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14.21
남편은 자상하고 항상 나의 말을 주의 깊게 들어주는 사람이다.
그가 업무에 치여 집에 들어오는 날이면
그 날의 숨 가빴던 일이 얼굴과 몸을 통해 내게 고스란히 전해진다.
여자는 하루 평균 이만 개의 단어를 써야 한다고 하지만 그런 날이면 남편에게 하고 싶은 말들이 목에 가득 차있어도 밥과 함께 넘긴다.
처음에는 그게 힘들고 어려웠다.
왜 내 얘기에 관심이 없는 거냐며 서운해하고 그를 더 녹초로 만들었다.
그러나 조금 시간이 지난 뒤 하고 싶었던 이야기를 하나 둘 꺼내었을 때 여전히 그는 경청해 줄 거라는 걸 이제는 안다.
주로 우리는 거실 커피 테이블에서 나란히 앉아 밥을 먹는다.
어김없이 퇴근하고 돌아온 남편이 조용히 먹고 있는 나를 가만히 바라보다가 먹던 밥그릇과 수저를 들고 마주 보는 자리로 왔다.
그러고는 “오늘 별 일 없었어?”라고 물어봤다.
남편이 나와 마주 보는 자리로 바꾼 이유는
오늘 나의 하루 일과와 생각을 들어줄 여유가 있다는 뜻일 수도 있고
나의 존중과 사랑을 느껴서일 수도 있다. 아니면 그런 그도 나를 존중하고 사랑해서일 것이다.
그게 뭐가 되었든 내 마음을 감싸 안아주었다.
고마운 사람.
그땐 좋다는 표현을 바로 못했지만 기억해두고 싶은 순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