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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생명다양성재단 Jan 25. 2016

돌고래 과학자들의 만화
저듸,곰새기

일곱 번째 이야기 '방류'


2013년 7월 18일, 우여곡절 끝에 두어 달간 가두리 안에 있던 돌고래들이 야생으로 돌아가기로 한 날이 왔습니다. 돌고래들이 편안한 마음으로 나갈 수 있도록 우리는 가두리 한쪽의 그물을 풀어 입구를 만들었습니다. 날짜가 되었으니 돌고래들을 밖으로 몰아내는 것이 아니라 돌고래들이 가두리 바깥 환경을 천천히 인지하고 충분히 안전하다고 느낄 때 스스로 나갈 수 있도록 하고자 한 것이었습니다. 만에 하나, 야생으로 돌아간 돌고래들이 다시 가두리로 돌아오고자 한다면 그들의 의견을 존중할 수 있도록 며칠간 가두리를 열린 상태로 그냥 두기로 결정한 상태였습니다. 


가두리 위에는 연구진, 시민위원회 외에도 위한 수많은 기자와 취재진이 올라와 있었습니다. 돌고래들이 나갈 수 있도록 입구를 터 둔 쪽은 몰려든 사람들의 무게로 가두리가 기울어 신발이 물에 젖어버린 사람도 여럿 있었습니다. 입구는 열려 있었으나 돌고래들은 시간이 한참 지나도록 도통 나갈 기미를 보이지 않았습니다. 평소보다 다소 빠른 호흡을 하며 가두리 안을 유영하고 있을 뿐이었지요. 한참을 그렇게 기다리는데 돌고래가 밖에 나갔는지를 확인하기 위해 들어가 있던 잠수부 중 한 명이 올라와 수신호와 함께 큰 소리로 외칩니다. “돌고래가 보이지 않아요. 나간 것 같습니다!” 아무도 나가는 모습을 보지 못했습니다. 사실 돌고래들은 기존에 예정된 입구가 아닌 반대쪽에서 슬그머니 그물을 내려 만든 입구로 나갔던 겁니다. 모두 처음에 만든 입구에만 집중하고 있었기 때문에 누구도 두 마리의 돌고래가 야생으로 나가는 모습을 확인하지 못했습니다. 다행히도 미리 설치해 둔 카메라에 이들의 움직임이 살짝이나마 포착되었습니다.


이들이 이렇게 슬그머니 도망치듯 가 버린 것은 그냥, 우연히 열려있던 반대쪽의 입구를 발견했기 때문일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어쩌면 이들의 방류를 환영하고자 모인 우리가 만들어낸 소음이 녀석들을 불안하게 했기 때문일지도 모릅니다. 물 위의 발소리, 가두리의 삐걱거림은 그대로 물속으로 전달되었을 겁니다. 여러 사람을 통제하기 위해서 확성기를 사용하던 사람도 있었습니다. 문은 바다로 활짝 열려 있었으나 돌고래들은 그 위에서 발생하는 시끄러운 소리를 생생하게 느꼈을 테고, 그 문이 그들을 자유롭게 만들어줄 통로라고 생각하지 못했을 수 있지요. 


어쨌거나, 가두리 안에서도 그다지 친해 보이지 않던 두 마리는 밖으로 나가자마자 서로 반대방향으로 갈라집니다. 제돌이는 서쪽으로 이동하여 다려도 인근 해상에서 확인되었고, 춘삼이는 동쪽으로 이동했습니다. 그리고 약 2주 후 우리는 야생 돌고래 무리와 함께 힘차게 헤엄치고 있는 제돌이와 춘삼이를 확인했습니다. 그리고 녀석들은 다시 가두리로 돌아오지 않았습니다. 


글∙그림 | 장수진, 김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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