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저분 소굴> 두번째, 식물이지만 아닙니다. 조경식물 영산홍
지저분 소굴은 인간의 입장에서 지저분하다는 이유로 정리되고 없어지는 우리 주변의 식물들에 관한 이야기를 합니다. 이번에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이 심는 조경식물 중 하나인 영산홍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화단이나 가까운 공원, 등산로 입구에서 어김없이 볼 수 있는 식물이 바로 지금 화려한 꽃을 볼 수 있는 영산홍입니다.
4~5월 붉은색, 분홍색, 자주색, 하얀색 등 색의 이름만으로도 다양한 영산홍 꽃들이 자기 모습을 뽐내고 있습니다. 색에 따라 자산홍, 백철쭉, 연산홍 등 다양한 이름으로 불리기도 하고 일본에서 철쭉, 산철쭉을 개량한 원예종을 부르는 이름을 빌려 일본철쭉이나 왜철쭉이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어디에나 심기 쉽고 잘 자라는 조경식물로 새로운 교배종이 계속 나오고 조경업자들이 부르는 이름들까지 섞여서 이름이 이토록 복잡해졌습니다.
영산홍은 진달래목 진달래과에 속하며 학명은 Rhododendron indicum으로 인도산이라는 이름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름 붙일 당시 인도에서 수집된 자료로 명명되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그러나 영산홍은 일본이 원산으로 우리나라에는 조선 시대에 조공으로 들어왔다는 기록이 있습니다. 진달래는 잎이 나기 전에 꽃이 먼저 피고 철쭉은 잎이 난 후에 꽃이 펴서 구분하기 쉽습니다. 영산홍은 철쭉과 구분하기 어려운데 영산홍이 장미처럼 너무 많은 품종이 있어 그 계통을 알 수 없는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영산홍은 우리나라 화단에서는 거의 기본 식물이고 공터를 메우거나 울타리로 사용하기도 합니다. 어떤 지자체에서는 깎은 산의 사면에 글자를 만드는데도 사용합니다. 이처럼 영산홍은 본래 자기의 모습이나 이름은 알기도 어렵게 사람의 손에 의해 만들어지고 심어지고 깎이고 있습니다. 더욱 안타까운 일은 사람들이 영산홍 꽃이 피었을 때는 그나마 관심을 갖지만 꽃이 떨어지고 잎만 남으면 마치 담이나 울타리처럼 아무런 관심을 두지 않습니다. 가로수는 무지막지한 가지치기를 막아달라는 운동도 활발해지고 있으나 영산홍은 꽃이 졌다고 뿌리째 뽑히거나 말도 안 되는 글씨를 만들기 위해 잘라내도 아무도 알아보지 못합니다. 꽃을 오래 보기위해 더 화려하거나 다양한 색의 꽃을 보기 위해 사람의 손에 의해 품종 개량을 했더라도 식물은 우리와 같이 살아있는 생물입니다. 생명이 있는 생물로서 존중받아야 합니다.
식물은 인간의 입장에서 잘리고 제거되어야 하는 대상이 아닙니다. 자연 안에서 식물은 식물의 방법대로 식물답게 살아갑니다. 사람이 선을 긋고 담을 쌓아 만든 도시의 지저분 소굴이라고 할지라도 식물들의 모습과 방법을 존중해야 합니다. 우리 주변의 지저분 소굴들을 지켜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