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미로 시작한 일본어가 밥을 먹여 줬습니다.
일본에서 취업하고 싶어 혼자서 두 시즌 동안 고군분투했더니, 6개 회사로부터 합격 통지서가 날아왔습니다.
그 속에서 만난 소중한 인연들과의 에피소드를 담았습니다.
면접을 보는 동안 체류한 고쿠분지의 에어비앤비에는 4개의 게스트 전용 방이 있다. 모두 한 달 이상의 장기체류자였다.
집 리모델링 기간 동안 잠시 머물던 일본인 사야 아주머니와 프랑스인 데이비드 아저씨, 그리고 두 분의 아들 루이. 과거 도쿄의 한 대학에서 프랑스어를 가르쳤던 미쉘 교수님. 연구를 위해 잠시 캐나다에서 일본으로 파견을 온 바바 교수님.
정신없는 아침. 현관에서 허둥지둥 구두를 신고 있으면, 바로 앞 방을 사용하는 미쉘 교수님이 조심히 다녀오라고 인사를 해 주신다. 출장으로 며칠 동안 중국에 다녀오신 바바 교수님은 비행기를 타면서 관광, 항공 업계에 관심 있는 내 생각이 났다며 항공사의 팸플릿을 챙겨 오신다.
거실에서 다음 날 면접 보는 회사의 면접 답안을 만들고 있자, 회사에서 채용 담당 업무를 수년간 해오신 사야 아주머니가 오셔서 어색한 표현이 있는지 체크를 해 주신다. 데이비드 아저씨는 루이의 저녁밥을 너무 많이 만들었다며, 같이 먹자고 수저를 내민다. 국적도 다르고, 언어도 다르지만 마음만은 이어져 있다.
주말이 되면 시간이 비는 사람들끼리 같이 식사를 하거나, 근교 당일치기 여행을 갔다. 하루는 세계 각 국에서 모인 사람들 답게 각자 소개하고 싶은 고향의 음식을 준비해 파티를 열기로 했다. 삼겹살을 대접하고 싶어 집 앞 마트에 갔는데, 한국식의 슬라이스 된 삼겹살이 아닌 통 삼겹살만 판다. 아쉬운 대로 김치와 쌈장을 함께 사와 요리를 했지만 생각했던 맛이 아니었다.
하지만 다른 게스트들의 음식이 더해지니 최고의 한 상이 되었다. 바바 교수님이 파스타를 만들고, 미쉘 교수님은 갖가지 재료가 들어 간 샐러드를 만든다. 후식은 데이비드 아저씨가, 맥주와 와인은 요코 아주머니가 맡았다.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이야기를 하다 보니 어느새 시곗바늘이 12시를 가리킨다.
호스트 아야 언니와 도쿄 근교의 관광지인 '가와고에'에 다녀오기도 했다. 전철로 한 시간이면 닿는 곳이지만 옛 전통 양식의 건물들이 늘어진 색다른 모습에 연신 셔터를 눌렀다. 관광안내소에서 추천해 준 식당에 가서 밥을 먹고, 거리를 산책하며 이야기를 나누었다.
우리 둘은 공통점이 많다. 해외에서 유학을 해 봤고, 둘 다 서로의 나라를 넘어 다양한 국적의 사람들과 교류하고 싶어 한다. 호스트와 게스트와 관계가 아닌 친한 언니와 동생으로 서로를 대한다. 아야 언니는 면접 생각은 저 멀리 제쳐두고 여행자로 도쿄를 즐기도록 도와주었다.
약 한 달 동안 50회가 넘는 면접에 참여했다. 무려 면접 4개를 한 번에 본 날도 있었다. 일본인 사이의 유일한 외국인 지원자. 그들과 나는 출발선부터 달랐다. 옆 자리 지원자의 화려한 언변에 기가 죽어 준비한 것을 다 보여주지 못하고 온 날에는 한없이 무기력해졌다. 멀리 도쿄까지 왔는데 유의미한 성과를 내야 한다며 자신을 어르고 달랬다.
면접을 보고, 돌아와서 피드백을 하고, 다시 다음 날의 면접을 준비하는 여정. 한 달 동안 이 생활을 견디게 해 준 것은 고쿠분지 하우스의 가족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