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그림/ 김산하
연구자로서의 삶은 고달팠답니다.
매일 새벽에 일어나고 어스름이 내릴 쯤에 집으로 돌아오곤 했습니다.
때로는 너무 녹초가 되어서 저녁밥을 먹자마자 잠들기도 했죠.
얼마 잔 것 같지도 않은데 눈을 떠보면 다시 떠날 시간.
손살 같이 지나간 시간이 어찌나 원망스럽던지.
몸의 상태로 봤을 때는 하루는 더 자야 할 것만 같은데
아직 바깥이 어두운데 천금만금 같은 몸을 일으키는 일이란
정녕코 쉽지 않았답니다.
하지만 숲에 막상 들어가면 기분이 달라졌습니다.
아침 이슬을 머금은 풀과 나무가 산소를 뿜어냈고
밤을 무사히 넘긴 동물들이 부스럭거리기 시작했죠.
졸졸졸 흐르는 맑은 개울물을 보고 있노라면
근심걱정도 다 씻겨 내려가는 듯 했습니다.
게다가 예기치 않게 갑자기 등장하는 야생 동물들!
열대우림은 바로 이 맛에 보는 겁니다.
사람들은 밀림에 대한 환상을 가지고 있더라고요.
그냥 조금 걷기만 해도 여기저기서 동물이 튀어나온다고 말이에요.
과일도 아무데나 주렁주렁 열려서 그냥 따서 먹기만 하면 되는 곳으로요.
하지만 아무리 밀림 또는 열대우림이라도 동물보기가 아주 쉬운 건 아니에요.
다른 곳에 비해서는 워낙 많은 동식물이 살고 있지만
서로서로 조심하기 때문에 아무 때나 볼 수는 없지요.
조심하지 않다간 순식간에 남의 먹이가 되기 십상입니다.
그래서 천천히 인내심을 가지고 긴 시간을 보내야지만
밀림도 천천히 자기 모습을 드러낸답니다.
숲의 길을 점점 익히고
여러 날을 보내며 나름의 감각이 생기고 노하우가 쌓이면
열대우림의 보석 같은 생물들이 하나 둘 눈에 들어오기 시작합니다.
검정색으로 뒤덮인 수릴리 원숭이. 새끼는 전혀 다른 오렌지 색이랍니다.
날갯짓만으로도 제법 큰 소리가 나서 사람을 놀래키는 코뿔새
엄청난 카리스마와 정글의 멋을 다 가지고 있습니다.
가끔씩 바닥에서 눈에 띄는 핏바이퍼 뱀
물론 위험하지만 조심하면 괜찮아요.
넘치는 생물다양성 속에 파묻혀 지내다보면
시간이 가는 줄 모릅니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