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인원 특파원의 <똑똑 #1> 동물의 ‘마음’을 연구하는 방법
들어가면서,
마음을 들여다보는 인지 연구는 주변 환경을 일정하게 유지하는 게 중요하기 때문에 주로 동물원이나 연구소처럼 사육 상태에 있는 동물을 대상으로 하는 경우가 많아요. 하지만 어느 동물이든 자신의 몸과 마음이 오랜 시간 진화를 거쳐 적응한 환경에 사는 게 가장 자연스럽고 편안할 거예요. 사육 상태에서 하는 인지 연구가 가까운 거리에서 세부적인 행동이나 생리적 변화를 관찰하며 동물을 이해할 수 있도록 돕는다는 이점도 있지만, 스스로 환경을 선택할 수 없이 갇힌 공간에서 살아야만 하는 사육 동물들을 생각하며 다양한 윤리적 관점도 함께 생각해보고 이야기 나눠 보아요.
똑똑 #1
“눈은 마음의 창이다.”라는 말 들어본 적 있으세요? 누군가와 이야기 할 때 상대방의 눈을 보면 상대가 내 말에 집중하고 있는지, 그렇지 않은 지 느낄 수 있잖아요. 이를테면, 애인과 이야기 할 때 애인의 시선이 내가 아닌 다른 누군가를 향한다면 (내 말에 집중하지 않는 애인에게) 화가 나는 것처럼 말이죠. 하지만 밝은 빛이나 눈에 띄는 색깔에 자연스레 눈이 가듯, 내 의지와 상관없이 시선이 가는 경우도 많으니 너무 오해하지는 마세요. 이렇게 시선의 움직임은 상대방이 외부 환경 중 어느 곳에 관심을 보이는지를 말해줄 수 있는데, 이를 활용한 시선추적기법(eye-tracking)이 아직 의사표현이 어려운 어린 아이나 동물 연구에서 많이 활용되고 있어요.
유인원 연구에서 가장 처음 시선추적기법을 도입한 후미히로 카노(Fumihiro Kano) 박사는 사람이 얼굴에서 눈을 바라보는 시간이 침팬지나 오랑우탄, 고릴라보다 더 길다는 것을 밝혔는데요, 사람의 의사소통에 눈이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하는지 연구를 통해 수치화했죠. 비슷한 연구가 침팬지와 보노보에서도 이루어졌는데요, 침팬지와 보노보는 비슷한 곳에 살고 유전적으로도 매우 가까워요. 지구에 살고 있는 모든 동물 중에 인간과 유전적으로 가장 가까워서 많은 인지연구에 등장하죠. 수컷이 무리의 중심인 침팬지와 달리 암컷의 연대가 중요한 보노보 사회에서는 크게 다치며 싸우는 일도 적고, 무리 내 구성원들끼리 더 가까운 거리를 유지하죠. 얼굴을 마주보며 털을 골라주거나 상대방과 가까운 거리에서 눈을 보고 의사소통하는 일이 많은데, 이런 보노보의 특성이 시선추적 연구에서도 그대로 드러났어요. 보노보가 침팬지보다 얼굴에서 눈에 집중하는 모습이 더 두드러지게 나타났거든요. 단순한 시선의 움직임이 생각보다 많은 것들을 말해줄 수 있다는 사실, 재밌죠?
이런 시선추적기법의 가장 큰 장점은 다른 인지연구와 달리 특별한 훈련이 필요 없다는 거예요. 화면 속 사진이나 영상을 보는 동물을 아이트래커(eye-tracker)라 불리는 적외선 카메라로 찍기만 하면 되거든요. 지금까지는 사람처럼 시각에 주로 의존하는 침팬지, 보노보, 오랑우탄, 고릴라, 붉은털 원숭이 등의 영장류에서 시선추적 연구가 많이 이루어졌어요. 주로 사진을 보여주며 어떤 곳을 더 빨리, 더 오래 보는지 분석해서 의사소통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신체부위나 감정표현 등을 알아보는 연구들이 많았고요, 사진과 목소리를 동시에 들려주며 얼굴에 맞는 목소리를 짝지을 수 있는지, 과거에 보았던 영상을 다시 보여줬을 때 다음에 나타날 일을 예측할 수 있는지 등 다양한 연구가 이루어지고 있답니다. 그리고 그 결과 인간만이 지닌 특별한 능력에 대한 경계들이 점점 희미해지고 있어요. 각각의 연구 사례들은 유인원 인스타그램 카드뉴스에 차근차근 소개할테니 자주 놀러오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