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덟 번째 이야기 '돌고래 발견하기'
제주도에서 돌고래를 발견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1. 일단 바다를 보고 있어야 합니다. 2. 돌고래로 추정되는 움직이는 물체를 찾습니다. …적고 보니 너무 쉬워 보입니다만. 해변, 해안가의 정자, 카페, 어디든 괜찮습니다. 한 군데 자리를 잡고 앉아 하염없이 바다를 보면 됩니다. 여유가 좀 있다면 요트나 어선을 타고 바다에서 직접 돌고래를 찾으러 다니는 것도 가능합니다. 운이 좋다면 일 년 내내 제주도 연안을 돌아다니는 남방큰돌고래들이 당신이 보고 있는 바로 그 바다를 지날지도 모릅니다. 연구팀이 하듯 해안도로를 따라 돌고래를 찾아다닐 수도 있습니다. 돌고래들은 해안가에서 30m 정도의 거리까지 바짝 붙기도, 2km 이상 멀리 떨어져 움직이기도 하니 시야는 가까운 곳에서부터 먼 곳까지를 계속 훑고 있어야 합니다. 파도, 해녀, 갈매기, 가마우지, 부표, 뛰어오르는 숭어, 해초와 바다쓰레기 등을 제외하세요. 간단히, 당신의 눈에 ‘저거 돌고래인가?’ 싶은 모든 것을 제외하고도 움직이는 작고 검은 물체(들)가 있다면 바로 그것이 돌고래일 확률이 높습니다. 적게는 2~3마리, 많게는 100여 마리가 무리를 이뤄 돌아다니는 돌고래들을 보는 것은 정말 멋진 일입니다. 그러나 매일 돌아다니는 녀석들의 경로가 일정치 않은 탓에 연구팀이라 해도 매번 돌고래를 찾는 것은 아닙니다. 며칠이고 연달아 돌고래를 발견하기도 하지만 일주일이 넘도록 찾지 못하는 경우도 있지요.
방류한 돌고래들은 결국 무리에 합류했습니다. 그러나 이를 파악하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했습니다. 외국의 경우에는 영구히 무리에 합류하지 않고 홀로 지내는 개체도 발견되었기 때문에 확실히 무리의 구성원으로 받아들여졌는지 확인이 필요했기 때문입니다. 연구팀은 매일같이 해안도로를 돌며 삼팔이, 춘삼이, 제돌이를 찾아다니며 무리 합류의 근거를 모았습니다. 무리와 얼마나 자주 함께 관찰되는 지, 함께 다니는 무리의 구성원은 누구인지, 기존 야생의 돌고래와 동조 유영(속도, 방향, 호흡 간격 등의 맞추어 유영하는 행동)을 하는지, 무리가 집단으로 사냥을 할 때 그 일원으로 포함되어 함께 사냥을 하는지, flipper rubbing(가슴지느러미를 붙이고 유영하는 행동) 등 무리의 다른 개체와 친근감을 나타내는 행동이 관찰되는지, 다른 돌고래와 장난을 치는 등 야생의 돌고래 무리에서 나타나는 사회적 행동들이 나타나는 지 등을 약 3-4개월에 걸쳐 수집하고 마침내 이들이 확실히 기존의 무리로 합류했다는 결론을 내릴 수 있었습니다.
녀석들은 드디어 다시 온전히 야생의 일원이 되었습니다.
글∙그림 | 장수진, 김준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