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05.21
나는 부지런함과 게으름을 잘 섞어놓은 사람이다.
가끔은 과하게 깔끔을 떨며
화장실에 보이는 물 자국 하나
그냥 지나가지 않을 때가 있지만
가끔은 손하나 까딱하기 싫어
다 쓴 휴지심을 끼워놓은 채로
새 휴지를 한 손에 돌돌 말며 하루를 보낼 때가 있다.
오늘 아침에 일어나 보니
어젯밤 내가 쓰고 변기 위에 올려놓았던
갈 곳 잃은 두루마리 휴지가 보란 듯이 끼워져 있었다.
오전 6시 반
깰 새라 숨 죽이며 출근 준비를 하던 남편의 모습이
어렴풋이 머릿속에 스쳤다.
사소해 보이지만 적어도 나에게만큼은 충분한 노력.
사랑에 비롯된 작은 행동은
대단한 것이 아니지만
단 한 사람에게는 대단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