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Dittomato Jan 14. 2021

휴지심

01.05.21

나는 부지런함과 게으름을 잘 섞어놓은 사람이다.


가끔은 과하게 깔끔을 떨며

화장실에 보이는 물 자국 하나

그냥 지나가지 않을 때가 있지만


가끔은 손하나 까딱하기 싫어

다 쓴 휴지심을 끼워놓은 채로

새 휴지를 한 손에 돌돌 말며 하루를 보낼 때가 있다.


오늘 아침에 일어나 보니

어젯밤 내가 쓰고 변기 위에 올려놓았던

갈 곳 잃은 두루마리 휴지가 보란 듯이 끼워져 있었다.


오전 6시 반

깰 새라 숨 죽이며 출근 준비를 하던 남편의 모습이

어렴풋이 머릿속에 스쳤다.


사소해 보이지만 적어도 나에게만큼은 충분한 노력.


사랑에 비롯된 작은 행동은

대단한 것이 아니지만

단 한 사람에게는 대단하다.

매거진의 이전글 비밀리의 부캐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