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3.30.21
맨해튼의 분위기가 요즘 심상치 않다. 어제만 해도 끔찍한 아시안 혐오 범죄가 잇따랐고 남녀노소 가릴 것 없이 동양인이라는 이유만으로 무차별적으로 당했다. 작년 BLM 시위 현장을 직접 경험해봤지만 이번에는 사뭇 다른 느낌이랄까 사람들의 관심이 그때보다는 비교적 집중되지 않는 듯하다.
극으로 치닫는 중미 갈등 속에 바이든 정권이 들어서면서 조금 완화될까 싶었지만 얼마 전 애틀랜타에서 일어난 총기난사로 인해 미국에 살고 있던 모든 아시안들이 공포에 떨게 만들었다. 범죄자가 아시안이 싫어서 죽였다고 밝혔음에도 그 사건을 경찰은 범인에게 운수 나쁜 날이라 일어난 일이라 하며 혐오범죄를 부정했다.
동양인 차별이 코로나 때문에 생긴 것은 절대 아니다. 더 악화되었을 뿐이다.
그전부터 뿌리 깊게 박힌 인종차별은 차별인지도 모를 만큼 일상에서 당연시되었다. 이민을 온 소수의 민족들은 기를 쓰고 버티며 피나는 노력 끝에 정착을 했고, 그들의 2세들은 정체성의 혼란과 차별을 고스란히 감내하고 살아가야만 했다. 미국인이지만 숙명처럼 이방인 취급을 당했던 그들은 이제는 목소리를 내어 제발 그만하라고 외친다.
“Stop Asian Hate!” (아시안 인종차별을 멈춰주세요)
“I am not a virus.” (저는 바이러스가 아니에요)
이민자의 나라 미국, 그 어떤 이유로도 피부색으로 차별해서는 안된다.
어제 맨해튼 한복판에서 “You don’t fucking belong here. (당신이 미국에 있어서는 안 돼. 너희 나라로 가)”라고 하며 교회를 가던 65세의 동양인 여성을 발로 차고 얼굴을 가격하는 일이 있었다. 그 사람은 피해 여성보다 미국에 있을 자격이 되어 그런 말과 행동을 한 걸까. 또한 지하철에서 동양인 남성이 실신할 정도로 때려눕히는 동영상은 정말 끔찍해서 보고 한동안 말을 잃어버렸다.
오늘 운동하러 나가는데 남편이 나에게 신신당부를 했다. “사람 조심해라, 큰길로 다녀라.” 10분 거리에 있는 운동센터를 가는 데도 한시도 긴장을 늦추지 않았다. 어쩌다 뉴욕 한복판에서 무차별 폭행이나 시비에 두려움에 떨며 거리를 나서야 하는 건지 억울하고 분했다. 웬만하면 혼자 걸어 다니지 않고 당분간 대중교통도 이용하지 않기로 했다.
인종차별은 세계 모든 인류가 풀어야 할 숙제다. 우리도 인종차별을 안 한다고 하면 거짓말이다. 내면 깊숙한 곳에 자리 잡은 혐오감과 적대감을 먼저 끊어내지 않는다면 차별받는 것에 대해 분노할 자격이 없다. 나부터라도 인종 구분을 하지 않으려 노력하고 동양인인 것에 위축되기보다는 ‘너는 너 나는 나’ 같은 동등한 입장에서 생각할 수 있는 사람이 되어야겠다고 다짐했다. 조금씩 개선되고 있지만 하루빨리 이 인종차별 문제가 전 세계, 전 세대적으로 뿌리 뽑히는 날이 오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