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번째 이야기 '탈출'
2013년 6월 22일 아침, 바지선에서 돌고래들을 관찰할 준비를 하고 있을 때였습니다. 갑자기 가두리 밖에서 돌고래 한 마리가 쓱- 지나갑니다. 다른 사람들에게 이야기하니 아마도 밖에서 오지 않았겠냐고 합니다. 당시에는 냉동표식(freeze branding: 등지느러미에 표식을 새겨 인식을 쉽게 하는 방법)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개체 식별은 오로지 눈썰미만으로 이루어질 때였습니다. 그렇지만 아무리 봐도 우리 돌고래 같습니다. 밖에 있는 돌고래는 엄청나게 큰 해초를 등에 걸고 신나게 놀고 있습니다. 가두리 안을 확인합니다. 아무리 살펴봐도 제돌이와 춘삼이만 눈에 띕니다. “삼팔이다!!!” 이후로는 그야말로 초비상 사태였습니다.
보통 야생으로 돌아갈 준비를 하는 돌고래에게 사람이 접근하는 것은 가능한 줄이는 것이 좋습니다. 그러나 가두리 관리도 해야 하기에 전문 잠수사가 3일에 한번 가두리 주변 그물들을 확인합니다. 그러나 그즈음의 며칠은 태풍과 비바람 때문에 바다에 들어갈 수 없었습니다. 설상가상으로 그 전날은 조수간만의 차가 가장 큰 날이었습니다. 가두리 그물이 바닥의 돌에 걸렸다가 떠오르면서 구멍이 생겼고, 뭐든지 새로운 걸 보면 가만있지 못하는 삼팔이가 구멍을 비집고 밖으로 나가버린 거지요.
밖으로 나간 삼팔이는 사람이 불러도 가까이 오지 않고 몇 시간을 가두리 주변에서 놀다가 항 밖으로 나가는 큰 배 옆에서 자연스럽게 선수파 타기를 하며 저 먼 바다로 나가버렸습니다. 그 날 배를 따라 항 밖으로 나가는 삼팔이를 망연자실하게 쳐다보던 연구팀의 모습은 아직도 생생합니다. 만일 삼팔이가 먹이를 잘 먹지 못하거나 사람에게 먹이를 구걸하는 녀석이었다면 다시 잡아와야 했을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삼팔이는 그 당시 가두리 안의 세 돌고래 중에 가장 사냥을 잘 하는 녀석이었습니다. 우리는 삼팔이를 되잡거나 하는 대신 문제가 생길 때까지 관찰하기로 결정했지요. 그리고 불과 3일 뒤, 삼팔이는 야생의 남방큰돌고래 무리 사이에서 발견됩니다.
돌고래 방류가 결정되었을 때, 많은 사람들이 수족관에 4년여를 있던 돌고래들이 야생바다에 적응하지 못할 것을 걱정하였습니다. 그걸 이유로 반대하는 사람들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그런 걱정이 무색하게 삼팔이는 자력으로(?) 야생으로 돌아갔고, 여전히 저 넓은 바다에서 너무도 잘, 자유롭게 지내고 있습니다.
글∙그림 | 장수진, 김준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