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번째 이야기 '먹이'
돌고래들을 방류하기 위해서 가장 중요한 부분은 스스로 먹이를 먹을 수 있는 능력을 되살려 주는 것입니다. 몇 년 간 수족관에서 두어 가지 종류의 죽은 먹이만을 받아먹고, 극히 적은 운동량을 유지하며 생활하던 녀석들은 쌩쌩한 활어를 사냥하기 어려워하기 때문입니다. 심지어 제돌이가 수족관에서 처음 활어를 급여받던 날엔 고등어를 보고도 놀라 도망가기 바빴습니다. 이렇던 녀석들이 야생에 나가서는 온갖 종류의 물고기를 스스로 잡아먹을 수 있어야만 야생의 삶을 이어나갈 수 있기에, 방류의 성공을 결정하는 가장 큰 열쇠는 돌고래들의 사냥 본능을 일깨워주는 것입니다.
우리의 돌고래 방류 훈련이 다른 나라의 사례와 가장 차별화되는 점은 제주도의 방류 훈련 기간 동안 100%의 활어만을 제공했다는 점입니다. 정치망에 잡혔던 녀석들이지만, 정치망 덕을 본 샘이기도 합니다. 훈련 초기, 물고기들에게는 미안한 일이지만 돌고래들이 미처 물고기의 수영 실력을 따라가지 못해 사람이 인위적으로 물고기들을 살짝 기절시켜 제공하였습니다. 조금씩 물고기 사냥에 익숙해질수록 점점 더 활기찬 물고기들을 제공했지요. 매일 15kg 정도의 물고기를 먹어야 하던 녀석들은 처음엔 한 마리 따라가 잡아먹고 30초 쉬고, 다음 한 마리 따라가 잡아먹고 30초 쉬기를 반복했습니다. 그러나 한 달 여가 지나면서 유영 자세를 수시로 바꿔가며 쉼 없이 물고기를 쫓고, 급정거와 급회전을 자유자재로 구사하고, 심지어 물고기를 바로 먹지 않고 진로를 막거나 던지고 노는 등의 장난을 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가시가 있는 생선도 입에 상처가 나지 않도록 요령 있게 잡아먹는 능력도 생겼고요. 방류 훈련 후반부에 제주도에서 잡히는 수십 종의 활어를 공급할 때에는 물고기들을 쭉 훑어본 후 좋아하는 종류를 다 잡아먹고 난 후에야 좀 덜 맛있는(!) 물고기들을 쫓아가는, 먹이에 대한 선호도가 생긴 것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먹이를 가지고 장난을 치거나, 다양한 유영 방식을 활용하는 행동들은 야생의 돌고래에서도 자주 관찰되는 부분입니다. 바다로 돌아간 녀석들은 이제 야생의 개체군과 무리를 이루어 다니며 대형을 짜서 물고기를 몰아 사냥을 합니다. 때로는 꼬리로 수면을 때려 동료와 먹이 사냥 신호를 주고받거나, 물고기를 다 먹고 나서도 동료들을 위해 물고기 떼를 잡아두는 수준의 사냥 능력을 갖게 되었습니다. 뿌듯한 일입니다.
글∙그림 | 장수진, 김준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