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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생명다양성재단 Jan 25. 2016

돌고래 과학자들의 만화
저듸,곰새기

마지막 이야기 


돌고래는 사람들에게 참 인기가 많은 동물입니다. 머리가 좋고, 인간에게 공격적이지 않은데다 외모도 귀엽기 때문일 겁니다. 우리가 책에서, 화면에서, 수족관에서 만나는 돌고래들은 항상 웃는 얼굴로 우리를 보고 있습니다. 수족관의 고래가 귀여운 얼굴로 다가와 머리를 이리저리 돌리며 사람들을 쳐다보는 모습은 더없이 친근하게 보입니다. 그러나 그런 외모 때문에 우리는 그들을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웃는 얼굴이니 즐거울 거라고, 나를 좋아하고 있을 거라고 자신의 감정을 동물에게 이입하는 겁니다. 그러나 사실 그들은 감정을 얼굴에 드러낼 수 있는 동물이 아닙니다. 돌고래는 얼굴의 표정을 바꿀 수 있는 근육을 가지고 있지 않기 때문에 즐거워도, 괴로워도, 슬퍼도, 화가 나도, 고통스러워도 항상 같은 표정을 하고 있습니다. 어쩌면 우리는 지금도 웃는 얼굴로 괴로워하고 있는 또 다른 돌고래를 보며 즐거워하고 있을지 모릅니다. 


얼핏 보면 돌고래들은 모두 똑같은 얼굴, 비슷한 몸집과 색깔, 너무 작아 구별 이 가지 않는 등지느러미의 상처들을 가지고 있는 것처럼 보입니다. 그러나 좀 더 자세히 눈 여겨 보거 나시 간을 들여 이들의 행동을 관찰하면 우리 눈에 모두 똑같이 보이는 돌고래들이 조금씩 구별이 되기 시작합니다. 모든 돌고래 들은 모두 다른 상처와 흉터를 가지고 있습니다. 같은 상황에서도 서로 다른 행동을 보이는 이 녀석들은 각각 개성이 있고, 자기만의 사연을 가지고 있는 독립된 개체들입니다.


종이나 환경의 특성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일반적으로 해양 포유류에서 최소생존가능개체군(minimum viable population, 하나의 집단이 유지되기 위해 필요한 최소 개체 수)의 크기는 500 마리 이상인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이 정도는 되어야 근친교배로 인한 부작용을 방지하고 갑작스러운 환경변화와 같은 위협에도 대처하고 살아남을 수 있다고 보는 거지요. 우리 바다의 남방큰돌고래는 120여 마리 내외. 제돌이, 삼팔이, 춘삼이, 복순이, 태산이까지 5마리를 바다로 돌려보내며 약간 나아질 수 있는 가능성을 높였지만 여전히 필요한 숫자에 한참 모자랍니다. 우리가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다면, 우리와 다른 방식의 삶을 살아가는 이들을 인정하고 존중하지 않는다면 돌고래들이 살아갈 공간은 줄어들  수밖에 없을 겁니다. 저는 조금씩, 느리게라도 이 놀랍고 멋진 생명들이 늘어나기를, 우리 바다에서 자유롭게 뛰어다니는 것이 더 많이 목격되기를 바랍니다. 이들을 보호해야 할 이유는 수없이 많지만, 무엇보다도 돌고래가 있는 바다는 그렇지 않은 바다보다 훨씬 멋지니까요. 


이 번호로 ‘저듸, 곰새기’는 종료합니다. 그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앞으로도 가끔씩 재단을 통해서 방류된 돌고래들은 물론 제주도에 살고 있는 돌고래들의 소식을 전해드리도록 하겠습니다.


글∙그림 | 장수진, 김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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