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26.21
오늘 우리 집 싱크대 하수구에서 물이 역류하는 일이 있었다.
하수구에서 꼬로로록 꼬로로록 몇 차례 소리를 내었는데 그게 무슨 영문으로 나는 지 모른 채 물을 살짝 틀었다가 대참사가 일어났다.
시큼한 냄새가 코를 찌르는 정체모를 시커먼 물이 순식간에 개수대를 가득 채우는데 불과 5분도 안돼서 넘치기 일보직전 상황까지 갔다. 순간 눈 앞이 캄캄해지면서 머릿속의 생각 회로가 멈춰버려 아무것도 할 수가 없었다. 사태를 어떻게 수습해야 할지 발만 동동 구르고 있던 찰나에 다행히 아파트 관리인이 오셔서 재빨리 수습을 도와주셨다.
요즘 미국 주식시장에서 훗날 교과서에 실릴 만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 ‘Gamestop’이라는 비디오 게임 회사는 지는 산업에다 적자 기업이었다. 그런데 미국 최대 인터넷 커뮤니티 ‘Reddit’을 중심으로 개인 투자자들이 공매도 비중이 큰 종목을 매수하라고 서로 독려하며 헤지펀드를 상대로 전쟁을 선포하면서 이 ‘Gamestop’ 종목의 주가를 엄청난 속도로 끌어올리는 중이다.
어제는 주가가 150%를 찍더니 장 마감 때는 18%의 상승률을 보여주며 마치 영화의 한 장면 같은 그래프가 펼쳐졌다. 주식을 잘 모르는 나도 주가 변동을 보고 있다 보면 ‘이 주식 정말 미쳤다’라는 말이 절로 나온다. 전문가들이 바라보는 이 회사의 주당 가치는 20불 언저리인데 오늘 장 마감 후 최대 246불까지 올라왔다. 이 모든 게 한 달도 안돼서 일어난 일이며 내일이면 또 오를지 모레 되면 몇 배로 뛸 수 있을지에 대한 보장은 없다.
이 스릴 넘치는 게임에서 대범한 개인 투자자들이 이길 것인가. 월스트리트의 큰손들이 이길 것인가.
부엌 싱크대 하수구에서 검정 물이 넘쳐올랐던 것처럼 곧 손을 쓸 수 없는 상황이 일어날 것만 같다.
누구에게는 참사고 누구에게는 경사인 어마 무시한 게임에 베팅하는 사람들을 보며 주식투자는 역시 아무나 하는 게 아니라는 것을 다시 한번 느꼈다.
*이 포스트는 특정 주식 종목에 대한 매수 및 매도 추천이 아닙니다. 향후 주가 움직임은 내용과 무관할 수 있음을 밝힙니다. 단순 참고용으로 사실과 다른 내용이 포함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