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더우먼 프로젝트 1단계 남녀 이해 도서(2)
10년~20년 차 여성팀장을 대상으로 하는 원더우먼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4개월간 4가지 주제(남녀 이해, 운동, 코칭 리더십, 커리어 비전)을 가지고 주 1회 책을 읽고 과제를 제출하며, 월 1회 오프라인 모임을 갖습니다. 이번 주는 소모되는 남자를 읽고 리뷰합니다. 여성 팀장으로서 직장에서 남자 직원들과 관계가 어렵진 않았지만 책을 읽으면서 '내가 남자에 대해 잘 모르고 있었구나.' 깨달을 수 있었고 이 책을 좀 더 빨리 만났더라면 좀 더 남자의 입장을 이해하며 일 할 수 있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원더우먼 프로젝트 1/16 과제 제출 도서
로이 F. 바우마이스터 <소모되는 남자>
이 책의 저자, 로이 F. 바우마이스터는 프랜시스 에피스 석좌교수로 플로리다 주립대학에 재직 중이라고 한다. 사회심리학 대학원 프로그램장을 맡고 있는 인물이다. 미국 과학정보기구가 가장 많이 인용한 심리학자 중 한 명이라고 한다. 소모되는 남자를 펼치고 읽기 시작한 초반에는 '이 남자! 참 남자 입장에서만 책을 썼군!'하는 생각에 꽤 불편하게 책장을 넘겼다. 원더우먼 프로젝트 과제가 아니었다면 선택하지도 읽지도 않았을 책이라고 생각되었다. 하지만 인내심을 가지고 책장을 넘겨가면서 남자의 시각에서 말하는 진짜 남자 이야기가 그리고 그 논리적 전개가 꽤 설득력 있고 새롭게 느껴졌다. 그동안 나야말로 편협한 여자의 시각으로 남자를 바라보고 이해하려 했음이 조금 부끄럽게 여겨지기도 했다. 내가 여자라는 이유만으로 여자의 입장을 이해하지 못하는 남자들을 적대시하거나 무시했다는 반성이 되었기 때문이다. 전적으로 동의할 수 없는 부분도 있었지만 나에게 의미가 있었던 구절을 인용해 생각을 나누고자 한다.
이 책의 첫 문장은 다음과 같다.
과연 남성이어서 좋은 점이 있을까?
생각해봤다. 과연 내가 남자라면 좋을까? 남자가 여자보다 더 좋은가? 가장으로써 부양의 의무가 좀 무겁긴 하지만 맞벌이로서 직장생활과 살림, 육아를 병행하는 내 입장에서는 여자보다 남자가 좀 더 사회생활에 유리하고 자기계발에 있어서도 손쉽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
이 책에서 저자는 남성과 여성에 대한 다소 급진적인 이론을 전개하는데 남녀의 차이는 트레이드오프(tradeoff)를 기반으로 한다는 이론이다. 남녀 중 한 성별이 어떤 부분에서 더 우월한 모습을 보인다면, 그 성별이 가지는 우월한 능력은 이외 부분에서의 부족함으로 나타날 것이라는 것. 그러니까 남녀 중 어느 한쪽이 어떤 면에서 우월하다는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동전의 반대 면에는 무엇이 있을지 한 번 생각해보아야 한다고 제안한다. 우월함은 어떤 열등함과 묶여 있을지.
여성의 관심과 욕구는 친밀한 관계 쪽으로, 남성의 관심과 욕구는 큰 집단 쪽으로 더 치우쳐져 있다. 여성의 방식은 수는 적지만 강하고 긴밀한 사회적 유대를 구축하며 남성의 방식은 다양하지만 좀 더 약한 유대관계를 형성한다. 여성은 천성적으로 가깝고, 친밀하고, 보살피는 일대일 관계를 형성하고 유지하는 것을 더 잘한다. 남성은 좀 더 큰 집단과 제도에서 기능하도록 만들어졌다. 끈끈한 가족애로 뭉친 사랑스러운 결혼 관계를 원한다면 여성의 방식이 필요하다. 사냥팀이나 축구팀처럼 함께 작업하는 집단을 원한다면 남성의 방식이 더 낫다.
친근하지만 음악적 소질이 없는 사람과 다소 냉소적이고 성격도 별로지만 트롬본을 잘 부는 사람 중 한 명을 골라야 한다면 대개 우수한 음악가를 선택할 것이다. 남성들이 형성하는 사회적 관계에 있어서는 사랑스러움보다 능력이 더 중요하다.
성차는 능력보다 동기에 관한 것이다.
여자는 가깝고 친밀하고 지지적인 관계를 만드는 것을 선호하고, 남성은 시스템과 더불어 큰 집단을 만드는 것을 선호할 것이다.
여성들은 그들의 영역에서 지적인 성취를 이루어내지 않았다. 지적 수준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주된 사회적 관계들이 아이디어를 놓고 치열한 경쟁을 벌인다거나 여러 세대에 거쳐 지식을 축적하기에는 적합하지 않았던 까닭이다.
모든 조건이 동일하다면 문화 구성원들이 문화를 위해 더 많이 희생할수록 그 문화의 영향력은 커질 것이다. 따라서 사람들을 소모적으로 이용할 수 있다는 것은 그 시스템이 더 번창할 수 있도록 돕는다. 문화의 입장에서 유일한 관심사는 '보물'을 가져오는 사람, 즉 문화에 혜택을 가지고 오는 사람이다. 문화는 이러하나 사람에게 충분히 후한 보상을 할 여유가 있다. 문화는 불균등한 보상을 바탕으로 발전했기 때문에 이런 보상 방법을 사용하지 않는 문화는 발전하지 못했다.
이 책을 통해 직장생활을 하면서 부딪혔던 2가지 문제에 대해 적용하고 변화해야 하는 지점을 정리할 수 있었다. 난 관계를 어색하게 만드는 것이 싫어서 정면돌파를 피했던 적이 꽤 있었던 것 같다. 좀 손해를 보더라도 좋은 게 좋은 쪽으로 일을 풀었던 적이 종종 있다. 하지만 그러한 문제 해결 방법이 인간적인 유대관계는 지키게 했을지 몰라도 업무적 성과를 내는 데는 어려움이 있었다. 개인의 성공에 있어서도 팀의 성공에 있어서도 직장이 전쟁터라는 가정하에 친밀하고 지지적인 관계를 만드는 것보다 성과를 내는 것이 더 우선되어야 했었다. 물론 팀 조직에 있어서 팀워크는 성과만으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친밀하고 지지적인 관계도 필요하다. 여성 팀장으로서의 따뜻한 카리스마는 지켜내고 성과를 내기 위한 승부사적 남성성을 배워야겠다는 생각이 되었다.
또 하나는 도전에 대한 문제다. 도전과제를 찾고도 직장 내 안정적인 분위기에 부합하여 도전을 주저했던 기억이 아프게 느껴졌다. 내가 근무하고 있는 회사는 60주년을 맞았다. 매우 안정적으로 매출이 유지되는 덕에 도전과 성취, 희생과 영향력이라는 키워드에 있어 약점이 있다. 물론 안정적으로 매출이 유지될 수 있는 막강한 스테디셀러와 근속자가 많은 안정적 고용문화는 강점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우리 조직에 필요한 것은 성과를 낸 사람에 대한 보상과 그 보상을 성취하려는 사람들의 더 많은 도전과 희생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난 우리 조직이 더 많이 희생하고 더 큰 영향력을 발휘하기를 원한다. 그리고 너부터가 아니라 나부터 그 일을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조직에 기여하고 혜택을 가져와 공유하는 사람! 사실 그러한 도전은 남성에게 더욱 유리한 일이라고 책에서는 말했지만 남성에게 그 점을 배워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책을 읽으며 남자들이 얼마나 힘겨운 경쟁 가운데 있는지 그리고 여자에게 좀 더 관대한 문화 가운데 남자들의 스트레스는 얼마나 더 컸을지 공감할 수 있는 부분도 있었다. 여자는 경쟁에서 지더라도 존재가치를 의심받지 않지만 남자에겐 경쟁에서 지는 것이 곧 존재가치를 위협받는 일임을 알게 되었다. 그래서 남자는 관계를 어렵게 만들더라도 본인의 존재가치를 확인하기 위해 공격도 불사할 수 있다는 것을 이해하게 되었다.
호흡이 길어 끝까지 읽어내는 것이 쉽지 않았지만 의미 있는 결론을 도출하게 되어 보람이 있다.