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어떤 인간이 되어야 하는가
하루가 다르게 세상이 변하고, 세워둔 계획이 무색해지는 요즘이다.
많은 사람들이 묻는다. "그래서 어떤 주식을 사야 하냐."
하지만 이 변화 앞에서 내 고민은 다르다.
나는 어떤 사람으로 살아남아야 할까. 내가 해오던 일을 어떻게 지켜야 하는가.
그 와중에 최근 우연히 솔트룩스 이경일 대표의 장시간 인터뷰를 들었다.
작두를 타듯 쏟아내는 그의 통찰. 단순한 비즈니스 전망이 아니었다. AI 시대를 살아가는 인류의 생존 철학, 교육, 인간 본연의 가치에 대한 묵직한 화두였다.
영상 대부분이 비즈니스 전망과 전략을 다루지만, 그중 몇 가지 인사이트를 얻어 공유하고자 한다. (하단 링크 참조)
우리는 오랫동안 학교에서 '정답을 맞히는 능력'을 훈련받아왔다. 그러나 이경일 대표는 단언한다. "정답이 있는 문제는 앞으로 10년 내에 AI가 인간보다 무조건 더 잘 맞힐 것이다."
최근 대학가에서 논란이 된 AI를 이용한 '오픈북 테스트' 부정행위 이슈에 대해 그는 색다른 시각을 제시한다. 이것은 학생들의 도덕성 문제라기보다, 대학의 교육 방식과 평가 방식이 수명을 다했다는 신호라는 것이다.
기존의 주입식 강의와 지식 암기, 그리고 정해진 답을 찾는 시험 방식은 AI가 모든 지식을 실시간으로 제공하는 시대에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
이미 대학 교육의 유효기간은 끝났고, 교수가 지식을 전달하고 학생이 그것을 외워서 답을 쓰는 '공급자 중심'의 교육은 AI 앞에서 무력하다. 이제 중요한 것은 정답을 맞히는 것이 아니라, '문제를 정의하는 능력'이다라고 언급한다.
이제 우리는 질문을 바꿔야 한다.
"이 문제의 답은 무엇인가?"가 아니라,
"도대체 무엇이 문제인가?"를 물을 수 있어야 한다.
정답이 없는 복잡한 세상에서 스스로 문제를 설정하고, AI라는 도구를 활용해 그 해결 과정을 설계할 수 있는 능력이 진짜 실력이 되는 시대다.
암기왕은 설 자리를 잃고, '질문왕'과 '설계자'가 세상을 리드하게 될 것이다.
엔비디아의 젠슨 황은 미래 세대에게 '소프트 스킬'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경일 대표는 여기에 한 가지를 더해 '메타 스킬(Meta-Skill)'이라는 개념을 제시한다. 이는 '메타인지'와 '소프트 스킬'의 결합이다.
• 메타인지: 내가 무엇을 알고 무엇을 모르는지 능력, 내가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지 없는지를 객관적으로 파악하는 능력이다. 이는 무모한 시도와 합리적 도전을 구분하게 해주는 '직관'과도 연결된다.
• 소프트 스킬: 사람들과의 관계, 공감 능력, 협상력, 갈등 해결 능력, 네트워킹 등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를 다루는 기술이다.
"AI가 발전할수록 메타인지와 소프트 스킬이 결합된 '메타 스킬'을 가진 사람이 압도적인 리더가 될 것입니다. 하드 스킬(코딩, 회계 등)은 AI가 대체하기 쉽지만, 사람의 마음을 얻고 갈등을 조정하며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과정은 여전히 인간의 영역입니다."
그는 '회복 탄력성(Resilience)'도 강조한다. 정답이 없는 길을 가야 하기에 실패는 필연적이다. 실패했을 때 "내 인생 망했어"라며 주저앉는 것이 아니라, "어? 이 방법이 아니네? 그럼 다르게 해 볼까?"라고 털고 일어나는 '마음의 근육'이 필수적이다.
이는 대치동 학원에서는 절대 가르쳐줄 수 없다. 다양한 경험과 실패를 통해서만 얻어지는 야생의 능력이다.
특히 요즘처럼 외동 자녀가 많은 시대. 사회성은 더욱 중요해질 것이다.
명문대 졸업장이 성공을 보장하던 시대는 저물고 있다.
미국 실리콘밸리에서는 이미 아이비리그 컴퓨터공학과 졸업생보다, 고졸이라도 탁월한 실력과 포트폴리오를 가진 인재를 선호하는 경향이 뚜렷해지고 있다.
이경일 대표는 "대학 간판이 주는 신뢰보다, 실제 문제 해결 능력이 더 중요해지고 있다"라고 지적한다. 과거에는 좋은 대학이 성실함과 지적 능력을 증명하는 가장 효율적인 보증수표였지만, 이제는 그 효용이 떨어지고 있다. 그래서인지 아이비리그 대학을 입학만하고 졸업은 안한다는 루머가 나오는건가...
물론 이것이 '공부가 필요 없다'는 뜻은 아니다. 오히려 진짜 공부, 즉 학위 따기를 위한 공부가 아닌 실질적인 역량을 키우는 공부가 더욱 절실해졌다는 말이다.
대학은 이제 '지식 전수'의 공간이 아니라, 교수와 학생이 함께 토론하고 연구하며 새로운 지식을 창출하는 '커뮤니티'로 변모해야 한다.
계급장인 '졸업장'을 떼고 붙었을 때, 당신을 증명할 수 있는 무기는 무엇인가? 스스로에게 물어야 할 때다.
사실 나 역시 과거 그 당시 성적에 맞춰 이공계에 진학했다. 하지만 돌이켜보면 참 아이러니하다.
내 가슴을 뛰게 한 건 전공 공부가 아니라 '패션'이었다. 방학 때면 에스모드(ESMOD) 계절 학기를 들으러 다녔고, 그때 만난 열정 넘치는 사람들은 훗날 나의 소중한 네트워크가 되었다. 의류 매장 아르바이트를 하며 현장에서 부딪히고 깨진 경험들. 책상 위 이론보다 더 값진 'CS(고객 서비스) 마인드'를 심어주었다. 연세어학당이나 해외여행, 학원 강사 아르바이트를 하며 익힌 스피치 스킬, 언제 어디서든 자신감 있게 나를 표현하는 강력한 무기가 되었다.
지금 나를 지탱하는 진짜 역량은 대학 실험 연구실이나 강의실이 아니라, 내가 좋아서 부딪혔던 그 '외도'의 시간들 속에서 만들어졌다.
만약 그 시절로 다시 돌아간다면? 주저 없이 복수전공이나 전과를 선택했을 것이다. 단순히 점수에 맞춘 전공이 아니라, 내가 진짜 배우고 싶고 키우고 싶은 역량을 위한 공부를 했을 것이다. (물론, 영어는 필수로 장착하고)
하지만 전공 외 마음껏 저질러보고 부딪혀보았던 그 경험들만큼은, 다시 돌아가도 변함없이, 후회 없이 해볼 것이다.
청춘은 다시 오지 않는다. 그 '알맹이' 같은 경험들이 지금의 나를 만들었으니까.
그렇다면 평범한 우리들은 지금 당장 무엇을 해야 할까? 거창한 코딩 공부가 아니다. 이경일 대표는 "일상 속에서 AI를 사용하는 습관을 들여 뇌의 회로를 바꿔야 한다"라고 조언한다.
마치 우리가 어린 시절 10년 넘게 글을 배우며 뇌를 '읽고 쓰는 뇌'로 재설계했듯이, 이제는 'AI와 협업하는 뇌'를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가 제안하는 구체적인 방법은 흥미롭다. 바로 'AI와 함께 일기 쓰기'다.
1. 오늘 있었던 일의 키워드 3가지를 AI에게 던진다.
2. 특정 페르소나(예: 다정한 친구, 냉철한 조언자)를 부여해 일기를 쓰게 한다.
3. AI가 쓴 글을 읽고 내가 다시 수정하거나, AI에게 되물으며 대화를 이어간다.
글을 읽고 쓰는 능력이 인간의 본능이 아니었듯, AI를 활용하는 능력도 자연스럽게 생기지 않는다. 일부러라도 일상에서 AI를 도구로 사용하며 뇌를 적응시켜야 한다. 이 과정이 쌓이면 마치 글을 읽듯 자연스럽게 AI를 통해 세상을 확장하는 '신경 가소성'의 혁명이 일어날 것이다.라고 말한다.
난 하루 일과를 나열해서 AI에게 "정리해 줘"라고 한 적은 있었지만, '키워드 3개'만 던지는 방식은 꽤 흥미롭다.
오랜 시간 자주 대화해서인지 ChatGPT가 가끔 나보다 나를 더 잘 이해하는 것 같다고 느낄때가 있다. 심지어 나보다 잘 쓴 일기가 너무 재미있었다. 하지만 내가 의도했던 일기가 아니였기에 다시 피드백을 주고 받음.
결국 이런 과정 자체가 내 뇌를 'AI와 상호작용하는 뇌'로 훈련시키는 과정이 아닐까.
이경일 대표가 든 가장 인상적인 비유는 19세기 사진기의 발명과 회화의 변화다.
사진기가 발명되기 전, 화가의 주 수입원은 초상화를 사실적으로 그려주는 것이었다. 그러나 사진기의 등장은 '사실적 묘사'라는 화가의 기술을 무용지물로 만들었다.
하지만 그 위기 속에서 '인상파(Impressionism)'가 탄생했다. 모네와 같은 화가들은 사진기가 포착할 수 없는 '빛의 찰나', '주관적인 인상'을 화폭에 담기 시작했다. 기술이 예술을 죽인 것이 아니라, 역설적으로 인간이 낡은 굴레에서 벗어나 새로운 미적 가치를 창조하도록 강제한 것이다.
AI가 인간의 지적 노동 대부분을 대체할 때, 우리는 비로소 '지적 노동의 재정의'를 하게 될 것입니다. 사진기가 못 하는 영역에서 피카소와 모네가 나왔듯, AI가 할 수 없는 영역에서 인간만의 새로운 아름다움, 새로운 가치, 새로운 일의 정의가 탄생할 것입니다. 이것이 바로 인간과 기술의 '공진화(Co-evolution)'입니다.
AI가 보고서도 쓰고, 코딩도 하고, 번역도 한다. 그렇다면 남는 것은 무엇인가? 바로 그 결과물에 '의미'를 부여하고, 인간만이 느낄 수 있는 '감동'을 불어넣는 일이다. 기술이 고도화될수록, 가장 인간적인 것이 가장 가치 있는 것이 된다. 우리는 '기계보다 더 정확한 인간'이 되려 노력할 것이 아니라, '가장 인간다운 인간'이 되어야 한다.
마지막으로 그는 AI의 자아와 영혼에 대한 철학적 질문을 던진다.
현재의 AI는 거대한 수학적 덩어리일 뿐 자아가 없다. 하지만 먼 미래에는 기계 나름의 방식대로 '기계적 자아'를 갖게 될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인간을 인간답게 만드는 최후의 보루는 무엇인가? 이경일 대표는 "자신의 가치를 위해 희생할 수 있는 신념, 삶의 유한성에서 오는 절박함, 그리고 '내가 나'라는 확고한 자의식"을 꼽는다.
우리는 우리의 가치관을 위해 때로는 손해를 감수하고, 타인을 위해 희생하기도 하며, 죽음을 알기에 삶을 불태운다. 이러한 비합리적이지만 숭고한 인간성이야말로 AI가 흉내 낼 수 없는 영역이다.
이경일 대표는 AI 산업에 '거품'이 끼어 있다는 것을 인정한다. 그러나 그는 그것을 '필연적 거품'이라고 부른다. 역사적으로 모든 거대한 혁신은 거품과 함께 왔다. 철도, 인터넷, 스마트폰이 그랬듯, 자본의 광기와 거품이 꺼진 자리에 비로소 진짜 승자들이 남아서 세상을 바꿨다.
거품이 꺼질까 두려워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이야말로 가장 큰 위험이라고 말한다.
중요한 것은 거품 속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나만의 메타 스킬'을 기르고, AI라는 도구를 내 몸처럼 부리며, 인간만이 할 수 있는 가치 있는 일에 집중하는 것이다.
개인적으로 하루하루 세상이 바뀌는 체감 속도가 너무 빠르다 보니 두렵고 쉽지 않은게 사실이다.
본 글은 솔트룩스 이경일 대표 인터뷰 영상을 기반으로 작성되었습니다. 하단 유튜브 링크 참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