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단체 요구로 중지되었던 안양천 철새보호구역 공사 무단 재개
국가가 스스로 지정한 철새보호구역을 파괴했다는 충격적인 소식, 아마 기억하실 겁니다. 지난해 11월 말, 서울 양천구 안양천의 목동교와 오목교 사이 구간에 위치한 철새보호구역의 갈대밭과 수변이 무참히 파헤쳐지는 것을 한 청년 활동가가 발견하면서 알려진 일이었죠. 이에 생명다양성재단을 비롯한 여러 단체가 힘을 합쳐 2020년 11월 23일부로 공사를 중단시켰고 양천구청과 서울시에 이 사태에 대한 책임을 물었습니다.
양천구청은 이렇게 답을 해왔습니다. '공사를 중단하고 철새들의 서식지가 파괴된 것을 감안하여 앞으로 먹이주기 작업을 지속적으로 실시하고 내년 봄철 갈대를 식재하여 원상 복구하겠다'고 하였습니다. 또한 '향후 부득이 공사를 실시해야 할 경우 서울시 자연생태과, 환경단체 등과 공사 방법 및 향후 복구방안을 면밀히 협의 후 사업을 진행하겠다'고 했습니다.
서울시는 이렇게 답을 해왔습니다. '철새 도래시기가 끝나는 시점에 재개 및 훼손된 서식지 보호 조치하도록 구청과 협의를 했으며 재발하지 않도록 철새보호구역 내에서 일어나는 공사 행위 등 서식지 훼손 가능성이 있는 사안은 반드시 협의하도록 조치하겠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모니터링을 직접 수행하고 그 결과와 전문가, 시민단체, 양천구와 서식지복원방안을 논의하는 시간을 2월 중순 이후로 준비하겠다고도 하였습니다.
그런데 웬 걸. 약 3개월이 지난 지금, 상황은 어떻게 되었을까요?
지난 2월 28일 현장 확인 결과 이미 공사가 재개되었을 뿐만 아니라, 기존보다 더욱 많은 훼손을 일으키는 공사가 진행되고 있었습니다. 현재 철새들은 아직도 안양천에 남아있는데도 공사는 벌어지고 있었고, 아니나 다를까 공사가 진행된 지역에는 철새들이 보이지 않았습니다. 본래 가장 활동이 많은 지역이었는데 말입니다.
게다가 파괴된 서식지 반대편에 비교적 잘 보존되고 있던 영등포구의 철새보호구역에서도 공사를 한창입니다. 가장 철새들이 많았던 하천 중간의 섬과 가까운 곳에서 ‘철새 서식처 개선 및 먹이 제공을 위한 농촌체험장 조성공사’가 진행 중인 것입니다.
공사 중단, 서식지 원상회복, 관련 단체 및 전문가와의 합의. 이 모든 약속은 휴지조각처럼 깡그리 무시되었
고, 원래의 파괴를 조금이라도 수습하는 움직임은커녕 오히려 공사와 파괴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형국입니다. 국정에 대한 책임감과 시민사회의 존엄성 그리고 자연생태의 가치를 철저히 유린하는 이 작태에 대해 저희는 다시 한 번 확실히 책임을 묻도록 하겠습니다. 일단 이 게시물로서 여러분께 상황을 정확하게 알리는 바입니다. 결국 이럴 줄은 알았습니다. 하지만 정말 이 정도일 줄은 몰랐습니다. 함께 대응하도록 합시다.
사진 제공: 안양천 철새보호구역 시민조사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