 

너무 많은것을 바라는걸 수도 있지만

그래도 히어로영화 관객입장에서 좀 징징대자면  

2019년작 "스파이더맨 파프롬홈" 이후로 

익숙한 클리셰적인 MCU 영화를 본 지 제법 오랜 시간이 지났다는것도 한몫하는것 같다.


으으...재미의 피크를 찍었던 엔드게임 이후로

MCU의 익숙한 맛에 대한 갈증이 제대로 채워진적이 ...

이거 오히려 익숙함이 귀해진 시대가 되어버린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아무튼, 이터널스에서는 다양한 초인들이 등장하는데

그중에서 비전투 계열의 동양인 여성 히어로. 

세르시가 영화의 중심에서 서사를 이끄는 메인 주인공으로 활약한다. 


유감스럽게도 세르시에게는 미안한 얘기지만 

나는 세르시라는 캐릭터에게 딱히 영웅으로서의 매력을 못느꼈다. 


조금 극단적인 비유지만 "스타로드" 대신 "맨티스"를 메인 주인공으로 하는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를 보는 기분이었다. 

뭐, 맨티스의 상위호환 정도라고 얘기할 순 있겠지만...


그렇다고 가오갤 처럼 세르시 개인이 아니라 하나의 히어로 팀으로서 

"이터널스"가 극중 하모니를 이루는 어필점을 보여줬는가? 하면 그것도 아니다, 

약간 스포일러라고 할 수 있지만, 이 영화의 메인 갈등이 이터널스 간의 내분이기 때문이다. 


심지어 이번작이 데뷔인데 동료로 인해 죽어나가는 동료도 있고

그런 와중에도 아웅다웅하고 ... 

무슨 마블 버전의 "소프트 수어사이드 스쿼드"인줄 알았다. 


등장인물들이 하나같이 각자의 의견도 다양하고, 사연도, 신념도, 정의도 다양해서 

그런 것들이 관객으로 하여금 세상에 다양한 정의가 있구나... 정의의 적은 또 다른 정의인가? 

하는 딥-한 생각을 하게 해주는 여지는 주지만...


그만큼 히어로 영화 장르 고유의 스트레이트한 구성, 권선징악의 통쾌함, 상쾌함 등은 반감되는 결과가 나왔고, 거기에 더해 관객이 한마음으로 응원할 수 있거나, 관심이 집중되는 매력포인트가 있는 캐릭터가 매우 부족하다는 것이 내가 이 영화에 느끼는 문제다.  


액션을 겸할 수있는 히어로 장르의 매력있는 주연급 캐릭터들. 

이 영화에 그럴 가능성이 있었던 캐릭터가 있었다 할지라도

감독 스스로가 그런 캐릭터들을 이번 영화에서 불안정한 정신적 핸디캡을 부여하거나

반전의 도구로 쓰거나, 아예 리타이어 시키는 결정을 하기 때문에... 


다른 MCU영화에 등장할 이터널스에 대한 기대가 반감되면서

영화를 다보고 나면 마치 건더기가 없는 국그릇을 보는 심정이 된다. 


간만에 리뷰를 길게 주절주절 하다보니 이것저것 많이 깠지만

이 영화는 베놈2처럼 그냥 못만든....소위 졸작이라서 불호인 영화는 결코 아니다.

티켓값이나 시간이 아까운 그런 종류의 영화는 아니라는거다. 


또한 히어로 장르 영화가 아니라 "오락적인 재미를 가미한 SF드라마" 로서 즐긴다면

충분히 만족하고도 남을 퀄리티의 영화라고 평가하고 싶다. 


첫술에 배부를 순 없겠지만 그래도 샹치보다는 배불렀다.

그리고 이 영화, 좋은점도 찾아보면 많다.


멋진 자연 경관과 시대를 오가며 구축한 세계관도 좋았고

생각할 거리를 던져주는 영화의 주제의식도 좋았고

마블의 우주적 존재의 스케일을 실감나게 화면에 담아낸것도 좋았고 

처음 관객에게 소개하는 이터널스 10인의 초인들을 

누가 누구이고 어떤 능력과 개인 스토리를 갖고 있는지 

구분이 가능하게끔 효과적이고, 자연스럼고, 깔끔하게 소개했다는점도 좋았다.


하지만 올해의 기대작은 누가 뭐래도 스파이더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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